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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성] KT 결합상품 전략은 창? 방패?


현재 방송통신시장에서 눈여겨 봐야할 것 가운데 하나가 결합상품이다. 방송통신시장에서 결합상품은 전장(戰場)이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장이 바뀌면 전투 공식도 바뀐다. 산악전과 시가전이 다르고 백병전과 생화학전이 다른 것처럼…. 전략도 바뀐다. 지형지세와 피아의 전력을 파악한 뒤 새 진용을 갖추게 된다.

판세 분석은 그 진용을 살피는 데서 출발한다.

점차 무르익고 있는 결합상품 전장에서 KT 진영과 SKT 진영이 나름의 진용을 갖추고 소리 없는 함성을 지르며 마주서 있다. 4월말이나 5월초로 예상되는 첫 일합에 앞서 치열한 기 싸움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KT는, 분명하게 선보인 것은 아니지만, 본대에 변화를 주기로 했다. 핵심 부대인 시내외 등 일반전화에 손을 대는데, 정액 무제한 사용제를 도입키로 한 것이다. 기존 정액제인 초고속인터넷도 그대로 정액제가 된다.

이 사실이 주목되는 까닭은, 전장이 단일 상품 중심의 과거와 달리 결합상품 중심으로 바뀌지 않았어도 과연 KT가 그런 선택을 했을까, 하는 질문에서 비롯된다. 이미 알려진 대로 KT는 불과 2~3 전만해도 초고속인터넷을 종량제로 바꾸기 위해 갖은 노력을 했었다. 이유는 두말할 것도 없이 더 많은 수익을 위해서다. 초고속인터넷만 놓고 보자면 종량제로의 전환 필요성이 갑자기 2~3년만에 바뀌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하물며 90%를 점유한 일반전화야 말할 것도 없을 듯하다.

결과적으로 전장이 바뀜에 따라 KT는 그동안 원치 않았던 전략을 취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그런데도 결국 이 전략이 채택됐다는 사실은, 바뀐 전장에서는 이 결정이 꼭 손해 보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을 했다는 의미다.

왜 그런가. 지형지세와 피아의 전력 상황이 바뀐 탓이다.

바뀐 전장에서 KT 진영의 시내외전화와 초고속인터넷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베이스 진지와 병참기지로서의 의미다. SKT 진영이 하나로텔레콤을 병합하기 전만해도 이 기지는 적에 의한 노터치의 성역이었다. 심하게 말하면 KT가 가면 그게 곧 길이었던 시장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아니다. 상대가 과거와 비교하지 못할 만큼 강하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병참기지가 파괴되면 더 이상 전투는 불가능하다. 베이스 진지가 무너져도 깃발을 내려야 하는 것이 전투의 숙명이다.

SKT의 포대가 노리는 곳은 이 병참기지다. 그중에서도 초고속인터넷이다. 초고속인터넷은 향후 방통융합시장에서 최대 병참기지이자 베이스 진지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가 무너지면 다른 진용은 사상누각과 같다.

KT가 시내외전화를 정액 무제한 사용제로 바꾸는 것은 이 병참기지를 튼튼히 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방법은 일반전화와 초고속인터넷을 결합된 형태의 필수 상품(실질적인 의미에서는 단일상품)으로 묶는 것이다. 거기에다 KTF의 이동전화나 IPTV인 메가TV 등은 결합의 선택상품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문제는 가격이다. 일반전화와 초고속인터넷을 하나의 정액 상품으로 묶되 소비자가 고개를 끄덕일 수준만 제시하면 상대가 그 결속력을 해체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일반전화 +초고속인터넷 형태의 정액 기본상품은 SK 진영의 공세를 막는 방패에서 돌연 상대의 창을 돌려 치는 창이 될 수도 있다. 이 카드가 수세의 방패일 것이냐 공세의 창일 것이냐는 가격에 달린 셈이다.

또 그 가격은 소비자를 향한 설득의 문제이기도 하다.

KT 진영은 손해를 최소화하면서도 소비자를 강력하게 묶어둘 ‘황금요금’을 산출하기 위해 치밀하게 주판알을 튕기고 있을 것이고, SKT 진영은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하면서부터 예상됐고 그래서 내친걸음인 만큼 초강력 폭격기인 이통통신에 초고속인터넷과 IPTV 폭탄을 실어 KT 병참기지를 공습할 것이다.

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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