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통신정책 "융합 두고 치열한 접전 예고"

통신정책국, 네트워크 만 아니라 생태계 다룰 것


앞으로는 통신사업자들의 투자 인센티브를 정부가 보장해 투자하게 했던 단순한 의미의 설비기반 경쟁이나, 정부가 통신시장의 사업자 수를 정해 이에 속한 후발 사업자들도 경쟁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했던 유효경쟁정책은 사라질 전망이다.

14일 방송통신위원회 통신정책국이 정보통신정책연구원(원장 방석호 이하 KISDI)에 의뢰해 연구한 '융합환경에 대응한 중장기 통신정책방향'이 발표된 공청회에서는 10년 넘게 국내 통신 정책의 핵심 줄기였던 설비기반 경쟁과 유효경쟁 정책을 뒤엎은 내용이 발표됐다.

통신과 방송이 인터넷기반(All- IP)망으로 수렴되는 시대에는 과거같은 방식으로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기 어렵고, 이용자 편익에도 저해된다는 판단때문이다.

이에따라 KISDI는 미래 통신정책의 방향으로 ▲네트워크 고도화 및 All- IP 시대에 적합한 규제체계 정립 ▲망 개방 등 네트워크 접근성을 높인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 진화 촉진 ▲유무선 통합서비스 활성화를 통한 이용자 편익 증진을 제시했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염용섭 방송통신정책연구실장은 "지금까진 경쟁에 의한 투자가 아니었지만 융합으로 가면 정부가 충분한 경쟁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기업들이 시장 자율적으로) 투자하도록 해야 한다"며 "정부는 융합시장을 두고 강하게 경쟁 드라이브를 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염 실장은 3G이동전화와 와이브로 등 대체망간 경쟁과 KT 필수설비 등에 대한 공동활용 제도 개선을 통한 네트워크 고도화와 무선 망 개방 진전을 통한 콘텐츠 생태계 조성을 강조했다.

염용섭 실장은 "융합이 진전되면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네트워크에서 찾기는 어려워졌다"며 "통신정책의 중심에는 네트워크 뿐 아니라, (생태계 조성 같은 게) 많이 들어가야 하며, 지금까지는 기존 전화(PSTN)와 인터넷전화(VoIP)를 다르게 대우하는 등 산업 진흥만 강조해 기술중립성이 너무 많이 방치된 만큼 이제는 강조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으로는 ▲유선과 무선을 나누는 등 칸막이식 규제를 하지 않고 경쟁을 전면화하고 ▲정부가 통신사 투자를 독려할 때 더이상 보호막이 아니라 대체망 간 경쟁을 붙이며 ▲무선 망에 대한 중립성을 지지하면서 그 속에서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 생태계를 만들어 내겠다는 것이다.

이는 중장기 통신 정책방향에 대한 줄기를 융합의 진전이라는 관점에서 잡았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는 평가다.

하지만, 세부 이슈로 들어가면 치열한 갈등이 불가피해 보인다.

네트워크 고도화를 이종망간 서비스 경쟁을 통해 이루기 위해 3G 이동전화의 경쟁재인 와이브로 활성화를 말하는데 KT와 SK텔레콤 등 기존 사업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게다가 잠재적 신규 와이브로 사업자로 꼽히는 케이블TV사업자들은 와이브로 보다는 도매대가 사전규제로 재판매(MVNO) 시장에 들어오는 것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무선망 개방 등 망중립성 도입 논의에 대해서도 KT와 SK텔레콤, LG텔레콤은 투자 의욕 저해 우려를 하는 반면, 콘텐츠 업계에서는 망사업자와 콘텐츠 사업자간 공정경쟁을 뛰어넘는 육성의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당장 방통위는 내달 이동통신사와 콘텐츠업체간 수익률 배분 가이드라인을 만들 예정인데, 이 것부터 부딛힐 가능성이 크다.

시내전화 뿐 아니라 초고속인터넷을 보편적서비스로 넣어 전국민에 50~100Mbps급 인터넷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데 대해서도 통신사업자들은 정부 프로그램이 아닌 사업자 의무라는 점에서 우려하고 있다.

이처럼 통신사업자(망사업자)와 콘텐츠 업계 입장이 크게 갈리는 것은 소위 정보통신 시장 자체의 성장 동력을 만들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정된 시장에서 더 많은 파이를 가져가야 하기 때문에 물고뜯는 다툼이 불가피한 것이다.

오정석 서울대 교수는 "통신이든, 방송이든, 엔터테인먼트든 소비자들이 한정된 자원에서 서비스하는 재화"라면서 한계에 달한 정보통신서비스 시장의 현실을 언급했다.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중장기 통신정책이 꼭 통신시장에서만 성장동력을 찾을 필요는 없다"며 "통신이 도로나 하천, 전력 등과 융합돼 성장동력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에따라 하루속히 방송과 통신이라도 통합한 방송통신사업법이 만들어 지고, 네트워크 중심의 통신만이 아니라 플랫폼과 콘텐츠, 단말기를 아우르는 중장기 ICT 생태계 발전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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