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대만 LCD '무서운 부상'


핵심부품 내재화-제휴·인프라 확대로 한국 위협

대만의 액정표시장치(LCD) 기업들이 무섭게 부상하고 있다.

AU옵트로닉스(AUO), 치메이옵토일렉트로닉스(CMO), 청화픽처스튜브(CPT), 한스타, 이노룩스 등 다수 기업이 포진해 있는 대만은 '2인자' 자리를 탈피하기 위해 빠른 속도로 한국을 추격하고 있다.

2007년 LCD 산업의 호황을 발판으로 한 대만기업들의 부상은 '반짝 부활'에 머물지 않을 전망이다. 핵심부품 내재화와 폭넓은 지분·제휴 움직임, 사업 인프라 등은 오히려 우리나라 삼성전자나 LG필립스LCD(LPL)보다 나은 면모를 보이고 있다. 대만기업들은 올해 수익성이 우수한 대형 LCD를 중심으로 출하량을 크게 확대할 계획이어서 한국에 대한 위협은 더 커질 전망이다.

이런 전망은 대만업체들이 연이어 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AUO는 2007년 4분기 매출과 이익 모두 삼성전자, LPL을 앞질러 버렸다. 한국이 그 동안 누리던 '최강 LCD' 지위가 위태로워진 것이다.

대만기업들은 2008년 기존 설비 출하량을 대폭 늘리며 수량 기준 1위 자리를 공고히 하겠다는 기세다. 국내 디스플레이 대기업과 부품·장비 중소기업들의 상생협력, 대기업 간 패널 교차구매 등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대만기업, 부품내재화-사업여건 오히려 우세

최근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와 디스플레이뱅크의 2007년 LCD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대만기업들은 전체 출하량 면에서 한국을 따돌린 것으로 집계됐다. AUO의 4분기 실적은 수량뿐만 아니라 수익성 또한 한국기업들에 뒤지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대만의 대표 LCD 기업 AUO와 CMO는 핵심부품 내재화 면에서 삼성전자·LPL보다 우세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두 회사는 LCD 핵심부품인 컬러필터, 드라이버 집적회로(IC), 냉음극 형광램프(CCFL), 폴라라이저, 백라이트 유닛(BLU), 발광다이오드(LED) 등을 모두 자체적으로 보유하거나 계열사 사업으로 확보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PL도 부품 내재화를 가속화하고 있지만 아직 CCFL이나 BLU 부문은 내부적으로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이는 원가경쟁에서 대만기업들이 오히려 더 나은 역량을 보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AUO와 CMO는 벤큐, 콴타컴퓨터, 후나이, TPV 등 현지 세트업체들과 지분 관계를 맺으면서 이를 기반으로 각각 10여개 부품기업들을 자회사 또는 계열사로 두고 있다.

디스플레이서치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사업 여건도 국내보다 나은 편이다. 인건비는 생산직이 국내보다 연간 2천달러, 엔지니어는 1만달러 가량 저렴하다. 대만기업들은 한국·중국·일본의 LCD 기업들과 달리 고용자들에게 스톱옵션을 부여하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투자설비의 감가상각 적용기간도 6년으로 4~5년의 국내보다 유리한 상황.

삼성전자, LPL 두 기업이 군림하다시피 하고 있는 한국과 달리 AUO, CMO, CPT 등 대형기업과 함께 한스타, 이노룩스, 윈텍, TPO디스플레이, 자이언트플러스, PVI 등이 각 제품군에서 한 몫들을 하고 있다는 점도 이점이 될 수 있다.

AUO 등은 소니, 도시바, 필립스 등 대형 가전기업들과 함께 삼성전자, LG전자, 샤프 등 LCD 분야 경쟁회사들까지 고객군으로 확보하는 수환을 보이며 비상하고 있다.

◆대형 LCD 출하량 대폭 확대

AUO는 지난 2007년 합병한 퀀타디스플레이의 6세대 생산량을 2007년 월 6만대 수준에서 2008년 상반기 9만대, 2009년엔 12만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자체 7.5세대 라인의 생산량도 지난해 4만대 수준에서 올해 상반기 7만5천대, 2009년 10만대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다. 오는 2009년엔 7.5세대 두 번째 라인과 8세대 라인까지 가동한다는 계획 하에 투자에 나서고 있다.

CMO도 5세대와 5.5세대, 7세대 생산량을 단계적으로 끌어올리는 한편, 2008년 상반기부터 6세대 새 라인을 가동하기 시작한다. AUO와 마찬가지로 오는 2009년 8세대 라인을 돌리기 위해 장비 반입에 나서고 있다. CPT도 6세대 생산량을 늘릴 예정이며, 이노룩스는 오는 2009년 6세대 새 라인을 가동할 준비를 하고 있다.

대만기업들이 7~8세대 라인의 생산량 확대 및 신설에 나서는 것은 102㎝(40인치) 이상 대형 TV용 LCD 패널의 생산을 늘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LPL도 수익성이 우수한 대형 TV용 패널 부문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상생형 원가개선-패널 교차구매 등 절실

대만기업들의 무서운 추격을 따돌리려면 원가절감과 삼성-LG 그룹 간 패널 교차구매가 절실한 것으로 요구된다.

일정한 주기로 움직이는 LCD 산업에서는 결국 수익성 싸움에서 이기는 자들이 승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 이런 점에서 지난해부터 LPL이 적극 추진하고 있는 협력업체와 상생형 원가절감 모델 개발 및 추진이 어느 정도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LPL은 구매부서 내 상생협력팀을 꾸려 같은 부품·장비에 대해 불필요한 경쟁을 제거하는 식으로 원가 경쟁력을 높여 이익을 공유하는 방안 등을 고민하고 있다.

지금까지 세트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국내업체 대신 AUO와 CMO 등으로부터 부족한 패널을 상당 부분 들여와 대만기업들의 배를 불리게 했던 관행도 시급히 해소해야 할 일로 지적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삼성-LG 간 교차구매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이 확산되고 있어, LCD 공급초과가 우려되는 2009년부터는 두 진영 간 협력이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만기업들의 공세와 함께 최근 일본에서도 마쓰시타-히타치-캐논, 도시바-샤프 등이 연합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이는 곧 삼성전자, LPL의 고객 축소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대형 거래선과 확고한 제휴관계를 형성하고, 신규고객을 확대하는데 매진해야 할 것으로 요구된다.

대만기업들이 LCD 공급량을 대폭 확대하는 한편 삼성전자와 LPL, 샤프 등도 올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새로운 생산설비를 가동하기 시작한다. 2008년 역대 최대 LCD 호황에 대한 기대와 함께 2009년의 심각한 공급초과에 대한 우려가 동시에 제기되는 시점이다. 국내기업들이 LCD 분야의 '지존'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멀리 내다보고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자세가 어느 때보다 더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권해주기자 postman@inews24.com

2024 iFORUM






alert

댓글 쓰기 제목 대만 LCD '무서운 부상'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