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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조명되는 '노무현 정신'


"탈권위, 균형발전, 원칙, 참여와 소통 정신 계승해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30일 오전 1시쯤 고향 산자락에 있는 봉화산 정토원에 안치됐다. 한 줌의 재가 돼 수많은 국민들의 안타깝고 슬픈, 마지막 작별 속에 고인은 깊은 영면에 들었다.

지난 23일 서거한 이후 영결식이 있었던 29일까지 국민 400만 명이 그의 죽음 애도했다. 고사리 손에 하얀 국화송이를 든 아이, 노란 손수건을 팔뚝에 묶고 현실에 분노하는 젊은이와 직장인, 흰 소복을 입고 '우리 대통령님'을 외치며 눈물 흘리는 할머니·할아버지….

추모에는 남녀노소가 없었다. 그의 죽음이 안타깝고 슬픈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 답을 우리 스스로 찾아야 하는 길에 지금 와 있다. 정치권뿐만 아니라 국민, 네티즌들은 "노무현 이후,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노무현 이후…살아남은 자의 몫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두고 살아남은 자들의 해석은 다양하다. 정치권에서는 "현 정부가 죽인 거나 마찬가지"라며 권력에 의한 타살을 주장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가족과 지인들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런가 하면 "명예와 도덕성을 무엇보다 강조한 고인이 스스로 자존심과 존엄이 훼손된 상황에서 결정한 마지막 고뇌였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고인의 죽음을 두고 다양한 해석과 분석이 있을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400만 명의 추모객이 국민장 7일 동안 그의 죽음 앞에 머리를 숙이고, 울먹이고, 충격에 빠졌다는 사실에 있다. 국민들이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면서 '지켜드리지 못해 미안합니다'라는 자책감을 가슴속에 지녔다.

죽음의 해석과 추모의 마음은 다를지 모르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국민장 7일 동안 잊혀 있던 '노무현 정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는 사실이다. 살아남은 우리들이 그의 죽음을 뒤로 하고 '노무현 정신'을 실천에 옮겨야 하는 시점에 와 있는 것이다.

◆'노무현 정신'…무엇을 담고 있나

'노무현 정신'은 한 단어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우선 수백만 명의 조문객들의 가슴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탈권위적인 소탈함'이 꼽힌다. 퇴임 이후 동네가게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모습, 미공개 사진에서 아기 사탕을 뺏어먹고 소파에서 신발을 벗고 대자로 뻗어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사진 속에서 '소탈함'을 보았기 때문이다.

'노간지'라는 별칭은 그래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권위적이지 않으면서도 소탈함을 대변하고 있다.

21세기 급변하는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것 중의 하나는 '공동체 의식'이다. 내가 잘나서, 나 하나만 잘하면 되는 세상이 아니다. 곁에 있는 동료와 나아가 사회 전체 구성원과 대화하고 화합할 때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사회에 적응할 수 있다.

이런 환경에서 상명하복식의 위계질서는, 다양한 의견을 찍어 누르고 자신의 고집만으로 밀어붙이는 권위는 실상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많은 국민들이 노 전 대통령에게서 찾은 '탈권위적 소탈함'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새로움을 추구하는 기본자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재임기간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강조했다.

한명숙 공동장의위원장은 영결식 조사를 통해 "동반성장, 지방분권, 균형발전 정책으로 더불어 잘 사는 따뜻한 사회라는 큰 꿈의 씨앗들을 뿌려놓았다"고 되뇌었다. '노무현 정신'의 또 다른 측면이다.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은 여러 가지 화두를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다.

수도권과 지방이 공존하고 도시와 농촌이 함께 손을 잡고 서로 발전을 도모할 때 대한민국의 미래는 밝다는 상식을 보여준다. 이런 씨앗을 노 전 대통령은 재임기간 동안 뿌렸다. 그 씨앗을 살아남은 자가 가꾸고 거둬야 하는 일은 고인의 뜻을 기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노무현 정신'의 또 하나의 축은 '원칙과 상식'에 있다. 그는 원칙을 목숨처럼 여겼던 사람 중의 하나였다. 3당 합당을 반대하고 지역 이기주의 극복을 위해 스스로 자신을 밀어 넣었던 사람이었다. '원칙과 상식'의 대가는 가혹했다.

한 위원장은 조사에서 "거듭된 낙선으로 풍찬노숙의 야인 신세였지만, 님은 한 순간도 편한 길, 쉬운 길을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원칙을 지킨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바보' 취급받기 일쑤이다. 편법을 동원하고 편리한 길을 선택할 수 있는데 뭐 하러 고생을 사서 하느냐는 비아냥거림이 돌아올 뿐이다. 상식을 무시하는 것도 다반사다.

그는 '참여와 소통'의 대변자였다. 국민의 참여를 이끌고 소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사람이었다. 뜻이 서로 통해 최고 권력자와 국민이 오해가 없기를 바랐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높았다. 자연스럽게 그는 언론권력에 맞설 수밖에 없었다.

'참여와 소통'을 이끌어 내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풀어야 할 숙제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언론 문제와 직결될 수밖에 없다.

민심(民心)을 전달하고 정부의 정책과 권력을 감시해야 하는 언론이 과연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깊이 생각해 봐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언론은 '힘 있는 자에게는 무한히 강하고 힘없는 자에게는 무한정 약한 모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 현실에서 언론은 그런 존재가 아니라 '권력'으로 인식된 지 오래고 실제 권력의 한 축으로 뿌리박고 있다.

언론이 제대로 서기 위해 살아남은 자들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노무현 정신'은 그의 죽음으로 국민들 가슴속에서 부활하고 있다. 몸은 사라졌지만 살아남은 우리 가슴에 영원히 간직돼 실천적 행동으로 옮겨져야 한다는 것을 고인은 강조하고 떠난 셈이다.

정종오기자 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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