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 요금 해법]④실효성 있는 경쟁촉진 정책 필요

유심(USIM) 칩 완전 개방과 재판매 활성화가 최선


우리나라 이동통신 시장은 SK텔레콤, KT, LG텔레콤 등 3개사가 5대 3대 2의 점유율을 유지한 채 수년째 고착화됐다. 또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따르면 이들 3사의 요금은 초기에 상당한 수준까지 격차가 있었지만, 유사한 요금제가 쏟아지면서 오히려 그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

"사업자 사이의 경쟁을 촉진해 자연스럽게 요금을 내리도록 하겠다"는 정부 정책이 불신을 사는 까닭도 이렇게 고착화된 시장상황 때문이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산업을 키우는 동시에 국민들의 가계통신비를 줄이는 최선책은 결국 경쟁을 활성화하는 방법뿐이라고 입을 모은다.

문제는 경쟁 활성화 정책의 실효성이다. 사업자들이 건전한 방법으로 치열하게 요금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정책 대안이 절실한 것이다.

통신 전문가들은 그 최선의 정책 대안으로 ▲USIM 완전 개방과 ▲도매대가 사전규제 등을 통한 이동통신가상이동망사업자(MVNO) 활성화를 꼽는다. 그래야 '죽었던' 경쟁이 '건전한 방식'으로 되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다.

◆방통위, 기본료 인하 검토

방송통신위원회가 최근 요금인하 정책으로 관심을 쏟는 것은 보조금 대신 요금(기본료)을 깎아주는 상품을 내놓게 한다는 것이다.

새로 휴대폰을 구입할 때 1대당 20만~40만원까지 제공하는 휴대폰 보조금 대신 월 1만2천원(SK텔레콤, KT)과 월 1만1천900원(LG텔레콤)에 달하는 기본료를 24개월 등 약정가입을 전제로 매월 할인해 주는 요금제를 유도한다는 것.

일단 이통사들은 기본료 인하로 인해 비용이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비용통제가 가능한 보조금 대신 매월 매출로 잡히는 기본료를 인하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울 뿐만 아니라 이런 상품을 출시해도 유통점간 경쟁과열로 보조금이 사라지기 힘들다는 점에서 이중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기본료 인하는 우선 요금인하를 피부로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로부터 환영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기본료가 낮고 통화료가 비싼 요금제가 소비자 선택권을 넓힐 수 있는 장점도 지녔다.

그럼에도 일부 시민단체들은 통신사들의 볼멘소리는 기우이며, 기본료를 내리는 대신 요금을 올리는 것은 통신사들이 사실상 요금을 내리지 않는 조삼모사(朝三暮四)식 편법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로 이통사들이 기본료를 내리는 대신 통화료를 비싸게 바꾼다면 소비자들이 지불하는 실제 요금이 내려간다고 단정하기도 힘든 상황인 셈이다.

◆USIM 완전 개방하면 보조금 사라져...요금인하 여력 생겨

그렇다면 연간 6조원이 넘는 보조금이 '단말기 메뚜기족' 뿐 아니라 전체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가입자식별모듈(USIM)의 완전한 개방이 선택할 수 있는 최적의 대안이라고 강조한다.

식별 칩만 바꿔 끼면 되도록 완전한 USIM 개방이 이뤄지면, 이통사와 기종을 가릴 필요가 없어 슈퍼마켓에서도 단말기를 살 수 있게 되며, 그런 상황을 맞아야 보조금 경쟁도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통사들도 가입자 유치나 방어를 위해 막대한 보조금을 쓸 필요가 사라진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관계자는 "SK텔레콤과 KT간의 USIM 개방뿐 아니라 이통사들과 가상이동망사업자(MVNO) 사업자들간 USIM 개방까지 확대돼, 이들의 마케팅비 경쟁참여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은 USIM 개방에 대해 방통위와 이통사들이 소극적인 상황이다. 지난 해 10월 방송통신위 국감에서 변재일 민주당 의원은 "2008년 7월 1일 SK텔레콤과 KTF가 3세대 휴대폰의 USIM을 완전히 개방했지만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면서 "MMS와 무선인터넷 등을 이용할 수 없는 반쪽짜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도 방통위와 이통사가 USIM 개방효과를 보려는 의지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매 활성화 조치 필요

USIM의 전면적 개방과 함께 생각해볼 수 있는 방안은 재판매사업자(MVNO) 활성화라 할 수 있다.

KISDI에 따르면 2008년 말 기준 KTF와 LG텔레콤의 망을 이용해 재판매를 제공하는 사업자는 약 17개. KT가 자회사인 KTF 서비스를 재판매 하는 비중이 81.5%(1조8억원)을 차지하고, 무선재판매가 전체 이동전화 소매시장에서의 점유율은 1.2%에 불과한 실정이다.

유력 재판매 사업자의 하나인 스페이스넷의 경우 소량이용자용 요금제를 출시해 거대 이통사와 차별성을 보여주고 있지만 점유율이 미미한 편이고, KT재판매는 KTF와 동일한 상품을 제공하고 있어 차별성이 없다.

이 같은 현실은 단순 재판매 사업이 아니라 획기적인 아이디어와 서비스를 제공해야만 MVNO 사업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고, MVNO의 성공은 곧 요금인하와 맥락을 같이하게 되는 것이다.

MVNO 활성화를 위한 전제 장치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정보통신 분야의 한 전문가는 "신용카드사나 자동차 회사들이 MVNO 사업자로 들어오려면 MVNO 사업자들이 이통사와 망이용대가를 협상할 때 지나치게 불리하지 않도록 정부가 사전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회에서 논의중인 재판매법에 도매대가 사전규제 조항을 넣어야 한다는 얘기다.

◆간접접속 허용은 투자의욕 줄여

일부에서는 간접접속의 허용이나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 도입을 통해 요금인하를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모바일인터넷전화는 유선 인터넷전화처럼 이동통신 역시 IP를 활용해 저렴하게 서비스하자는 것으로, 기술적 완성도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신기술 도입에 따른 통신사들의 수익구조'의 역학 관계상 당장 이 같은 방안을 도입하긴 어려워 보인다.

재판매를 통한 경쟁활성화 정책을 추진할 경우 무분별한 업체 난립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와 부당이득 수수를 막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I사 등 5개 별정통신 회사는 2007년 10월부터 6개월동안 SK텔레콤의 커플무료통화와 착신전환서비스를 활용, 의미없는 음악을 송출해 통화를 유지시키고, 이통사가 유선사에 주는 접속료 중 일부를 편취해 갔다.

이같은 행위는 이통시장의 건전한 경쟁을 저해시킨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이에따라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은 ▲별정통신사업자의 정의를 기간통신설비 이용에서 기간통신사업자와 '계약'을 체결한 자로 바꾸고 ▲기간통신사와 협정이나 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약관과 달리 부당 이득을 취하는 행위를 금지행위로 신설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개정안'을 발의했다.

문방위 법안심사소위 관계자는 "감이나 모바일인터넷전화를 당장 전면 허용하는 건 이통사들의 투자여력을 한순간에 없앨 수 있어 쉽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별정통신사업자의 정의를 건드리는 문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하반기 국회에서는 MVNO 등 재판매를 키우기 위한 법적 조치들과 함께 간접접속을 일정기간 '유예'하는 내용의 법개정 논의가 뜨거워질 전망이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강호성기자 chaosi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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