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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재판매 시장, 없을 듯…'설비기반경쟁'으로 변화


결합판매·의무약정 시대에 도·소매 규제는 지나치게 '완화'지적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의 통신 정책이 설비기반 경쟁으로 급속도로 바뀌고 있다. 설비기반 경쟁이란 모든 사업자가 자체로 구축한 설비를 통해 경쟁하는 모형을 말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14일 전체 회의에서 도매대가는 사후적으로 규제하고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요금인가제는 사실상 폐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보고받았다.

도매대가란 통신망이나 주파수가 없는 사업자가 기존사업자의 설비나 서비스를 도매로 제공받을 때 내야 하는 돈이다. 방송통신위는 이를 사전에 정부가 규제하지 않고 사업자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

나중에 협상이 안될 경우 정부가 금지 행위를 통해 규제하겠다고 했지만, 정부가 사전에 도매대가의 범위를 정하겠다던 옛 정보통신부 방침과 크게 차이가 난다.

도매 규제를 예전 정부보다 완화한 것과 달리, 요금인가제는 사실상 폐지된다.

방송통신위는 SK텔레콤 이동전화와 KT의 초고속인터넷·시내전화에 대해 요금을 '내리는' 경우만 신고로 바꾸기로 했지만, 결합판매나 망내할인 등으로 대다수 사업자들이 요금인하 상품만 내놓는 상황이어서 소매요금에 대한 인가제도 폐지됐다는 평가다.

이같은 방송통신위의 정책방향은 통신 재판매(MVNO) 시장을 크게 위축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결합판매·의무약정 시대, 대가 규제 없어 MVNO 어려울 듯

방송통신위는 이번 법 개정을 통해 더욱 많은 통신사업자가 시장에 진출, 통신시장의 경쟁이 활성화돼 가계통신비 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통신전문가들은 이처럼 법안이 개정되면 재판매를 통한 신규사업자(MVNO)가 거의 들어올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로텔레콤(현 SK브로드밴드)과 SK텔레콤이, KT가 KTF와 LG파워콤이 LG데이콤·LG텔레콤과 결합상품을 출시하는 가운데 시장지배적 사업자(KT, SK텔레콤)에 대한 결합상품 제재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KT와 SK텔레콤은 시내전화와 초고속인터넷, 이동전화 등을 다른 서비스와 묶어서 팔 때 요금할인율이 20%이하일 경우에 한 해 요금적정성 심사를 생략받아 왔다.

하지만 이 법이 통과되면 요금할인율에 관계없이 요금을 내리는 경우 맘대로 할 수 있다.

뿐만아니라 이동통신회사들의 의무약정이 내년부터 본격적인 효과를 발휘하고, 도매대가 규제는 없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재판매 사업자들의 입지는 더욱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업계 한 전문가는 "통신시장이 과포화된 상황에서 재판매(MVNO) 도입이 늦은 감이 있는 가운데, 기껏해야 전체 시장의 5%에 불과할 MVNO 시장이 더욱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일단 도매대가를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하고, 나중에 재정이 들어오면 정부가 판단하겠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은행연합회나 온라인, 홈쇼핑, 케이블업체, 판매점 등 MVNO 사업자가 KT나 SK텔레콤 같은 도매제공 의무대상 사업자와 협상하다 잘 안 될 경우 정부에 재정신청하라는 얘기인데 사례별로 기준을 만들기 쉽지 않고, 설사 정부가 도매제공 대가 기준을 만든다고 해도 3~4년은 걸릴 일이라는 얘기다. 3~4년이 지나면 의무약정과 결합상품 시장이 무르익어 더이상 새로운 틈새를 찾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케이블TV업체 한 사장은 "재판매 도입은 통신시장의 구조를 바꿔 요금을 낮추겠다는 의미인데 다른 나라보다 훨씬 늦게 재판매를 도입하면서 정부가 도매대가를 사전에 규제하지 않겠다는 건 말도 안된다"면서 "도매사업자가 소매까지 다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재판매 사업자에게는 얼마에 도매로 가져가는 가가 중요한데, 그게 원가가 아니라 사업자간 자율협상 구조라면 누구라도 재판매 시장에 들어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매(MVNO) 시장 진입을 검토했던 사업자들은 정부의 재판매 활성화 의지에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이다.

◆방통위, '설비기반경쟁 정책' 시사...제4 이통사 육성될 까

전문가들은 이번 전기통신사업법 개정내용을 보면, 결국 설비기반 경쟁을 활성화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방송통신위 신용섭 통신정책 국장은 "도매대가의 범위를 정부가 사전에 정하는 것에 대해 국회의 문제제기도 있었고, 정부가 가격을 정하는 방식은 문제가 있다는 공감대가 있다"면서 사후규제 철학을 밝혔다.

신 국장은 또 "와이브로 번호부여, 신규사업자 지정 등 경쟁촉진을 위한 여러가지 툴이 있는 만큼 예전(옛 정통부 시절)과는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이는 통신시장의 경쟁활성화 방법을 재판매 활성화를 통한 서비스 경쟁 활성화보다는 와이브로 신규사업자 같은 새로운 설비기반 사업자(MNO)를 통해 달성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극심한 경기침체 속에서 이미 레드오션이 돼 버린 통신시장에 삼성이나 현대, 포스코 같은 대기업들이 뛰어들 지는 미지수다.

통신업계 전문가는 "이로서 정부는 재판매를 활성화하지 않고 신규사업자 중심의 경쟁촉진책을 쓰겠다는 의미를 확실히 시장에 전달했지만, 누가 들어올 지 들어와서 성공할 지는 예측이 어렵다"고 평가했다.

또다른 전문가는 "유선과 무선이 그룹사 중심으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결합상품이 요금인하를 촉진할 경우라면 결합지배력을 보지 않겠다는 의미인데, 의무약정과 망내할인, 결합상품 전면화 추세 등을 감안하면 앞으로의 통신시장은 KT그룹과 SK그룹의 양강 체제로 급속히 재편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는 노준형, 유영환 등 정보통신부 장관들이 서비스기반 경쟁으로 통신요금을 인하하겠다던 생각과는 다른 것이며, 와이브로 신규사업자가 나오지 않는 이상 정부는 KT나 SK텔레콤에 요금을 더 내리라고 행정지도를 통해 압박하면서 요금인하 효과가 눈에 보이지 않으면 사실상 폐지된 요금인가제를 다시 부활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평했다.

같은 맥락에서 방송통신위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들이 요금을 내리는 경우는 '신고'만으로 가능하게 했지만, 정부의 요금인가제(이용약관 인가제) 권한은 남겨 뒀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강호성 기자 chaosi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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