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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시대' 반도체는 '아날로그'가 뜬다


기기 속 사진·음성·전류 등 신호처리반도체 시장 '쑥쑥'

디지털 물결의 중요한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업체들이 오히려 '아날로그 코드'에 주력하고 있다.

요즘 필름카메라, 카세트테이프 등 감성을 자극하는 아날로그 장치들의 퇴출을 얘기하는 일은 별다른 흥미를 끌지 못할 정도. 하지만 반도체업체들은 오히려 아날로그에 집중한다고 말하고 있다.

'디지털시대'를 주도하는 반도체 업체들이 아날로그에 더 매진하는 것은 반도체 특유의 역할과 무관하지 않다. 디지털기기의 미세한 영역에서 대부분 반도체들은 사람이 보고, 말하고, 듣는 아날로그 신호를 처리하기 때문이다.

반도체업체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디지털 시장을 잡기 위해 총력을 다했던 1990년대 상황과도 상당히 달라진 모습이다. 이런 변화는 초소형, 초절전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오히려 아날로그적 기능의 중요성이 커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

반도체 기업 내셔널세미컨덕터코리아의 김희철 이사는 "산업·의료·자동차·엔터프라이즈·소비가전 등 영역의 모든 기기에 아날로그반도체들이 자리잡고 있다"며 "디지털기기에서 아날로그가 없다는 것은, 사람 전체에서 머리 속 뇌만 있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디지털기기 내부는 아날로그반도체 세상'

반도체는 크게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메모리반도체와 연산·제어 기능을 하는 비메모리반도체로 나뉜다. 비메모리반도체 중에서 중앙처리장치(CPU), 마이크로 콘트롤러 유닛(MCU), 디지털신호프로세서(DSP) 등은 디지털화된 정보를 처리하는 디지털반도체들이다. 아날로그반도체로 분류되는 증폭기(앰프), 각종 신호변환기(컨버터) 등은 아날로그 신호를 다루는 역할을 한다.

각종 기기가 아날로그 신호를 받아들여 사람에게 전달하는 '신경망'을 들여다보면 아날로그반도체의 중요성을 쉽게 알 수 있다. 아날로그 신호는 센서를 시작으로 증폭기, 아날로그-디지털 변환기(ADC)를 거쳐 디지털기기로 들어온다. 이후 디지털로 변환된 신호는 인터페이스 집적회로(IC)를 타고 이동해 DSP 등 디지털반도체의 처리과정을 거친다.

이후 다시 디지털-아날로그 변환기(DAC), 신호 드라이버를 거쳐 사람이 TV나 PC 화면에서 보는 사진과 영상, 소리 등이 만들어지는 것. 디지털기기 내 각 반도체들은 일정량의 전력을 필요로 하는데, 이들에게 전원을 공급하는 IC들이나 교류-직류를 서로 변환해주는 AC-DC, DC-AC 변화기 등 전력반도체들도 모두 신호를 다루는 아날로그반도체들이다.

◆아날로그반도체 시장 연평균 11% 고성장

1990년대 들어 디지털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반도체 업체들도 DSP, MCU같은 디지털반도체 시장을 잡기 위해 매진했다. 그러나 2000년 이후 디지털기기의 크기가 줄고, 고성능과 함께 낮은 전력소비가 화두로 대두되면서 다시금 업체들은 아날로그반도체에 역량을 집중하는 식으로 전략을 선회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데이터빈스는 지난해 정체를 보였던 세계 아날로그반도체 시장이 올해 400억달러 이상으로 확대되면서 9.6%의 전년 대비 성장률을 보일 전망이라고 밝혔다. 아날로그반도체 시장 규모는 연평균 11%의 성장세를 보이며 오는 2013년 690억달러까지 확대될 것이란 예측이다.

◇2007년 아날로그반도체 시장 매출 순위

순위 회사명 매출(100만불) 성장률(%) 점유율(%)
1 TI 5,290 2 15
2 ST마이크로 3,944 19 11
3 인피니언 3,377 10 9
4 NXP 2,708 -8 7
5 ADI 2,052 9 6
6 내셔널세미컨덕터 1,703 -8 5
7 맥심 1,533 4 4
8 프리스케일 1,523 -5 4
9 리니어 1,084 -3 3
10 르네사스 1,049 5 3
그외 12,190 -9 33
종합 36,453 -1 100
※자료:데이터빈스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반도체 시장 규모는 2천793억달러로 전년 대비 3.8% 성장하는데 그쳤다. 향후 아날로그반도체의 성장세는 전체 반도체의 성장률을 크게 뛰어넘을 전망이다.

◆종합반도체 기업들 "아날로그가 대세"

대표적인 종합반도체 기업 텍사스인스투르먼트(TI)는 1990년대 중반 이후 디지털반도체에 집중하면서 DSP 부문 6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2000년대 들어선 아날로그반도체 분야를 강화하면서, 아날로그 영역에서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손영석 TI코리아 사장은 "디지털산업이 성장할수록 아날로그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며 "첨단 제품일수록 아날로그 부품이 필요하며, 모바일기기의 소형화와 함께 저전력반도체의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내셔널세미컨덕터의 김희철 이사는 "최근 반도체 시장에선 완제품 기업의 요구에 맞춰 아주 미세한 수준까지 성능과 소비전력을 맞추는 게 주요 과제"라며 "다양한 아날로그반도체 영역에서 기술력을 기반으로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선 메모리반도체 세계 1~2위 기업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를 비롯해 동부하이텍, 매그나칩반도체 등이 시모스 이미지센서(CIS) 및 각종 신호처리칩 등 아날로그반도체 시장공략을 추진하고 있다.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 역사는 해외기업들에 비해 짧지만, 삼성·LG전자 등 세계적인 전자기업들과 보조를 맞춰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아날로그 분야에서도 활약하길 기대해본다.

권해주기자 postm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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