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좌절한 盧, 유업 이어야"…정치권 재평가


"탈권위주의, 지역발전, 소수자보호 등 계승해야 할 화두"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서거로 인한 충격이 아직도 채 가시지 않은 가운데 '노무현 재평가' 움직임이 서서히 싹트고 있다. 특히 그의 '좌절한 유업'을 계승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평생을 두고 탈(脫) 권위주의와 동서 화합, 지역 균등 발전 등의 가치를 고집스럽게 추구했다.

역사학자 출신인 민주당 강창일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은 무도한 기득권 세력과 현 정권에 의해 좌절된 서민대통령, 혁신대통령이라는 역사적 평가를 받을 것"이라며 "그는 정치적 민주화에서 한 발 더 나가 사회적 민주화를 이루려고 시도하다가 좌절했다"고 평가했다.

강 의원은 "그는 이 사회가 꿈꾸는 가치를 실현하려는 도중 힘과 정치력 부족으로 실패했다"면서 "그가 남긴 '서민과 사회적 약자가 더불어 잘사는 나라'라는 이상은 우리 민족과 대한민국이 계속 이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4선인 민주당 이석현 의원도 "정치는 음해도 하고 술수도 많은데 그 분은 '바보'라는 별명 그대로 어떤 계교(計巧)를 갖고 사신 분이 아니었다"면서 "비판도 많았지만, 그 분은 권위주의를 탈피한 정치를 했다는 점에서 현 정치권이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노영민 의원은 "스스로에게 너무 엄격했고, 탈 권위주의에 서민적인 삶을 살았다"면서 "그러면서 본인이 추구하는 가치는 타협 없이 엄격했다. 그 분이 주장한 인권, 평화, 소수자 보호, 지역 균형 발전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적도 많이 만들었지만 본인이 옳다는 가치에 대해서는 처절한 투쟁을 벌였다"고 했다.

지역감정 해소나 권위주의 탈피 등 평생을 두고 펼쳤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뜻은 소속 정당을 달리하여 공감하는 의원이 많았다.

한나라당 장광근 의원도 "노 전 대통령이 살아온 길이 시각에 따라 고집스럽게 보일 수도 있지만 지역감정 해소와 권위주의 타파에서는 그 분의 철저한 신념을 볼 수 있었다"면서 "과거 어려운 시기에 뻔히 안되는 줄 알면서도 지역감정 해소를 위해 연고없는 지역구에 출마, 장렬하게 산화한 것만 봐도 그 분의 정치적 소신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지역감정 해소에 있어서는 그분이 이뤄놓은 점이 큰 업적으로 남을 것"이라면서 "워낙 강한 성격으로 정치를 하다 보니 적도 많이 만들었지만 그분의 신앙적인 소신은 다른 어떤 정치인도 따라가지 못할 만한 것이었다"고 회상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도 노 전 대통령에 대해 "새로운 시험을 했고 굉장히 의욕적이었지만 방법론적으로 많은 문제를 야기한 것도 사실"이라며 "그러나 깨끗하고 실험적이며 창조적인 그의 자취들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노 전 대통령과 진보의 개념을 두고 치열한 싸움을 벌였던 민주노동당의 강기갑 대표는 "민주주의를 반석 위에 올려놓았고 대통령으로서 권위 의식, 권력의 행사와 관권을 통한 줄세우기 같은 구태들이 노 전 대통령 때 거의 청산됐다"며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노력과 검찰 독립, 언론 개혁은 높이 평가할 만하고 세계도 인정하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했다.

강 대표는 "신자유주의 정책과 이라크 파병, 한미 FTA 등에서는 우리와 맞지 않아 안타까웠다"라며 "그러나 이명박 정권이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수도권과 재벌중심 정책을 펼치고 있어 모든 면에서 노 전 대통령과 대비되는 점이 많다. 몇몇 점에서 민노당과 갈등관계가 있었지만 그 외에는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 역시 "진정으로 서민적 지도자였다. 대통령이 된 후 재벌과 기득권 세력들의 거대한 저항에 자기 뜻을 다 펼치지 못했지만 뜻있고 깨끗한 삶을 살았다"며 "그러나 여론몰이와 정치적 파워게임에 의해 희생된 것 같다. 안타깝다"라고 노 전 대통령에 대해 생각을 밝혔다.

학계와 시민단체 역시 기득권과 권위주의에 안주하지 않았던 고인의 뜻을 기렸다.

참여연대는 "노 전 대통령은 정치에 입문해 기득권에 안주하지 않고 지역주의에 맞서 싸웠으며 대통령 재임시절 정치개혁과 권위주의를 타파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면서 "국민들은 고인을 생전에 대한민국의 민주화와 정치 발전을 위해 헌신했던 대통령으로 오랫동안 기억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정은 참여연대 정책실장은 "물론 시민단체와는 이라크파병, 새만금 등 문제에서 입장이 달라 부딪하기도 했고 한미 관계 등도 기대치에 비해 실망했다"면서 "그러나 강력한 보수 등 여러 구조적 한계가 있어 기대치의 잣대로만 그를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한국진보연대도 "군사독재에 맞서 국민과 함께 싸웠으며 특권정치에 악용된 지역감정 극복을 위해 노력하고, 10.4 선언을 이끌어 남북관계 개선에 기여하는 등 노 전 대통령의 역사적 업적은 시대적 한계, 이라크 파병, 한미 FTA 강행 등 정치적 과오 등과 함께 공정히 평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정부 시절 국가균형발전위원장으로 활동했던 성경륭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마디로 높은 뜻과 이상을 추구한 분이었다"면서 "서민들과 사회적 약자에 대해서는 거의 가족처럼 대했고, 그들을 위한 정책을 진행할 때는 자기 일처럼 생각했다"라고 회상했다.

성 교수는 "2004년 어느 회의에서 '지방을 살리는 정책에 대해 내가 가장 애정이 가는 정책'이라고 말한 것이 생각났다"면서 "2007년 진주에서 회의를 하다가 노 전 대통령은 '나는 퇴임 후 고향을 가겠다. 내가 고향을 가는 것은 지방을 살리는 정책을 해온 사람으로서 고향을 내려가는 것이 나의 도리'라고 했는데 언행이 일치한 분이라고 생각했다"고 노 전 대통령과의 에피소드를 밝히기도 했다.

채송무기자 dedanhi@i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좌절한 盧, 유업 이어야"…정치권 재평가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