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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효경쟁정책은 생존의 테마"...남용 LG텔레콤 사장


 

남용 LG텔레콤 사장은 얼굴을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하다. 정보통신업계의 CEO들중 활발하게 나서는 사람들이 많지 않지만 남사장의 은둔 기질은 이미 정평이 나있다.

LG텔레콤 사장으로 취임했던 지난 98년 이후 그가 공식적으로 언론에 얼굴을 드러낸 횟수는 많아야 10여회. '아직 부족한 게 많다'며 그는 한사코 공식 기자회견만은 사양해 왔다.

고민을 많이 해서일까. 평소 '염색을 한다'고 했지만 흰머리가 부쩍 늘었고 그가 내뱉는 말 한 마디 한 마디마다 진지함과 고민이 배어 있었다. 좀처럼 흥분하지 않는 그이지만 순간 순간 격앙된 어조가 돌출됐고 때로는 웅변조의 연설까지 이어졌다.

이동전화시장의 3위 사업자이자 세 번째 3강의 주도세력으로써 LG텔레콤은 어떤 문제에 직면해 있으며 남사장이 제시하는 해법은 과연 무엇일까.

테마가 돼 버린 유효경쟁정책

요즘 남사장을 고민하게 만드는 테마는 재론의 여지 없이 '유효경쟁정책'이다. 그는 유효경쟁정책의 도입을 '생존의 문제'라고 요약했다. LG텔레콤이 살 수 있고 통신시장이 유지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을 위하는 해법이 바로 유효경쟁정책의 도입이라는 것.

"워낙 절박하다고 느껴서인지 여러 가지로 생각을 해보게 됩디다. 수차례 고민하고 생각하고 또 방법을 찾아보기도 합니다. 사안 사안별로 가능한 대안과 해법을 고민해 보니 유효경쟁정책의 도입이 너무나도 필요하더군요."

그는 주위의 숱한 반론과 지적에 즉각적으로 답할 수 있는 비결 역시 '숱한 고민과 사색의 덕일 것'이라며 웃는다. 요즘은 잠시의 틈만 나면 유효경쟁정책에 대해 생각하고 또 고민한다는 설명이다.

어찌 보면 그는 요즘 유효경쟁정책과 더불어 생각하고 또 그 안에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총괄요금규제와 차등 접속료, '왜 필요한가'

남사장은 유효경쟁체제 구축에는 총괄요금규제와 차등 접속료 도입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른 여러 가지도 해결돼야 하지만 이 두가지는 다른 어떤 것보다 먼저 도입돼고 또 해결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공개된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추정해 보니 SK텔레콤과 LG텔레콤의 접속 원가에는 약 60원 정도의 차이가 나더군요. 하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2원밖에 차이가 안납니다. 원가에 따라 접속료를 적용한다는 규정에 비춰본다면 LG텔레콤은 그동안 58원이나 손해를 본 셈이지요."

남사장은 그로 인해 "SK텔레콤이 LG텔레콤에 비해 5배 정도의 초과이윤을 거뒀다"고 주장했다. "현재의 접속료 체계는 후발 사업자의 희생을 담보로 선발사업자들을 배불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총괄 요금규제 역시 "SK텔레콤의 현금 영업을 막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는 지적이다.

남사장은 "10년 넘게 이동전화사업을 해 온 SK텔레콤과 후발 PCS사업자들은 영업과 수익구조면에서 큰 차이가 난다"며 "단순히 기본료만을 규제할 게 아니라 현금 기반 마케팅 비용까지도 총괄적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LG텔레콤도 소비자들을 위해 많은 마케팅 비용을 쓰고 혜택을 나눠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경영상 불가능합니다. 뼈를 깍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현재 이동전화시장의 구조상 이는 이론상으로만 가능할 뿐 절대 불가능합니다."

남사장은 "LG텔레콤의 주장은 '우리가 앞장서서 소비자들에게 이익을 돌려줄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 달라'는 것이지 소비자 혜택을 줄이자는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한 예로 번호이동성만 해도 "소비자 후생 차원에서 중요한 것임에는 틀림 없지만 적어도 25%의 점유율은 확보해야 탄력적 검토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유효경쟁 여건이 마련되지 못하면 경쟁이나 소비자 후생 모두 그림의 떡이 될 수밖에 없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남사장은 그러나 "경영에 관한한 앞으로도 각고의 노력을 다할 것임"을 강조했다. "소비자와 정부가 믿어준다면 소비자 후생과 복지에서 LG텔레콤이 1위가 되겠다"며 그는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B대역은 우리 것"

유효경쟁정책에 이어 그가 고민하는 또 다른 주제는 IMT-2000 주파수다. B대역을 둘러싸고 SK텔레콤과 오랜 시간 논쟁도 벌이고 협상도 벌여왔지만 아직 해답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남사장은 'B대역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원래 우리 것이죠"라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논쟁거리도 아닌데 왜 논쟁이 되는 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말도 덧붙였다.

다만 "아주 오래전 기술적 검토를 거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 고위관계자가 'A대역이 괜찮지 않겠냐'고 물어와 '그럴 수 있다'고 답한 게 원죄일 뿐"이라는 것.

뚜렷한 속내야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남사장의 답변 속에는 'B대역을 양보할 의사'가 없었다.

"cdma2000-1x EV DV 앞당기는 방법 모색중"

남사장은 이밖에 통신망 진화와 관련, " cdma2000-1x EV DV를 앞당기는 것"이라는 말로 앞으로의 전략을 대신했다. cdma2000-1x EV DO에 대해서도 고민중이지만 상업적 실효성에 대해서는 아직 확신이 서지 않았다는 것.

남사장은 "어떻게 하면 cdma2000-1x EV DV를 앞당길 수 있는 지를 더 많이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빨리 가는 것보다는 상업성에 대해 고민중"이라는 말로 통신망 진화 계획을 요약했다. 통신시장의 특성상 신규 진화 서비스를 위해 사업자들은 물론 소비자들까지도 막대한 지출과 투자를 진행해야 하므로 '빨리 가는 것이 능사가 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남사장은 cdma2000-1x EV DO 상용화에 앞서 내년 1월께에 고객대상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결과는 '아직 미지수'.

월드컵이 열리는 내년에는 통신망의 진화문제가 그의 머리 속을 가득 채울 전망이다. SK텔레콤이 내년 3월 상용화를 선언하는 등 경쟁사들은 이미 공격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김윤경기자 y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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