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SBS, 남아공 월드컵 중계권 '맞짱'


SBS "무차별 분배 불가" vs KBS "공영방송 의무 지켜야"

KBS와 SBS가 '2010 남아공 월드컵' 중계권을 두고 공개 설전을 벌였다.

특히 양 측은 중계권료를 두고 팽팽히 맞서고 있는 지상파 3사 간의 지지부진한 협상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듯, 상대방에게 감정 섞인 공세를 퍼부었다.

SBS와 KBS 양 측의 관계자들은 9일 문화연대 주최로 서울 중구 배재학술지원센터에서 열린 '스포츠 중계권 분쟁, 무엇을 남겼나?' 토론회에서 처음으로 공개 토론회 석상에 앉았다.

그래서인지 이날 토론회에서는 지상파 3사를 비롯한 언론사들의 취재가 줄을 이었고, 참석자들도 흥분을 감추지 못한 듯 비난 레이스를 펼쳤다.

◆SBS "해설 선택권 어불성설"vs KBS "중계권료 133%나 올려"

이 자리에서 주영호 SBS 정책팀 수석연구원은 최근 연이은 지상파 방송사들의 질타에 유감을 나타내면서도 독점중계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지를 남겼다.

주 수석연구원은 "저희가 잘못한 면도 있지만 캐스터와 해설의 선택권이라는 '듣보잡' 논리까지 나온 것은 모순"이라며 "SBS가 가지고 있는 독점권의 무차별적 분배는 방송법에 규정된 보편적 접근권과 전혀 다른 논리"라고 주장했다.

이어 SBS가 '코리아풀' 중계권 협약을 어긴 것은 인정하지만 배신의 역사는 이미 오래 전부터 있었던 일이라고 강조하면서 "비즈니스는 상대가 거부할 수 있는 선 권리를 제공할 때 적용되는 것이며 욕하고 강압하는 것이 비즈니스는 아니다"고 KBS와 MBC의 고압적인 자세에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그러면서도 남아공 월드컵 단독중계 여부에 대해서는 미묘한 여지를 남겼다.

그는 한 KBS 기자가 "SBS가 남아공 월드컵을 독점 중계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현행 방송법을 벗어나 독자적으로 방송할 의지가 있는 방송사가 있는가. 현행법에 입각해 방송사업자로서의 의무를 충실히 하겠다"라며 현행법에 저촉되지 않는 한 단독중계를 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면서도 "지금 논의 중 가장 형편없는 것이 '이렇다면 어쩔꺼냐'라는 가정을 묻는 것"이라며 "다음 단계를 미리 말씀드리기보단 일단 지금 (중계권 협상)논의절차를 충실히 해나갈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반면 김춘길 KBS 스포츠중계제작팀장은 SBS가 독점 계약으로 중계권료를 133%를 올렸다고 맹비난하면서, 보편적 시청권 측면에서 공영방송의 월드컵 중계는 의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와 관련, "SBS가 밝힌 2010, 2014 월드컵 중계권료는 1억4천만 달러인데 반해 코리아풀로 사들인 2002 한일 월드컵과 2006 독일 월드컵 중계권료는 6천만 달러에 불가하다"며 "133% 인상은 우리나라가 최대 인상률"이라고 말했다.

이어 "SBS는 향후 중계권 계약을 '비즈니스'로 이해를 바라고 있는데 이는 향후 큰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럼 향후 중계권료 협상에서 코리아풀을 안 거치고 지금처럼 무한경쟁으로 한다면 터무니없는 가격이 계속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월드컵과 같은 큰 스포츠 이벤트는 공공재인 만큼 공영방송의 중계는 의무사항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해외 사례를 보면 미국은 철저한 상업방송이니 배제하더라도 선진국들의 사례를 보면 월드컵을 독점 중계하는 나라는 없다"며 "공영방송사를 월드컵 중계에 반드시 포함시키는 이유는 4년에 한 번 열리는 월드컵은 대체재가 없는 공공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월드컵 중계권을)신 자유주의 경쟁 시장논리에 맡긴다면 그로 인해 생기는 폐해가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보편적 시청권 관련)방송법이 생긴 것"이라며 "법 제도를 정리하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든 공영방송이 월드컵과 올림픽을 제대로 방송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의 '중계권 협상 개입'엔 찬·반 엇갈려

한편 중계권 분쟁의 해법과 관련해서는 양 사와 학계, 시민단체 등이 '정부의 개입'과 '자율적 해결'로 입장이 엇갈렸다.

이날 발제를 맡은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중계권 논란 해소를 위해 방송통신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스포츠 중계 영역을 논의할 수 있는 '미디어스포츠 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이어 "정부 측은 중계권 협상자들이 참고할 수 있는 자료와 협상의 가이드라인을 강제적인 부과가 아닌 협조적 제안 차원에서 제공해야 한다"며 "분쟁 발생 시 방통위의 신속한 개입과 해결을 명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KBS 측도 이에 적극 동의의 뜻을 나타냈다.

반면 SBS 측 주 연구원은 "스포츠 중계권 분쟁 발생 시 정부의 개입은 규제기관의 과도한 참여라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정부의 중재여부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양문석 언론연대 사무총장도 지상파의 중계권 분쟁에 대해서는 양비론적 입장을 펼치면서도 "중계권은 시청자와 방송사 간의 자율권이지 또 하나의 권력행사 영역으로 확장돼선 안 된다"며 "정치권력은 이 문제에 있어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정일기자 comj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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