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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일]부자연스러운 단독중계 여론몰이


지난 5일 서울 중구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FIFA, 2010월드컵 3D관련 기자간담회'는 관심이 집중된 자리였다. 월드컵에다 '아바타' 이후 화두로 떠오른 3D까지 겹친 때문이었다. 기자 역시 상당한 기대를 갖고 참석했다.

하지만 막상 간담회가 시작되자 분위기가 엉뚱한 쪽으로 흘러갔다. 3D 중계 얘기는 뒷전으로 한 채 '단독 중계권'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 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만드는 데는 SBS 기자들이 한 몫을 담당했다.

"중계권 관련 질문은 받지 않겠다고 했지만 하나 묻겠다. 월드컵 중계권과 관련한 FIFA의 입장은 무엇인가?"

"FIFA가 생각하기에 한국이라는 시장이 어느 정도를 차지하는지?"

"중계권 재판매 논란이 다른 나라에서도 벌어진 적이 있는지?"

이날 간담회에서 SBS기자들이 쏟아낸 질문들이다. 이런 질문들에 대해 니클라스 에릭슨(Niclas Aricson) 국제축구연맹(FIFA) TV부문 본부장은 "SBS 단독중계에 만족한다"고 화답했다. 미리 준비한 듯 "FIFA가 약간 손해 본 협상이라 생각한다", "SBS덕분에 FIFA가 한국 언론계와 더 밀접하게 일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는 말도 했다.

그는 이미 중계부스 계약이 끝난 데다 월드컵 개막이 며칠 남지 않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공동중계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훈수까지 둬가면서 아예 단독중계에 못을 박았다. 민감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FIFA 관계자들의 답변은 거침이 없었다. 우량고객인 SBS의 긴급 지원요청을 받고 출동한 구원투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런 질문과 답변을 접하면서 기자는'낚인 것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다.

'낚시'의 징후는 그 뿐만이 아니었다.

이번 간담회를 준비한 컨설팅 업체도 어떤 내용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냥 FIFA에서 온다는 소식만을 들었다며 난감해 했다. 기자회견을 알리는 자료에는 FIFA의 TV중계 관계자들이 왔으며, 3D방송을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연다는 내용만 적혀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3~4명의 SBS 기자들이 3D 대신 중계권 재협상 얘기만 집중적으로 거론하면서 분위기를 잡아나간 것이다.

FIFA는 원래 주제였던 3D방송에 대해서는 간단하게만 언급했다. 현재 준비 중이며, 방통위가 허가해 주면 제공할 수 있다는 '원론적인 정보'만 되뇌었다.

SBS가 남아공 월드컵 단독 중계 의지를 밝힌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지난 3월8일 '아름답게 질주하는 대한민국'이라는 제목으로 낸 신문 광고에서도 단독 중계 강행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이 자리에서 SBS의 월드컵 단독 중계가 옳은지 그른 지를 따질 생각은 없다. '보편적 시청권 보장' 같은 교과서적인 얘기를 되풀이할 마음도 없다.

하지만 주관 부처가 "성실하게 협상에 임하라"고 권고한 상황에서, 또 경쟁 방송사들과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여론전을 펼치는 모습이 그다지 유쾌해 보이지는 않았다. 더구나 기자간담회란 그럴싸한 포장까지 입혀서 말이다.

물론 SBS에 대승적인 결단을 요구하는 것은 '가혹한' 일일 지도 모른다. 보편적시청권 의무도 있는 지상파방송사도 일종의 기업이라고 본다면 거대한 수익이 보장된 사업을 쉬 포기하긴 힘들테니 말이다.

그렇더라도 최소한의 양식과 솔직한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게 책임 있는 지상파 방송사의 책임 있는 자세 아닐까?

박정일기자 comj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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