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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오의 엔트로피]'21세기형 관계 맺기'…진화된 SNS


2009 SNS 표류기(漂流記)

관계 맺기 서비스(SNS, Social Networking Service)가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플랫폼과 색깔은 다르지만 최근 SNS를 선보이는 업체가 급증하고 있다. 네티즌들의 입체적 관계 맺기를 통해 새로운 미디어를 만들고자 하는 모습이 엿보인다.

미디어의 속성 중 가장 큰 것 중의 하나가 소통(疏通)이다. 서로 말이 통한다는 뜻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자주 이 소통에 가로막혀 답답해한다. 목적지를 잃고 방황하는 경우가 많다.

SNS가 네티즌들에게 인기를 끄는 원인을 두고 혹자는 '현재의 소외감과 외로움을 풀어 놓기 위한 색다른 공간'으로 인식하기 때문 아니겠느냐는 의견도 내놓는다. 소통되지 않는 현실의 갑갑함을 사이버 공간에 마음껏 풀어놓음으로써 대리만족을 느낀다는 것이다.

수많은 네티즌들이 2009년 지금, 관계 맺기 공간을 표류하고 있다. 어디로 흘러가는지 목적지가 어딘지 굳이 알아야 할 필요도, 심지어 알고 싶지 않다는 사람도 있다. 그들은 SNS 공간에서 하고 싶은 말, 관계 맺고 싶은 사람, 따라가고 싶은 사람 등 수많은 판단기준에 따라 선택하고 즐긴다.

2009년 SNS 표류선을 띄운다. 스타플의 윤경석, 잇글링의 윤지영, 런파이프의 이동형, 링크나우 신동호 사장과 싸이월드 허진영 커뮤니티실장, 미투데이의 박수만 부장, 톡픽의 윤제필 팀장이 승선했다.

◆"SNS는 □□이다"

단답형으로 물었다. SNS는 Social Networking Service의 약자이다. 굳이 풀이해 본다면 '사회적 네트워킹 서비스'이다. 사전적 해석을 넘어 업체에서 생각하는 또 다른 의미가 있지 않을까. 쉽게 질문했다.

답만 제시한 업체도 있었고 답을 제시한 뒤 의미를 풀어준 업체도 있었다.

◆"왜?"

SNS가 2009년 들어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SNS라고 한다면 인터넷이 시작될 때부터 이미 있었던 개념 아니겠는가. 1969년 미국의 4개 대학을 연결하기 위해 구축한 알파넷(ARPANET)이 인터넷의 시작이었다. 이쪽 컴퓨터와 저쪽 컴퓨터를 연결하는 것, 인터넷 관계 맺기의 첫 발자국이었다.

PC통신은 어떻고? 마찬가지이다. '접속(한석규, 전도연 주연)'은 PC통신의 채팅이란 관계 맺기를 주제로 만든 영화였다. 이메일은? 블로그와 카페는? 역시 이쪽과 저쪽이 서로 관계하는 SNS의 범주에 포함된다.

잇글링(www.itgling.com)의 윤지영 사장은 "SNS는 인터넷이 시작된 그 순간부터 늘 존재해 왔던 것"이라며 "최근 국내외 여러 사이트들이 SNS라는 이름으로 서비스 개념이 총칭되면서 사람들이 새롭게 받아들이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이것뿐일까? 늘 있어 왔지만 지금 붐을 일으키는 데는 또 다른 무언가 있을 터. 개방과 오픈 플랫폼 덕이라는 거. 싸이월드(www.cyworld.com) 허진영 커뮤니티실장은 "플랫폼 오픈을 통해 다양성에 대한 만족도가 높고 모바일 웹 활성화를 통해 접근성과 즉시성이 강화됐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여기에다 자신의 입맛에 따라 칼국수 반죽을 달리해 초록, 빨강, 검정 칼국수 등을 맘껏 먹을 수 있다는 것. 톡픽(www.tocpic.com)의 윤제필 팀장은 "해외의 페이스북과 트위터, 국내의 미투데이는 아주 간단한 기능만을 제공하지만 이용하는 사람에 따라 매쉬업 등을 통해 자신만의 색깔을 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있다. 싸고 편하다는 것. 맞는 말이다. 인터넷에 접속만 돼 있으면 추가 비용이 필요 없다. 허진영 커뮤니티실장은 "유명인과 관계를 맺든, 지인들과 사귀든 SNS에서는 싸게 할 수 있고 정보와 공유가 편하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이것뿐이라면 조금 밋밋하다. 더 있단다. 꾸미지 않아도 된다는 '날 것의 일상'이 포인트라는 것. 생각해 보라. 블로그에 포스팅 하기 위해 어떤 수고와 시간이 필요한지. 글 쓰고, 이미지 작업하고…

어떤 이들은 파워 블로거를 두고 정말 정말 존경스럽다고 한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다른 사람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란다.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한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시간이 들어가고, 어려운 일인지 포스팅해 본 사람은 안다.

그러나 최근 SNS는 미투데이(www.me2day.net)의 박수만 부장의 말에 따르면 "포스팅 작성에 많은 시간을 투입해야 하는 블로그와 달리, 생각이나 감정 등 날 것의 일상을 짧은 시간에 간략하게 기록할 수 있어" 장점이라고 한다.

덤으로 한 가지 더. 관계 맺기의 속성이 전과는 다르다는 것. 예전에는 '나랑 관계 맺을래?'라고 정중히 요청해 상대방이 동의하면 관계가 맺어졌다.지금은 맘에 드는 인물, 감성을 자극하는 글, 주제가 있는 단체 등이 있으면 무조건 '따라가면' 된다.

윤제필 팀장은 "트위터의 following, follower 처럼 누구나 쉽게 SNS에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것이 최근 SNS 붐을 일으키는 하나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한 마디로 예전의 SNS가 '초대와 허락'을 통한 공식 파티였다면 지금의 SNS는 자유로움의 극치인 클럽 파티에 해당된다고나 할까.

◆표류의 끝은?

SNS가 궁극적으로 어떤 목적지에 도착할 것인지 그 누구도 답을 내놓지 않는다. 지금의 흐름을 봤을 때 어디론가 가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스타플(www.starpl.com)의 윤경석 사장은 '정보의 모세혈관'으로써의 SNS를 들고 나왔다. 모세혈관이란 무엇인가. 우리 몸 구석구석, 거미줄처럼 미세하게 뻗어 영향을 공급해 주는 절대적 신체 구성 요소 아니겠는가. 윤 사장은 "정보라는 피가 온 몸의 구석구석까지 SNS 혈관을 타고 흐를 것"이라고 실감나게 묘사했다.

소통되지 않는 답답한 현실의 돌파구가 될 것이란 분석도 자연스레 나왔다. 미투데이 박수만 부장은 "SNS는 소통의 창구인 동시에 분출구이며 사회를 변화시키는 동력이 될 것"이라며 "소통의 욕구를 해소하는 것이 SNS의 주된 기능 중 하나"라고 진단했다.

투명 사회를 앞당기는 개혁 도구로써 기능할 수 있다는 것. 런파이프(www.runpipe.com) 이동형 사장은 "SNS가 사회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이 유통시키기 때문에 사회가 좀 더 투명해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허진영 실장도 "자발적 커뮤니티가 형성되면서 사회적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적인 측면도 앞으로 강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윤제필 팀장은 "비즈니스 관계에 있는 사람들로 확대되면 개인 마케팅과 홍보 도구 등으로 SNS가 기능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 솔깃한 이야기도 나왔다.

링크나우(www.linknow.kr) 신동호 사장은 "SNS는 사회를 변화시킨다. 페이스북, 트위터의 도움 없이 오바마가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대통령까지 만든 SNS를 강조하고 나섰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선거 운동기간 동안, 존재하는 모든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만큼 선거운동에 인터넷을 '200%' 활용했다.

인터넷 관계 맺기의 가장 성공한 사람이자 달인을 뽑으라면 단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0순위로 거론될 만하다. 국내 정치인들도 하나, 둘 트위터 등 마이크로블로그에 합류하고 있다. 2010년 지방자치단체 선거, 연이어 뒤따르는 국회의원, 대통령 선거 등에 SNS가 어떤 역할로 자리 잡을 지 궁금증을 불러 일으킨다.

SNS는 어느 날, 뜬금없이 하늘에서 툭 떨어진 생소한 발명품이 아니다. 인간의 역사가 시작될 때부터 이미 존재해 왔다. 인간의 역사와 함께 진화해 온 개념으로 봐야 한다. 소리로, 문자로, 기록으로, 인터넷으로 조금씩 조금씩 진화해 왔다.

여전히 SNS는 진화하고 있다. 그 궁극적 끝이 어디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진화 중에 있는 지금의 SNS를 타고 표류해 보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지 않을까.

표류하다 보면 자신이 알지도 못하는 사람과 장소를 만나고, 새로운 문화를 접하고, 깜짝 놀랄 정보도 듣고…수없이 많은 새로움에 젖어드는 것, SNS로 느낄 수 있는 선물들이다.

정종오기자 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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