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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게임이 '낯선' 미국땅에 진출하려면…


시장 진출을 위한 케빈 킴 온네트 USA대표의 조언

미국은 세계 게임시장의 본산으로 꼽히지만 PC 온라인 플랫폼에 한해선 이제 막 그 싹이 트는 단계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빅히트는 '예외사례'일 뿐 대다수 게임사들에겐 아직 토양이 척박한 시장이다. 성장성 하나만 보고 현지 시장에 진출한 국내 업체들은 한국과는 전혀 다른 환경과 인프라, 척박한 시장토양에 고전하기 마련이다.

엔씨소프트, 넥슨과 같이 현지 게임산업의 주류와 소통할 수 있는 극소수 게임사를 제외하면 중소업체들은 낯선 환경에서 힘겹게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

지난 2005년 설립, '큐팡' '샷 온라인' 등의 국산 게임을 현지 서비스하고 있는 온네트 USA의 케빈 킴 대표는 17일,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게임시장 전망세미나를 통해 한국 시장과 다른 서비스 환경과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미국 게임시장 진출을 위해 필요한 노하우 등에 대해 소개했다.

◆ 서비스환경, 인프라 자체가 다르다

케빈 킴 대표는 "미국 온라인게임 시장에선 최대 동시접속자 파악이 큰 의미가 없다"고 전했다.

한국 시장에선 동시접속자 규모가 게임의 흥행 여부와 성공 가능성을 평가하는 제일의 척도다. 통상 저녁 시간부터 동접자가 증가하다 자정 무렵에 피크를 이루고 새벽 즈음 감소, 아침에 바닥을 친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영토가 워낙 넓고 시차가 커 하루 24시간 내내 동시접속자 규모가 골고루 분포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시장 규모가 적어 동접자 규모도 국내에 비하면 초라하기 이를 데 없다.

◆ 마케팅 수단도 여의치 않다

케빈 킴 대표에 따르면 미국 전역에 1만개 정도의 인터넷 카페가 존재한다. 한국처럼 게임을 위해 최적화된 시설이 아니라 각종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한 공간이다.

땅덩어리가 넓지만 인터넷 카페 수가 많지 않아 한국처럼 집에서 주택가 인근의 PC방으로 걸어가 이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우리나라처럼 방과 후 초등학생들이 PC방으로 몰려 가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다.

때문에 초등학생들은 인터넷 카페에 출입할 엄두도 못내고 대학생이 되고 운전이 가능해야 갈 수 있는 엄두를 낼 수 있다고.

이를 대체할 마케팅 수단도 흔치 않다.

케빈 킴 대표는 "서울 강남에서 버스 투어로 게임 광고하는 모델을 미국에선 상상조차 할 수 없다"며 "거리도 거리이지만 몇몇 대도시 도심을 제외하면 인구 밀집이 이뤄져 있지 않아 버스투어를 해봐야 봐 줄 사람도 없다"고 전했다.

◆ 특이한 결제수단

한국과 달리 공인인증서도 없고 주민번호에 해당하는 소셜 넘버 코드를 노출하는 것은 있을수 없는 일로 여겨진다.

온라인게임 이용자들은 회원가입시 소셜 넘버 코드는 커녕 집 주소도 남기지 않는다. 인터넷에 개인정보를 남기는 것을 꺼리다보니 신용카드와 같은 결제 수단이 활성화 돼 있지 않다. 결제대행업도 까다로운 사전 심사와 인증이 필요하다.

남의 카드를 카드번호만 입력하고 결재하는 경우가 많아 온라인 콘텐츠 소비 후 환불을 요구하는 비율이 한국과 비교하기 어려울만큼 높다. 이러한 사기를 어떻게 막느냐가 큰 이슈라고 한다.

케빈 킴 대표가 경험한 결제수단 중 가장 특이한 것은 현금으로 결제를 대행하는 '페이바이캐쉬(PayByCash)'. 결제대행업체인 페이바이캐쉬에 우편으로 현금이나 수표로 게임비용을 발송하면 페이바이캐쉬는 수수료를 제하고 게임사에 이를 지급한다. 게임사는 이용자의 계정으로 게임캐쉬를 충전해주는 방식이다.

휴대폰이나 인터넷 결제가 활성화돼 있지 않아 편의점 등에서 구입할 수 있는 캐쉬카드가 활성화 돼 있다.

◆ 현금거래 시장 활성화

케빈 킴 대표는 "한국의 아이템베이와 같은 아이템거래 중개업이 점차 활성화되고 있다"며 "'플레이스판(Playspan)과 같이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받아 사업에 착수하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세컨드라이프'의 성공 이후 게임 내에서 이용자가 생성한 콘텐츠를 게임 내 가상화폐로 바꾸고 실제 화폐로 환전해주는 모델이 주목받고 있고 현재 법규상 합법적인 사업모델이기도 하다.

◆ 개발사로 진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케빈 킴 대표는 "어디나 마찬가지이지만 게임 품질과 품질과 스케줄 관리가 필수"라고 밝혔다. 품질도 품질이지만 한국의 게임업체 처럼 납기일을 준수하지 않는 개발풍토는 북미 시장에선 절대 통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현지 시장에 맞는 개발도 염두에 둬야 할 부분이다.

온네트는 '큐팡'의 미국 서비스를 앞두고 게임 타이틀을 '망가파이터'로 바꿔 현지에 선보였다.

"미국법인의 현지인 직원에게 발음해보라고 시켰더니 '큐팡'을 제대로 발음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름을 바꾸고 나서 마케팅 타깃도 '오타쿠'나 만화관련 한 것으로 맞춰, 명확한 콘셉트로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게임 '피싱챔피언' 속에 등장하는 아이템 '매운탕'은 현지 버전에선 '건빵'으로 바뀌었습니다. 현지 시장에 맞는 유연함은 필수입니다."

또 하나 유념해야 할 것은 배급사를 '파트너'로 생각하는 것이라고 케빈 킴 대표는 덧붙인다.

한국의 개발사가 미국 현지의 배급사와 게임 서비스를 위해 공조할 경우 일주일에 업무협조를 할 수 있는 실질적인 시간은 3시간 정도라고. 우선 시차가 맞지 않아 8시간의 표준근무시간은 물론이고 잠을 자지 않는 생활시간대에 연락을 취하기 쉽지 않다.

시간을 쪼개 커뮤니케이션을 하려하면 미국 쪽에서 회의를 진행하거나 기타 이유로 커뮤니케이션이 불가능하다. 책임자가 출장이라도 가면 급한 일 처리가 1~2주일 지연되는 것도 다반사다.

케빈 킴 대표는 한국 직원을 미국 파트너사에 잠시 파견하고 파트너사 직원을 한국에 초대해 짧게나마 호흡을 같이 해보는 방안을 추천한다. 그렇게 해야 일정이 어긋날 경우 얼마나 '피곤'해 지는지 알 수 있고 서로의 사업환경과 업무스타일, 고충을 이해하게 된다는 것이다.

◆ 배급사로 미국 시장에 진출하려면

케빈 킴 대표는 "그 나라에 대한 이해가 가장 우선돼야 하며 미국의 경우 한국인들이 다소 서투른 네트워킹 문화에 익숙해지는 것이 첫 걸음"이라고 조언한다

미국에선 네트워킹을 위한 파티 문화가 활성화돼 있는데 이는 넓은 국토와 편차가 큰 시차 때문에 형성된 문화라고 한다.

일부 메이저 게임사를 제외하면 대개 국내 업체는 미국 현지에서의 경험이 일천한 한국 직원들이 상주하며 사업을 전개하기 마련이다. 인맥과 네트워크 구축 없이 현지에 발붙히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다.

시장에 대한 이해와 '인내'가 그 다음 순서.

미국 시장은 여가 문화가 발달하지 않고 땅덩이가 좁은 동아시아 시장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라는 것이 케빈 킴 대표의 진단이다.

"한국에선 서비스 시작하자마자 언제 동시접속자 1만명을 달성하느냐를 두고 조바심을 냅니다. 이곳 시장은 서비스 오픈을 해도 하루에 1만명이 오지도 않는 시장입니다. 동시접속자 많이 확보하려면 중국이나 동남아 같은 개발도상국 시장으로 가야지요."

미국은 캠핑문화를 비롯 여러가지 놀이 문화가 발달해 있으며 게임을 위해 할애할 시간 자체가 그리 많지 않은 곳이다. 게임에 할애되는 시간의 절대다수는 콘솔 플랫폼이 독점하고 있다.

제대로 된 게임일 경우 이용자는 국내와 비교할 수도 없을만큼 서서히 형성되며 인내가 필요한 곳이다.

케빈 킴 대표는 "온라인 뱅킹 비밀번호를 잃어버려 신고했더니 4일 뒤 우편으로 보내주는 나라가 미국"이라며 "무엇보다 인내가 필요하며 게임 퀄리티에 확신이 있다면 초반 페이스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뚝심을 갖고 버티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첫날 동시접속자가 50명밖에 안돼 절망했으나 1년간 꾸준히 업데이트하고 서비스하며 버텼더니 유저들의 반응이 왔다고 한다.

"지불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면 주저없이 주머니를 털어 비용을 지불하는 곳이 북미시장입니다. 반면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불평등한 대우를 받았다고 생각하면 고소도 서슴치 않는 시장입니다.

성장속도가 더디지만 미국 시장은 서서히 그 가능성을 엿보이고 있습니다. 현지 시장에 진출하는 국내 게임사들이 시행착오를 가능한 줄이고 시장에 안착, 산업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서정근기자 antila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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