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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이상철 부회장의 승부수


이상철 부회장이 LG 통신3사 합병법인 대표로 취임한 지 1년이 다 돼 갑니다.

1년 전 이 부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탈(脫)통신'을 꺼내 들었습니다. 예전같은 통신 마인드로는 미래가 없으니, 고객별 맞춤 가치를 제공하는 회사가 되겠다는 거죠.

그 뒤 LG U+는 '고정 관념'을 파괴하는 서비스를 연이어 선보였습니다. 통신비 예측이 가능한 최초의 결합상품인 '온국민은 요'를 비롯해 이용자 트래픽을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 수 있는 '개인용 클라우드(U+ Box)', 타사 스마트폰에서도 쓸 수 있는 '모바일인터넷전화앱(U+ 070)' 등이 지난 1년간 LG U+가 선보인 서비스들입니다.

그런데, LG U+의 이 같은 전략이 성공했다고 말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가입자 규모는 물론 가입자당매출(ARPU)도 시원찮기 때문입니다. LG 통신3사 합병으로 KT·SK텔레콤과 경쟁하는 '신(新)통신 3강 체제'가 도래할 것이라는 예상이 무색할 정도입니다.

29일 LG U+ 기자회견장에서 만난 이상철 부회장도 이를 시인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이 부회장은 "네트워크의 열세, 브랜드의 열세, 가입자의 열세가 악순환돼 어렵다"면서 "2년 정도 어렵더라도 이제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상철 부회장이 생각하는 가위는 '네트워크'와 '쇼셜네트워크서비스(SNS)'간 시너지에 있는 것 같습니다.

'공유' 컨셉트의 와이파이 전용망(U+존)이 대표적이죠. 250만 인터넷 전화 고객들의 댁내 와이파이 접속점(AP)을 다른 사람들도 쓸 수 있는 구조를 바꿔주면서, 와이파이를 단순 접속서비스에서 품질 보장과 보안이 완벽한 통신망으로 진화시키겠다는 겁니다.

당장은 LG U+ 고객들이 무료로 쓸 수 있지만, 2012년까지 250만 와이파이 AP와 8만개의 와이파이존이 끊김없이 연결되면 경쟁사 가입자들도 홀깃해 질 수 있습니다.

100메가급 속도가 가능하다는 점이 부각되고, 내 위치에 기반해 검색이나 쇼핑 등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며, U+존에서 친구들과 쉽게 소통할 수 있다면 상당한 인기를 누리겠죠.

특히 'U+존'은 가입자들의 자발적인 행동에 기반한다는 점에서 은행이나 병원, 유통업체들에게도 상당히 매력적인 제휴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이상철 부회장은 "단말기는 9개월 정도 지나면 동등해지는 시대지만, 네트워크 전쟁으로 가면 2~3년은 갈 수 있다"면서 "단말기에 탑재된 콘텐츠가 아니라, 개인맞춤형 클라우드나 SNS 솔루션 등이 중요해지는 만큼 MS나 페이스북과 제휴해 그런 콘텐츠를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1990년대 말 PC통신에서 인터넷 포털로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던 때가 생각납니다.

당시 LG데이콤의 '천리안'은 눈앞의 수익때문에 개방형 서비스로 진화하지 못해 네이버나 다음에 인터넷 관문국의 자리를 내주게 됐죠.

그러나 지금의 LG U+는 '내 네트워크에 서비스와 콘텐츠를 얹어 고객을 묶어두겠다'는 통신의 기본을 버리려 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상철 부회장의 승부수가 성공할 지는 미지수입니다. 하지만 성공 여부를 떠나 이 같은 시도는 통신 업계 전반에 '개인맞춤형 융합서비스'를 대중화하는 데 기여할 전망입니다.

당장은 내년도 태블릿PC의 성장률이 얼마나 될 지와 SNS에 대한 호응도 및 규제 움직임, U+존을 지원할 단말기 소싱 능력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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