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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이어 LCD업계도 '짝짓기' 가속화


삼성전자·LPL 등 선두권의 손잡기…수급 안정성 ↑ 위험도 ↓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경쟁사들과 손잡기에 나선데 이어, 액정표시장치(LCD) 선두권 기업들도 속속 해외업체들과 제휴에 나서 관심을 모은다.

이러한 움직임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가 대규모 투자를 요구하는 장치산업이란 점에서 독자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보다, 경쟁사와 손을 잡아 제품 수급을 원활히 하고 위험도를 낮추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런가 하면 중국과 대만의 중견 디스플레이 기업들을 중심으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 위한 '합종연횡' 움직임도 활발히 이어지는 모습이다.

LG필립스LCD(LPL)는 18일 대만의 경쟁업체 한스타디스플레이의 우선주 1억4천만주(보통주 전환 시 3.42% 비율)를 취득키로 하고 전략적 제휴에 나섰다. LPL은 모니터용 패널을 주로 생산하는 한스타와 협력으로 공급부족에 시달리는 IT용 패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수익성이 좋은 대형 TV용 패널에 더 집중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규모 확대형' '안정성 확보형' 손잡기 속속 진행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 중국과 대만 중견업체들의 제휴 및 인수합병은 규모를 키워 세계 최강인 한국 LCD 기업들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으로 파악된다.

중국 SVA와 일본 NEC의 합작사 설립과 대만 AU옵트로닉스의 현지 퀀타디스플레이(QDI) 인수가 그런 형태를 취했다. 최근 중국 SVA-NEC, BOE OT, IVO는 정부 주도로 조인트벤처 설립을 추진하고 있고, 대만 프라임뷰인터내셔널은 우리나라 중견 LCD기업 하이디스 인수를 추진하며 규모의 경제를 확보코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LCD 최강라인을 형성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PL은 거대한 생산라인을 확보하는데 성공했지만, 업황에 따라 실적이 크게 흔들리는 위험을 안고 있다. 이러한 위험도는 요즘처럼 LCD 경기가 좋아도 패널이 없어서 팔지 못하는 현상을 빚게 하고 있다.

이에 따라 LPL-한스타의 제휴에 앞서 삼성전자는 대형 거래선인 일본 소니와 합작회사 S-LCD를 설립, 7세대 1라인과 8세대 1라인 1단계 생산설비 관련 공통투자에 나섰다. 삼성전자와 소니는 LCD 생산물량을 일정 비율로 나눔으로써 비수기 또는 성수기 때 패널을 안정적으로 공급·확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삼성전자는 수조원대 생산라인 투자비용을 배분해 위험도를 낮출 수 있게 된 것은 물론이다.

LPL 역시 지난 2006년 폴란드 모듈공장에 대해 고객사인 도시바의 19.9% 지분투자를 이끌어내며 안정적인 패널 수급에 도움을 얻고 있다. LPL과 일본전기초자(NEG)의 유리기판 관련 합작사인 파주전기초자, 삼성정밀유리와 미국 코닝의 합작사인 삼성코닝정밀유리 등 LCD 관련 부품·장비 분야에서도 글로벌 협력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독자생존의 위험 타개책, 반도체→LCD로…업계 구조조정 가속화 전망

LCD 업계의 글로벌 제휴 움직임에 앞서 반도체 업계에선 대규모 투자를 요구하는 메모리반도체를 중심으로 '짝짓기' 사례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국내 하이닉스반도체는 미국 오보닉스 및 샌디스크, 대만의 프로모스테크놀로지스와 P램, 낸드플래시메모리, D램 관련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김종갑 하이닉스 사장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제휴 확대를 추진하며 최근 "조만간 구체화될 건을 비롯해 반도체 관련 손잡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엘피다는 대만 파워칩반도체와 합작회사 렉스칩일렉트로닉스를 설립한데 이어 다시 대만 난야테크놀로지 및 프로모스 등과 제휴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독일 키몬다는 대만 난야와 합작회사 이노테라메모리스를 설립한데 이어, 일본 소니와 모바일 D램 관련 합작사를 설립키로 한 상태. 미국 인텔과 유럽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의 합작사 뉴모닉스 설립, 인텔과 미국 마이크론의 합작사 IMFT는 플래시메모리 분야의 '짝짓기' 사례다.

지난 11월 서울에서 열린 '반도체 시장전망 컨퍼런스(SEMCO) 2007'에서 카트너의 짐 튤리 부사장은 "반도체 산업은 대규모 투자가 요구된다는 속성상 더 이상 독자생존하기 어려운 구도로 흘러가고 있다"며 "향후 3분의 1 정도 반도체 칩 제조사들이 도태되거나 인수합병(M&A) 대상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대규모 장치산업이자 업황에 따라 실적 차가 극명하게 나타나는 디스플레이 산업도 반도체 산업과 같은 상황에 놓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선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를 중심으로 삼성-LG 국내 경쟁사 간 패널 교차구매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동안 경쟁의식에 집착해 모자라는 패널을 대만업체들로부터 구입했던 국내 대기업들이 교차구매에 나설 경우,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 발전에 적잖이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비롯해 선두권 LCD 기업들을 중심으로 제휴·협력의 사례가 이어지면서 디스플레이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는 국내 제조사들을 중심으로 업계의 구조조정이 가속화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서울증권의 민천홍 연구원은 "올해 2분기부터 LCD 경기가 개선되면서 선발업체들은 대규모 이익을 내고 있지만, 후발업체들은 수익성 개선이 미미하고 시장 지배력을 잃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LPL의 한스타 지분인수는 LCD 업계의 새로운 협력모델로 의미가 있다"며 "결국 이러한 협력사례를 바탕으로 선발업체 중심의 LCD 산업 구조조정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해주기자 postm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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