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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 관가 "미네르바 신드롬, 허탈하고 씁쓸"


인터넷 경제대통령으로 불리던 사이버 논객 '미네르바'에 대해 검찰이 구속 영장을 신청한 9일.

점심 시간을 맞은 과천 관가(官街)의 화두는 단연 미네르바에 대한 당국의 후속조치였다. 특히 미네르바와 대척점에 섰던 기획재정부의 직원들은 향후 상황 전개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의견은 엇갈렸다.

일부 매파들의 입장은 단호하다. "미네르바 신드롬이 낳은 부정적 경제 효과는 산술적으로 계산하기 어려운 정도"라며 "처벌이 마땅하다"고 했다. 괘씸죄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중론은 '내탓이오'다.

미네르바가 체포된 뒤 포털 사이트 관련 기사에 적게는 수 백개, 많게는 수 천개의 댓글이 달렸다. 대부분 미네르바의 역성을 들거나 정부의 무능을 꼬집는 글들이다.

미네르바가 30대 무직 남성이었다는 점을 들어 "백수보다 못한 만수(강만수 장관)"라고 꼬집는가 하면 "주가 3000 간다던 대통령 말도 실현되지 않았으니 허위 사실"이라며 미네르바 처벌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글이 이어졌다.

상당수 재정부 직원들은 이처럼 신뢰받지 못하는 정부와 경제팀의 현실을 아프게 받아들였다. "국민들이 강만수 장관 등 재정부의 베테랑 경제팀을 사이버 논객 하나 만큼도 신뢰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씁쓸할 뿐"이라며 허탈한 심경을 드러냈다.

한 고위 당국자는 "지난 한 해 동안의 업무 강도가 공직 생활 수 십년 사이 가장 높았을 정도로 애를 썼고, 직원들도 주 7일 근무에 철야를 밥 먹듯 했는데 국민들이 사이버 논객을 더 신뢰한다니 허탈할 따름"이라며 서운함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 처벌이 가능할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았다.

검찰이 미네르바 체포 사유로 밝힌 것은 '허위 사실 유포'다. 지난해 12월 29일 "정부가 주요 7대 금융 기관 및 수출입 관련 주요 기업에 달러 매수 금지령을 내렸다"는 글이 검찰 수사의 단초가 됐다는 후문이다.

문제는 미네르바의 글쓰기가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한 처벌 근거를 충족하느냐 여부다.

전기통신기본법 47조는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미네르바의 경우 경제 전망을 통해 사익을 취한 사실이 없고, 공익을 해할 의도로 글을 썼다고도 단정하기 어려워 뜨거운 법리 공방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재정부 내에서도 "사익을 취한 사실이 없고, 단순히 경제 전망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을 뿐이어서 처벌 여부는 전적으로 사법 당국의 의지에 달려있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여기에 한국진보연대와 민주노총, 참여연대 등 진보진영 단체들이 "헌법상 표현의 자유 침해" "반정부 성향 사이버 논객에 대한 정치적 보복" 등을 근거로 미네르바 석방 운동을 벌이겠다고 나서 불필요한 전선(戰線) 확대를 원치 않는 정치권의 중재 가능성도 남아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미네르바는 체포됐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제2의 미네르바 존재' 가능성은 신빙성이 낮다는 게 당국의 결론이다.

이제 중요한 건 그에 대한 처벌이 아니라 그가 들춰낸 틈새들을 메우는 일이다.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익명의 권위에 기대 혼란을 증폭시켰던 미네르바도 문제지만, 그럴듯한 시나리오에 기댄 사이버 논객 하나 만큼의 신뢰도 얻지 못한 경제팀의 현실은 더욱 암담하다(meari)"는 네티즌의 일침을 새겨봐야 할 때다.

박연미기자 chang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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