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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통' 겪는 SW기술자신고제


현 기술자 경력 보호할 민간자격증 인증 등 수정-보완책 절실

"이전 직장에서 5년을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근무했어요. 그런데 기술자신고를 위해 경력 증명을 하려 했더니, 근무했던 그 회사가 소프트웨어 업체로 등록되어 있지 않아 경력을 인정해줄 수 없다는 거에요. 하도 기가막혀서 그냥 등록을 포기했습니다."

현재 직원수 100명이 채 안되는 중소기업 전산실에서 일하고 있는 개발자 A씨(경력 8년)는 최근 '소프트웨어기술자신고제'에 참여하기 위해 각종 서류를 등록기관인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에 내밀었다 이같은 이유로 거절당했다.

또 다른 개발자 B씨(경력 7년)는 경력 등록 항목 자체에 오류가 있다고 지적한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오픈소스 개발언어 중 하나가 바로 PHP에요. 그런데 PHP가 소프트웨어기술자신고 항목에 없어요. PHP 관련 개발자들은 이제 모조리 개발자 대접도 못받는 셈이 되는건가봐요. 그런데, 개발언어가 아닌 HTML은 기술자 경력 항목에 들어가 있더라고요. 소프트웨어 개발이 무엇인지 알기나 하고 신고를 하라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어요."

지난 해 12월말부터 본격 등록이 시작된 소프트웨어 기술자신고제도가 오는 7월 31일로 무료 등록이 마감된다. 8월 1일부터는 유료 등록 체제로 전환된다.

5일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말 현재 총신고자는 3만9천514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등록 및 승인 완료된 기술자는 9천292명이며, 나머지 기술자는 아직 신청과 접수, 보완 단계이다.

당초 정부와 협회측이 예상한 국내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약 10만명으로 무료등록이 한 달 여 남은 현재 40% 가량이 등록 신청을 했고, 이 중 10%가량이 등록을 완료한 상태다.

그나마 등록을 한 기술자들은 대부분 국내 대기업 및 중견 IT서비스업체 소속의 기술자들로, 회사 차원에서 직원들을 종용해 등록 하도록 장려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을 제외하면 당초 기술자신고제도의 취지대로 경력을 보호받아야 할 중소기업 소속 및 프리랜서 개발자들은 등록 신청조차 매우 미미한 상황이다.

◆프리랜서 개발자, 2~3년 경력 깎이는 일도

소프트웨어 기술자 신고는 지난 해 12월 고시된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시행되는 제도다. 소프트웨어 기술자들이 학-경력 등을 인정받으려면 국가에서 지정한 기관을 통해 소정의 비용을 지불하고 자신의 경력 사항을 등록해야 하며 이력이 발생할 때 변경 등록을 하도록 했다.

그동안 개발자들이 자신의 경력을 10년이라고 발주자에게 써 내면 으레 1~2년을 물건값 깎듯 깎아내리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발주자 입장에서는 개발자들이 자신의 경력을 부풀리기 일쑤고 이를 증명할 방법조차 마땅하지 않아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고 설명한다.

소프트웨어 기술자와 발주자 사이의 뿌리깊은 불신이 자리했기 때문인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나선 것이다.

지식경제부 소프트웨어산업정책과 이상훈 과장은 "정부가 지정한 등록기관인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를 통해 자신의 경력을 등록하고, 이를 서로 믿을 수 있는 증빙자료로 활용하자는 게 신고제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를 통해 프리랜서나 도산-폐업 등이 잦은 중소기업의 기술자들도 안심하고 경력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이상훈 과장의 설명이다.

하지만 자연발생적인 암묵적 규약을 통해 기술자의 몸값을 결정해 왔던 시장 논리에 뒤늦게 법의 잣대를 들이대다보니 여기저기서 불평이 끊이질 않고 있다.

더욱이 정작 보호받아야 할 프리랜서나 중소기업 소속 기술자들이 예기치 않게 피해를 보게 됐다는 점이 더 큰 문제.

앞의 사례 외에도 대부분의 프리랜서들은 이번 기술자 신고 과정을 거치면서 자신의 경력이 상당부분 깎이게 됐다. 각 프로젝트 수행 개월수로 산정을 하다보니 생긴 문제다.

프리랜서들은 업계 통상 1년에 6~10개월 가량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사실상 1년 열 두 달 내내 일하는 프리랜서는 거의 없는 셈이다.

이는 엄정한 경력 증빙을 하다보면 프리랜서나 중소기업 소속 기술자라 하더라도 발주자들이 믿고 경력을 그대로 인정해 줄 수 있다는 순 기능도 있다.

반면 경력이 깎기는 것을 꺼리는 기술자들이 등록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가 잇따르는 등 예상치 못한 역기능도 심심찮은 것

국내 최대 개발자 커뮤니티 중의 하나인 PHP 스쿨이나 데브피아 등에는 개발자들이 기술자 신고 자체를 포기하겠다는 글을 잇따라 올리고 있다.

데브피아 E&R사업부 이근우 수석은 "기술자신고제가 제대로 자리잡는다면 학력이나 일한 개월수 등을 구차하게 내밀지 않더라도 정부 공인 증명서 한통으로 증명될 수 있는 바람직한 제도라는 점에서 취지에 공감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그러나 "이 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신규 인력이라면 몰라도 현재까지 열심히 일해왔던 개발자들이 뒤늦게 생긴 제도로 손해를 본다면, 정부에서 이런 부분은 보호해 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조영훈 정책연구팀장은 "개발자들이 주요 경력 중 하나로 내세우고 있는 각종 기술 관련 민간 자격증 등을 이번 기술자 신고제도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협의하고 있다"며 "현재 협회 전 직원이 기술자들의 경력 인정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계 민간 자격증 인정은 숙제

하지만 민간 자격증 인증이라는 문제 역시 쉽지는 않다. 시장에서 소위 '값'을 쳐 주는 민간 자격증은 대부분 국가 공인이 아닌, 외국계 업체의 민간 자격이 대부분이다.

MS의 MCSE, 오라클의 OCP, 썬의 SCAP 등 DB, 네트워크, 자바 등의 개발 자격증은 국가 공인이 아니기 때문에 그 분야의 '전문가'라는 인정을 사실상 받을 수 없다.

이에 대해 지경부 소프트웨어정책과 이종배 행정사무관은 "현재 국내 민간 자격증 중에 국가공인 자격증을 추가로 기술경력 인정사항에 포함시킬 지 검토하고 있는 상태"라고는 설명했다.

데브피아 이근우 수석은 "사실 이같은 외국계 자격증들이 시장에서는 이미 전문가로 인정 해 주는 잣대로 활용되고 있는데, 정작 정부 기술자신고제에는 포함되지 않는 점은 고민거리"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오라클 등 기술자 민간 자격증 운영 업체들은 "우리 회사의 소프트웨어는 이미 국제 품질인증을 취득했음에도 국내 기관 입성을 위해 GS인증도 획득했다'며 "기술자 자격인증 역시, 우리 기술의 자격 취득자가 국가 공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손해를 본다면 충분히 우리 자격증이 국가공인자격증으로 발휘될수 있도록 정부에 건의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강은성기자 esth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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