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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 상황때 '허위논란' 인터넷글 삭제 지침 만든다


방통위, 내년 3월까지 제정 계획…논란 거세

방송통신위원회가 연평도 포격처럼 국가안보와 직결된 긴장상황 발생시 명백한 허위사실 및 유언비어를 규제하는 '가이드라인'을 이르면 내년 3월까지 만들겠다고 밝혀 논란이 커지고 있다.

방통위 엄열 네트워크윤리팀장은 22일 "대통령 업무보고 이후 유언비어 게시물에 대해 인터넷 사업자의 자율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유언비어나 명백한 허위사실에 대한 기준 마련 등을 골자로 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엄 팀장은 "긴장 상황에 대한 정의도 필요하고, (가이드라인은) 굉장히 제한적으로 활용될 것"이라면서 "'명백한' 허위사실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카테고리별로 만들 것이고, 필요하다면 공청회도 하는 걸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계획은 연평도 포격시 '□□ 예비군 동원령 발령' 같은 명백한 허위사실을 차단하고 삭제해 국가적 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인터넷 업계와 네티즌들은 국가 권력의 오·남용 가능성이 크다며 심각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이 가이드라인은 인터넷 내용 심의 관련 법인 '정보통신망법'의 '불법정보의 유통금지(44조의7)' 조항을 넘어 정부 차원의 새로운 지침을 만들겠다는 것이어서, 사회적 합의를 위한 공론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회교란 목적의 유언비어 자율 규제?

최근 진행됐던 방통위 대통령 업무보고 중 눈에 띄는 것 중 하나가 사이버 세상의 유언비어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부분이다.

방통위는 사회교란 목적으로 인터넷상에 유포되는 명백한 허위사실이나 유언비어 정보에 대한 민간의 자율 심의를 강화하고, 해외에 서버를 두고 국내인을 대상으로 불법유해정보를 유포하는 친북사이트 등에 대한 웹사이트 차단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엄열 팀장은 "평상시의 인터넷 내용심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하지만, 우리는 명백하게 법으로 규정된 게엄이나 교전 같은 전시상황이나 국방부가 '진돗개 발령' 등을 냈을 때 인터넷상의 명백한 허위 정보에 대해 (삭제나 차단 등을)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방통위 또 다른 관계자는 "전시상황 등에서 방통위원장이 삭제명령을 하는 게 아니라, 사이버테러 수준의 글에 대해 포털에게 자율규제를 권고하고, 포털이 이를 삭제하거나 임시조치(블라인드) 하게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방통위는 전시 상황과 포털의 자율규제를 강조하나, 인터넷 업계는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방통위가 가이드라인에 어떤 내용이 담길 지 보여주지 않고, 긴장 상황때 명백한 허위사실이 인터넷에 떠도는 건 문제라는 정도만 이야기해서 황당한 생각마저 들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보통신망법에는 한 번도 적용한 적이 없지만 방통위원장이 관계중앙행정기관장의 요청에 따라 인터넷 업계에 인터넷 글 삭제를 명령할 수 있게 돼 있다"면서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면 삭제 명령이 떨어질 수 있고, 이를 인터넷 기업은 받아들일 수 밖에 없어 표현의 자유가 심각하게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시상황의 표현의 자유 문제 폭넓게 논의돼야

국내 인터넷 전문가들은 9.11테러 이후 미국에서 '전시상황에서의 표현의 자유' 논란이 뜨거웠던 것처럼, 국내에서도 국가 비상상황 인터넷글 삭제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기 전에 수차례의 공청회 등을 열어 국민 여론을 수렴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왜냐하면, 현행 정보통신망법에서 인터넷 등 정보통신망을 통해 유통될 수 없는 불법정보(44조의7)는 ▲음란물 ▲거짓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정보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반복적으로 유발하는 정보 ▲정당한 사유없이 타인의 프로그램 등을 훼손하거나 위변조 하는 등의 정보 ▲청소년 보호법에 따른 유해매체물로서 확인표시 등을 하지 않은 정보▲ 법령에 따라 금지되는 정보 ▲국가기밀 누설 정보 등에 한정되기 때문이다.

아직 명백한 허위사실이나 유언비어는 법에 의한 규제 대상이 아니다.

인터넷 업계 전문가는 "방통위가 만들려는 것은 급박한 남북 긴장 상황에서 작동되는 '충무계획' 처럼 전시 상황에서 국민의 표현의 자유에 제한을 가해 방통심의위의 심의없이 글을 삭제하거나 하려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미국의 경우 전쟁시대의 표현의 자유 문제에 대해 링컨대통령 시절부터 9.11 테러 직후까지 사회적인 공론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남북 전쟁 당시 북군의 움직임을 보도한 신문사를 폐쇄한 링컨의 행위에 대해 미국에서는 '국가안보를 위한 적절한 판단이었다'는 평가와 '당장은 적에게 이로울 수 있지만 감시와 견제가 있어야 발전한다'는 시각이 부딛혔던 만큼, 우리나라에서도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기 전에 전시 등 국가 긴장 상황 발생시 표현의 자유 문제에 대한 충분한 토론과 협의가 진행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부는 전시상황이라고 하더라도 인터넷글에 대해 무단으로 삭제할 의향도 방법도 없다"면서 "가이드라인 이야기는 아직 듣지 못했으며, 만약 만든다면 공청회 등을 거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문방위 최문순 의원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정부가 추진하는 건 '인터넷 계엄령'에 다름 아니다"면서 "헌법이 정한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할 것인 만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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