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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민에 살인 물가… '내일 뭐 먹지?'


"우유 한 잔, 계란 프라이 하나 맘 놓고 못 먹어"

2일 늦은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할인점에서 만난 맞벌이 주부 이수영(35)씨는 요즘 고민이 많다고 했다.

"남편과 아이들에게 도무지 뭘 먹여야 할지 모르겠어요. 멜라민이 과자에만 들어있는 게 아니라면서요? 일일이 해먹일 수도 없고. 우유값은 또 왜이렇게 올랐는지…."

도무지 마음놓고 먹을 수 있는 게 없는 시절이다.

지난달 26일 멜라민 함유가 의심돼 식약청이 판매 금지한 식품은 약 305개. 관련 리스트에는 오레오·리츠·애플쨈 쿠키 등 국내외 유명 제과업체들의 상품도 상당수 포함돼 있었다. 오랫동안 즐겨 먹어온 식품에 멜라민이 함유돼있었다는 소식에 소비자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직장인들은 사내 메신저와 이메일을 통해 빠르게 관련 리스트를 퍼날랐다. 우유나 분유 성분이 포함돼있는 과자와 초콜릿뿐 아니라 고로케, 냉동 새우 등 각종 냉동식품과 오징어채 등의 안주용 먹을거리에도 멜라민이 들어있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포워딩에 포워딩을 거듭해 리스트가 공유되면서 '멜라민 공포'는 사 먹는 먹을거리 전반에 대한 불신을 낳았다.

이같은 분위기는 '엄마표 간식' 붐으로 이어지고 있다.

주요 백화점 홈베이킹코너는 멜라민 파동 전보다 많게는 300%까지 매출이 늘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각종 문화센터의 요리교실도 수강인원이 20% 이상 증가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계량컵 등 각종 홈베이킹 도구의 판매가 25%이상 늘었다. 그나마 요리할 시간이 적은 맞벌이 주부들은 그저 발만 동동 구르고 있을 뿐이다.

다행히 3일 농식품부 분석결과 분유 등 국내산 유제품 642개 중 검사를 마친 534개에서는 멜라민 성분이 나오지 않았지만, 중국산 가공식품(검사대상 428개)에 대한 검사가 끝나고 결과가 발표된 뒤에도 가공식품에 대한 우려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뿐이 아니다.

국제유가가 한 풀 꺾이고 추석이 지나면서 농산물 가격도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장바구니 물가는 여전히 '억' 소리나게 높은 게 현실이다.

1일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소비자 물가동향에 따르면 우유 값이 한 달새 17.9%나 올랐다. 전년동월과 비교하면 32.6% 급등한 가격이다. 달걀(전월비 7.9) 가격도 1년 사이 21.2%나 올랐다.

우유 값 상승폭은 9월 52개 주요 생필품 소비자 물가 동향, 일명 'MB지수' 관리 대상 품목 중 국제 곡물가와 원유가 폭등으로 1년 새 가격이 크게 오른 밀가루(56.6%)·등유(43.5%)에 이어 세번 째로 높다.

기초체력 강화와 자녀들의 성장 발육을 위해서는 질 좋은 단백질 섭취가 필수적이지만, 서민 가정에서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육류를 쉽사리 선택하기 어렵다. 따라서 우유나 달걀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그나마 이달에는 쇠고기와 돼지고기 값도 전월보다 각각 2.6%, 0.7% 올랐다. '서민의 만찬' 주 메뉴였던 돼지고기 값은 미국산 수입 쇠고기 파문을 겪으며 대체수요가 급증해 지난해보다 29.3%나 값이 오른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우유와 달걀 값까지 크게 올라 서민들의 식탁에는 점점 더 빈 자리가 늘고 있다.

주부 서형원(32)씨는 "1980원에 1000ml 한 팩을 사면 200ml짜리 우유 두 팩을 덤으로 주곤 했었는데, 이제는 덤도 없이 1000ml한 팩만 사도 2000원이 넘는다"며 "우유 한 잔, 계란 프라이 하나 맘 놓고 마시기 어렵다"고 푸념했다.

박연미기자 chang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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