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블로거 인터뷰-1]"블로그는 종착점이 아닌 '선 위의 점'이 돼야"

서명덕 전 조선일보 기자


미디어의 급변속에 주목받고 있는 곳은 '새로운 미디어'에 도전하는 이들이다. 미디어는 늘 변화를 추구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현재 이 시점에서 독자와 기자를 연결시켜 주는 고리를 어떻게 찾을 것인가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그 중 하나가 '블로그 저널리즘'이다. 블로그라는 새로운 미디어를 통해 낯선 분야를 개척하고 있는 이들은 그래서 소중해 보인다. 아이뉴스24는 블로그 저널리즘을 추구하고 있는 기자 세계를 세차례에 걸쳐 조망해 본다.[편집자주]


직접 호스팅 서버를 관리하기까지 하는 서명덕 전 조선일보 기자(사진)는 콘텐츠의 양과 질, 그리고 다양한 웹 기술의 활용 측면에서 블로거의 '지존'으로 꼽힌다.

세계일보에 몸담던 지난 2004년에 만든 '서명덕기자의 人터넷 세상(www.itviewpoint.com)'은 RSS 구독자 4천300명으로 국내 1위를 달리고 있다. 27일 현재 4천196건의 방대한 포스팅 누적 개수를 기록하고 있으며 2006~2007년에는 올블로그 선정 '톱 100 블로거'에 선정되기도 했다.

현재 그는 지난 해 옮겼던 조선일보를 나와 기존의 블로그 운영 및 뉴스레터(마이크로탑텐) 발행, 기타 기고, 강연 등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본인이 1인 미디어는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아직 한국이 1인 미디어가 생성될 만큼 수익성이 보장된 시장이 아니기 때문.

서 기자는 급변하는 언론 환경에서 블로그 저널리즘이 기존 저널리즘이 닿지 못하는 곳에서 꽃필 것이라며 기자들에게 블로그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자신의 정체성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누가 운영하든 "블로그는 시작점이자 종착역이 아니라 '선 위의 점'이 돼야 하고 스스로 또다른 네이버가 돼선 안 된다"는 '철학'을 내비쳤다.

또한 '건강한 인터넷 생태계 만들기'에 관심을 보이며 "콘텐츠를 가진 블로거들이 많이 생겨 포털에 집중되는 트래픽을 분배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자 블로거'에서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주제는 어느 새 '기자'와 '블로거'를 떠나 '글쟁이의 정체성'과 '저널리즘'에 대한 문제로 정처 없이 흘러가 버렸다.

다음은 일문일답.
- 블로그 포스팅과 뉴스레터 발행까지 벅차 보인다. 하루에 얼마나 투자하나.

"대중 없는데 하루 5건 이상은 하는 것 같다. 회사 다닐 때도 그 정도 했다. 블로그는 얼마나 잘하느냐보다 얼마나 꾸준히 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한창 태동하던 2004년 때 열심히 하던 사람 중 지금도 하는 사람은 거의 없더라."

- '블로그는 플랫폼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이 돼선 안 된다'고 했는데 현재 직업인 셈이잖나.

"(블로그만으로)먹고 살 수 있으면 직업이다.(웃음) 아직 그 정도는 아니다. 그간 블로그만의 힘으로 유명해졌다기보다 '기자 프리미엄'에 힘입은 점도 있었다. 블로거였기 때문에 좋아했던 사람도 있지만 기자였기 때문에 온 사람도 있다. 그래서 '서명덕기자의 人터넷 세상'을 블로그 미디어라고 섣불리 판단할 수 없는 것 같다."

- 블로그 포스팅에 차별을 두는 점이 있다면.

"어떤 행사 취재를 간다면 기사로 쓸 것, 블로그에 쓸 것을 구분한다. 그러기 위해서 소스를 많이 확보한다. 먼저 풀 텍스트로 쓴 다음 핵심을 뽑아 정제된 콘텐츠를 보내고, 나머지를 블로그에 썼다. 콘텐츠 하나를 재활용하는 방법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한창 신나게 할 때는 현장에서 한 손에 동영상 캠코더, 다른 한 손에 사진 카메라를 쥐는 동시에 노트북으로 녹음을 했다. 그렇게 모인 소스를 사진과 글, 동영상, 오디오 등 멀티 뉴스 개념으로 활용할 수 있다."

- 블로그 수익 모델은.

"직접 수익은 애드센스, 배너 광고 등이고 간접 수익은 강연, 출판, 기고 등이다. 이 중간인 셈인 광고도 아니고 포스팅도 아닌 스폰서형 포스팅 수익도 있다. 직접 수익이라고 해 봐야 가끔식 생기는 광고 수익뿐인데 애드센스가 줄고 있는 추세다. 현재 한국에서 애드센스만으로 예전처럼 수백만원씩 버는 사람은 없다."

- '人터넷 세상'이 한때 세계일보의 트래픽을 앞질렀다는 소문이 있다. 사실인가.

"유언비어다.(웃음) 한때 내 블로그를 통해 세계일보로 유입된 트래픽이 최고 세계닷컴의 10% 정도를 차지한 적은 있다. 내 블로그의 힘이었다기보다 당시 뜨거웠던 특정 이슈의 힘이었다."

- 언론계에서는 기자 블로그를 활성화하려고 하는데 잘 되는 곳이 없다.

"일단 기자들의 업무량이 많아 쉽지 않다. 블로깅에 필요한 능력도 쉽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기자들은 취재한 팩트를 쳐내는 것에 익숙하다. 그러다 보면 블로그 독자들의 다양한 취향을 충족시키기 힘들다. 좀 더 다른 관점에서 접근하거나 사안을 다시 한 번 품어줄 수 있는 능력, 정성 같은 게 있어야 잘 운영할 수 있다.

회사에서는 (블로깅이) 기자에게 큰 도움이 된다는 비전을 심어줘야 한다. 돈 문제가 아니다. 조선일보 같은 곳에서는 인센티브를 주고 그랬는데 안 쓰는 사람은 끝까지 안 쓰더라. 블로그를 통해 온라인 정체성을 세우는 게 본인에게 도움이 된다고 느끼게 해 주면 시키지 않아도 하게 된다. 초등학생, 중학생이 '싸이질' 하는 것을 보라. 내 공간을 꾸며 나가는 게 좋아서 하는 거다. 자발성이 중요한데 그게 안 되면 또다른 칼럼 쓰는 것밖에 안 된다.

'플랫폼을 만들었으니 써라'는 지시는 기자에게 압박일 뿐이다. 기자를 외부필자처럼 관리해서 적어도 하겠다고 하는 사람에게는 이걸 하면 당신의 브랜드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동기부여를 해줘야 한다. 조선일보 유용원 기자의 '군사세계'처럼 커뮤니티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회사와 나누는 모델도 좋다."

- 기자가 온라인 정체성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까.

"조선일보에 들어간 뒤, 어떤 기자가 '왜 아직 블로그를 하느냐'고 물었다. 옮겼으니 된 것 아니냐는 의미다. 그분은 회사를 옮기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했던 거다. 그런 단편적인 시각으로 보면 안 된다. 자기 정체성을 생각해야 하지, 유명해지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기자가 자기계발이 없이 소모적인 직업이라 힘들지만 그럴수록 자신만의 틀을 가지며 정체성을 찾아가는 게 좋다.

특정 이름 있는 매체 기자 중 상당수가 회사를 그만두면 정체성의 90%가 날아간다. 기자 후배들에게, 자신을 소개할 때 'OO일보'를 강조하는지 '홍길동'을 강조하는지 생각하라고 조언하곤 한다. 회사 이름보다 자기 이름에 액센트를 준다면 자기 이름을 먹고 살 수 있는 사람이다. 회사에 평생 있을 게 아니라면 어느 곳을 가도 내 이름을 중심으로 대화가 오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 조선일보를 1년도 안 돼 퇴사한 배경은. 촛불 시위 때 회사와 마찰이 있었다고 들었다.

"오래 있겠단 생각은 없었는데 여러 이슈가 겹치며 예상보다 빨리 나오게 됐다. 알려진 것 보다 훨씬 다양한 문제가 있었다. 말 못할 것도 있는데……. 입사 전에 뉴스 리더, 메타블로그 등 여러 전략에 관해 회사와 의논했다. 이것저것 해보려고 했는데 막상 들어가니 잘 안 맞더라.

'촛불 시위' 문제도 있었다. 당시 온라인상에 돌던 조선일보와 관련된 '블랙 리스트'에 내 이름도 있었다. 어느 날 블로그가 해킹 당해 그간 쓴 모든 글을 다 날렸다. 충격이었다. IDC를 옮겨 복구한 뒤 새 서버를 마련했다. 조직에 속한 기자로서의 정체성과 블로거로서의 정체성이 서로 충돌했다. 회사와 불편한 관계를 지속할 것인가 고민했고 그냥 묻혀가면 그곳 사람이 될 것 같았다. 지금은 마음이 편하다."

- 당신이 파워블로거가 된 데에는 정보 검색 및 전달로 승부를 볼 수 있는 IT분야의 특성도 있다. 비 IT 분야 기자들에게 조언해 준다면.

"IT분야의 특성에 힘입은 점이 있는 건 맞지만 단순 이슈 거리라면 정치, 사회가 낫고, 좀더 쉽게 유명해지려면 영화, 연예가 낫다고 말하고 싶다. 그러나 어느 분야든 '타겟팅'이 중요하다. 다만 나는 업계의 윗선에 있는 사람들보다 현업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글을 쓴다. 그 사람들이 진정 이 바닥을 만드는 사람이다. 그들의 관심을 받으면 된다.

만약 야구 블로그를 한다면, 야구 팬도 중요하지만, 이승엽 같은 선수들이 주기적으로 와주는 것도 중요하지 않겠나. 특수 분야들은 주제가 한정적이라 해도 티가 안 나지만 대상 독자 유도를 잘 하면 된다. 그 바닥의 '선수'들이 봐주는 정도의 트래픽만 돼도 성공이다. 기자가 썼기 때문에 봐 줄거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 얼마 전, '블로거들이 함께 네이버 트래픽을 파고들어 프레임 워크를 바꿔 봅시다. 한 번 바뀌기 시작하면 봇물 터지듯 달라집니다. 콘텐츠 파워가 있는 사람들이 자꾸 흔들어 줘야 포털-웹 벤처-언론사가 상생하는 모델로 갈 수 있습니다'라고 했는데.

"포털이 잘 되는 이유는 콘텐츠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적 접점이 강한 포털은 그냥 열리지 않는다. 그 방법 중 하나가 포털이 구현하지 못하는 것을 (블로거들이) 제시하자는 이야기다."

-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트래픽이 돌고 돌아 소통이 되도록 하자는 말이다. 네이버에서 검색하면 네이버로 재귀되는 트래픽 구조에서 탈피해야 한다. 관문이 관문 역할을 안 하고 종점이 된다. 같이 살자는 공존의 개념이다. 네이버에 강요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기업이 굶어죽을 수는 없잖나. 당위성을 주장하기보다 자연스레 대세가 되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콘텐츠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같은 지향점을 가져야 한다."

- 콘텐츠는 아직 닫혀 있지만 NHN은 큐브리드 등 핵심 기술의 소스를 얼마 전 공개했다.

"기업인데 (소스를) 열어도 상승효과가 있으니 하는 것 아니겠나. 그러나 NHN은 좋은 회사인게, 풀 타임 오픈소스 개발자가 많다."

- 십년 동안 뉴스 유통이 포털 수렴화 모델로 바뀌었다. 블로그 저널리즘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을까.

"블로그 저널리즘은 당연히 발전할 것이라고 본다. 다양한 형태로 분화가 될 것이다. 저널리즘을 흉내내는 '기자 같은' 블로거들은 오래 가기 힘들 것 같다. 그보다 일상적인 이야기를 쓰는 블로거가 더 많아질 것이다. 사람들은 평범한 이야기를 통해 뉴스의 가치를 발견하려고 블로그에 온다. 기존의 뉴스 가치만 소비하려 한다면 언론사 사이트가 훨씬 낫다.

블로그는 프로 저널리즘이 뉴스에서 메우지 못하는 간극을 메우며, 개인의 일상 같은 것에서 자연스레 메시지를 전달해 줄 것이다. 어느 개발자가 쓴 개발일지는 완벽한 저널리즘의 한 형태라고 본다. 저널리즘이란 건 주관적인 것 같다. 하루 열 명도 안 오는 허접한 블로그라도, 어떤 사람에게는 유용한 정보처일 수 있다."

- 블로그 상단에 있는 '모든 블로거가 유명해지는 그날까지'라는 말은 그런 뜻인가.

"그렇다. 의외로 방문객수가 적은 블로그에 재밌는 게 많다. 내게는 대단한 정보이고 나만의 '연합뉴스'라 할 수 있다(웃음). 연합을 홍보하려는 건 아니다(웃음). 오히려 언론사는 더 정제된쪽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블로그와 겹치지 않는 다른 영역을 찾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만 자신의 블로그가 '종점'이 아닌 '선 위의 점'이 되도록 해야 한다. 자신이 끝점이 돼서 모든 걸 빨아들이려 하면 안 된다."

- 앞으로 계획은.

"RSS 수신자가 100만명이나 되는 미국의 테크크런치(www.techcrunch.com)라는 모델처럼 해볼까 생각도 했는데 IT만 가지고 만들 수 있는 이슈의 RSS 집중도가 내 블로그 이상으로 나오기 힘들 것 같다. 그만큼 한국 시장이 좁다. 지금 나도 꽤 많다고 하는 수준인데 시장에서 미디어로서 비즈니스를 하기 힘들다. 시장에 뛰어들 때, 블로그 저널리즘이라고 내가 먹힐 것인가 생각해 보면 아닌 것 같다. 심지어 네이버도 어렵다는데. 아직 배워야 할 게 많다. 앞으로는 인터넷 서비스 전략 기획 프로젝트 같은 생산적인 일을 해보고 싶다."

정병묵기자 honnezo@inews24.com

관련기사


포토뉴스








아이뉴스24 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