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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블로거 인터뷰-2]"웹14.0이 되더라도 내용이 중요"


프리미어 허지웅 기자

'기자 블로거'에 대해 한 마디를 부탁했더니 민망하게도 별 게 없다는 답이 돌아온다. 되려 "웹 2.0이 아닌 '14.0'이 되더라도 껍데기가 중요한 게 아니다. 중요한 건 내용"이라고 말한다.

영화 격주간지 '프리미어' 허지웅 기자(사진)의 'ozzyz review(ozzyz.egloos.com)'에는 그 흔한 '애드센스'도 없다. 대신 "반노동 기업 이랜드 반대" "이명박 탄핵! 퇴진! 하야!" 등의 배너가 자리해 블로그의 성격을 단번에 보여주고 있다.

허 기자는 이른바 '이글루스 5대 사마'라 칭송되는 인기 블로거다. 본인의 '무관심'과 상관 없이 특정 민감한 사안에 대해 발언하면 무수한 댓글이 달리며 그의 블로그는 하나의 미디어의 역할을 한다.

이러한 '편파성' 덕에 그는 필화도 많이 겪었다. '디워 사태' 때 쓴 포스트는 댓글이 무려 2천개가 붙으며 '디워' 팬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그에게 '우수 블로그' 타이틀을 매년 수여한 어느 메타 블로그 사이트의 채용 과정이 부조리하다는 이유로 탈퇴했을 때도 논란이 벌어졌다.

그러나 네티즌은 "이제는 대통령이 기획재정부 장관과 잤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성 싶다. (중략)억지로 즐겁게 마트를 찾으면 1리터짜리 우유가 2400원에 팔리고 있다. 이제 더는 매일 아침 호랑이 힘이 솟아날 수 없다는 낭패감이 환율의 속도감으로 온 몸을 휩쓸고 나면…….(후략)" 같은, 불온함과 골계를 넘나드는 그의 독특한 문체와 의견에 끌려 블로그를 방문하고 있다.

허 기자는 오마이뉴스 인턴기자를 시작으로 필름2.0, GQ 등에 몸담았으며, 현재 오디언의 인터넷 방송 '라디오 킬 더 비디오 스타'도 진행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 기자로서 블로그를 운영하는 원칙이 있다면.

"별다른 원칙은 없다. 블로그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1인 미디어의 혁명이라느니, 웹2.0이라느니 하는 이야기에 관심 없다. 블로그가 RSS, 트랙백 등 워낙 혁신적인 시스템이 많다 보니 껍데기에 의미를 두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웹14.0'이 되더라도 껍데기가 중요한 건 아니다. 홈페이지든, 미니홈피든, 블로그든 그 속에서 무엇을 이야기 하느냐가 중요하다."

- 그러면 블로그라는 플랫폼을 택한 이유는.

"홈페이지를 운영하다가 2004년부터 했다. 지인이 '블로그란 게 있는데 트랙백 기능이 참신하다'고 하더라. 다른 사람의 블로그 글을 보고 반응을 하고 싶을 때 댓글이 아닌 완성된 글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싸이월드도 할 수 있었겠지만 (블로그가) 보기 편하게 레이아웃이 나온다. 내게는 '글'이 제일 중요하기에 이글루스에 정착을 하게 됐다."

- 유지하고자 하는 지향점도 없나.

"어떤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블로그에) 굉장히 친밀감을 느꼈고 솔직하게 쓸 뿐이다. '스타 블로거'라고 하면 기분이 이상하다. 내 일상과 블로거로서의 정체성이 다르지 않다. 자연인으로서 나와 블로거로서의 나 모두 의견이 강한 편이다. 블로그도 그 연장선이다. 자신을 숨기고 스트레이트 기사를 쓰는 기자 본연의 모습으로 운영하고 싶지 않다. 스트레이트보다 피처 식의, 주장이 있는 글이 좋다."

- 하지만 어떻게 생각하고 운영하는지와 상관 없이 당신의 블로그는 저널리즘적인 효과를 내며 미디어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블로거 개인이 잘나서가 아니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과거에는 여론이 언론 등 특정 주체에 의해 생산됐다. 지금은 최진실 씨 자살 사건에서도 볼 수 있듯, (법적 문제는 둘째 치고) 댓글 하나도 여론 기능을 한다. 주체가 쪼개져 있다 보니, 특정 사안을 둘러싸고 파편적으로 여론이 형성된다.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이 늘기도 했고."

- 본인의 기사를 적극적으로 올리는 등 직업인으로서 잘 이용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기사를 다 올리는 건 아닌데, 모아 둘 만하다 싶으면 모아 둔다. 회사용 글은 책이 나오기 전에 올린다. 사장님이 적극적으로 올리라고 독려하기도 한다. 내 독자는 블로그와 잡지가 크게 다르지 않다."

- 영화평론가와 기자, 블로거로서의 정체성을 구분짓는지.

"그 경계에 대해 생각을 안 해 봤다. 블로그를 통해 돈을 벌 생각 없고, 지금이 좋다. 댓글을 보면 행복하다. 나는 굉장히 치기 어린 사람이기 때문에 댓글을 통해 많이 다듬어졌다. 돈벌이의 수단, 미디어의 가능성을 시험하는 장 같은 것은 내게 의미 없다."

- 자신을 드러내는 데 거리낌이 없는데.

"익명성에 관심 없다. 내가 블로그여야 한다. 내가 아닌 모습이 들어갈 수도 있지만 그건 거짓말이다. 'ozzy'가 허지웅이란 걸 감출 생각이 없다. 그것과 별개로 익명성 자체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그래도 논란을 불사하는 듯, 글의 수위가 센 편이다.

"성향 때문이기도 하고. 화났을 때 글을 쓴다. 화를 내지 않는 나를 상상할 수 없다. 최근에는 베이징 올림픽 연예인 응원단 관련, 강병규가 얻어 맞는 것을 보고 그랬다. 물론 강병규가 잘못했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에 터진 '한승수 국무총리의 1천만원 초호화 출장'에는 사람들이 별로 분노하지 않는다.

1천만원 쓴 한승수보다 114만원 쓴 강병규가 얻어맞는 게 더 즐겁기 때문이다. 지배계급에는 무덤덤한데, 연예인이나 주변 사람에는 잔인하게 말한다. 거꾸로 됐다. 적확한 곳에 화를 내는 사람이 많을수록 좋은 사회라고 생각한다. 잘 아시겠지만, 기자는 돈을 못 버니까(웃음) 그런 성취감이 있어야 한다."

- 이따금 셀 수 없이 달리는 '악플'을 보면 상처 안 입나.

"악플 다는 사람을 이해한다. 모든 사람이 공통된 가치관을 갖고 있지 않으니 악플이 달릴 수밖에 없다. '디워' 때는 전화도 많이 받았다. 그러나 가족을 성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악플을 보면면 직접적 위협을 느끼기도 했다."

- 현 온라인 뉴스유통 모델에 대한 생각은.

"지금 인터넷 뉴스가 가진 문제는 9할이 포털 책임이다. 기자들은 독자가 자극적으로 반응해 클릭하도록 연성화의 자기검열을 한다. 그걸 포털이 조장 한다. 최근 논의되는 인터넷 실명제는 반대한다."

- 올블로그 채용에 불만을 갖고 탈퇴했었는데. 본인과 상관 없는 일 아닌가.(웃음)

"실수였을 수도 있는데, 거기서 일하는 사람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데에 화가 났다. 방송국에서 일하는 방송작가들처럼, 가족적으로 착취당하는 구조에 분노한다. 여러 직업에서 만연한 부조리다."

- 문체가 독특하다. 무협지의 호흡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무협지를 읽은 적은 없고 공포소설을 즐겨 봤다. 어떤 글이든 서사가 없으면 재미가 없다. 직감적으로 와닿는 호흡이 있어야 읽는 재미도 커진다. 인터넷 시대로 오면서 글 읽는 호흡이 짧아졌다. 길면 지쳐서 못 본다. 서사 호흡만 잘 활용하면 긴 글도 잘 읽힌다. 글의 형식에 따라 뒤집는다. 사건, 기획 기사면 그게 아닌 것처럼 쓴다. 약간 장황한 문장도 들어간다. 최소한 두 문단에 한 번씩 장황한 호흡을 쓴다. 처음이랑 끝은 필요한 문장을 쓴다. 오히려 일상적 내용은 딱딱 끊어지게 정 반대로 쓴다."

- 당신은 진보주의자인가.

"진보주의자이지만 좌파는 아니다. 진보는 가치인 거고 좌파는 구체적인 진영을 뜻한다. 해석의 차이야 사람마다 다르지만, 조직을 만들다 보면 폐해가 생긴다. 그게 싫어서 나는 좌파는 아니다."

- 자본주의의 최첨단'을 달린다고 평가받는 잡지 GQ에 몸담았던 경력을 비판하는 사람도 많았다.

"(GQ가)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주의를 멋있게 활용하는 잡지인 건 확실하다. 그 안에서 독자들이 '다른' 이야기를 보는 게 재밌을 거라고 생각했다. 정치적으로 어째서가 아니라 새롭고, 평소 접하지 않았기 때문에 신선함을 느낄 거라고 봤다. 반응은 좋았었는데, 기획회의 때 아이템 선정에서 충돌이 많다 보니 그만두게 됐다."

- 최근 블로그에서 영화기자보다 '진보 담론 전도자'로의 정체성이 더 보인다.

"난 얄팍한 사람이다. 그게 상업적으로도 먹힐 거라고 생각한다. 지난 교육감 선거 때는 '촛불' 이후인데도 그런 결과가 나온 게 서러워 울었다. 진보적 가치가 그 진영 안에서만 논의되는 게 아니라 넓게 퍼졌으면 좋겠다. 좌우를 막론하고 공정하고 건강한 삶을 살자는 거다. 내 블로그를 통해 내가 바라는 가치를 더 많이 알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진보라 하면 왠지 끌려들어가 맞아야 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과거 운동권들의 '~해야 한다'는 식의 언어로는 바뀌지 않는다. 사회가 건강해지고 내 주머니가 두둑해 지는 등 누가 봐도 쫓고 싶은, 반짝반짝 빛나는 가치가 내가 바라는 것이다."

정병묵기자 honnez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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