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경]원칙없는 통신행정이 업계를 망친다

합리적이고 일관된 경쟁활성화 정책으로 나가야


통신사업의 규제 정책기능이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통신료 20%인하 공약을 지키기 위해 정부에서 흘러나오는 방침이라는 것이 앞뒤가 맞지 않고 시장을 크게 혼란시키는 것은 물론, 통신업계뿐 아니라 현 정부의 전체적인 신뢰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내용들이다.

우선 전파가 나라의 공공재이기에 이통사업자는 이익만 추구할 것이 아니라 공공서비스를 생각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고 많은 국민들도 이에 공감하고 있다. 하나 이것은 현상을 잘 못 알고 있는 것이다. 통신사들은 정부에 이미 응분의 대가를 지불하고 일정기간 동안 주파수를 사용할 권리를 갖고 있다. 아무 대가없이 주파수가 할당된 지상파 방송사의 경우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따라서 방통위원장이나 일부 국회의원들이 말하는 바와 같이 이통사들이 공공재인 전파를 사용하고 있으므로 국민이 원한다면 요금을 내려야 한다는 논리는 적용되지 않는다.

또 하나, KT의 통신관로 등은 세금으로 이뤄진 것이니 민간기업과 다르다는 주장도 한다. 그러나 정부는 과거 국영 통신회사를 민간에게 팔아 그 대가를 받았다. KT는 국내 국외 투자가들에게, 그리고 한국이동통신은 SK에게 팔아 10조원 이상을 국고로 납입한 바, 그 회사의 자산은 더 이상 국가소유가 아니다. 이제 와서 공기업에게 요구하는 수준의 의무를 강조하는 것은 현대자동차나 삼성전자에게 가격을 내리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더구나 이들 회사에 투자한 외국 투자가들에게 통신요금을 정부가 정해 주겠다고 나서는 한국정부가 어떻게 비쳐질 것인지 걱정해야 한다.

정 통신요금을 정부가 올렸다 내렸다 하고 싶으면 이들 회사를 다시 사들여 국영화하면 된다.

현행법에 따르면 정부가 통신사업자에게 요금을 내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다만 지배적 사업자의 요금을 인가 할 수 있을 뿐이다. 지배적인 사업자 외에는 요금약관을 신고만 하면 되기에 방송통신위원회가 왈가왈부할 여지가 없다.

또 사전에 사업자들을 모아 놓고 너는 얼마, 너는 얼마 받아라! 하는 것은 투명한 시장에서 있을 수 없는 담합행위를 조장하는 것으로 공정위 조사 대상이다.

과거 방통위의 전신인 정통부에서는 소위 행정지도라는 명목으로 구두로 이러한 명령을 내린 바 있다. 불법이기에 절대 문서로 기록을 남기지 않고 자행하는 편의행정이다. (공정위에서 문제 삼으면 행정지도를 받은 사업자만 애 먹는 구조다.) 그런데도 방통위원장은 국회의 해당 상임위에서 행정지도 방침을 태연히 언급하고 일부 의원들은 이를 요구하고 있다.

방통위는 통신요금에 관해 사업자들과 '협의'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규제기관과의 소위 '협의'에 압력을 느끼지 않는 사업자가 있겠는가? 최소한 내 경우를 돌아보면, 사업자 입장에 있었을 때 규제기관과 '기탄없는 의견교환'을 한 기억이 없다.

방통위는 모두에게 공개적으로 적용되는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팔 비틀기 식, 비공식적인 행정지도는 부패의 온상이 되고 오만한 관리를 낳게 마련이다.

정부가 이렇게 일관성 없는 방침을 구태의연한 사고로 추진하는 것이 안타깝다. 그 사이에 세계의 찬사를 받던 우리의 IT경쟁력은 날로 추락하고 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안하고 엉뚱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지키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안팎으로 납득이 갈 수 있는 합리적이고 시대에 맞는, 그리고 대통령의 국정 철학에 맞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 나아 갈 때, 방통융합을 부르짖고 출범한 정부의 컨트롤 타워가 제 구실을 하기 시작할 것이다.

방통위는 어떻게 경쟁을 활성화 시키고, 투명한 시장질서를 확립해 통신비용을 내리고 소비자를 보호하는 정책을 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언제까지 개발경제 시대의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인가?

/이용경 국회의원(전 KT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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