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민주주의]버릴 수 없는 가치 '망중립성'

KT와 제휴한 네이버 이야기

NHN은 구글이나 MS처럼 자체 발전시설을 갖춘 IDC를 만드는 것을 검토하기 위해 백도민 CIO 아래 태스크포스팀을 만드는 한편 지난 해 초 지앤지텔레콤(엔터프라이즈네트웍스)센터장 출신의 김영모 팀장을 영입해 인프라태스크포스팀을 만들었다.

그후 IDC에 입주한 인터넷기업들의 공통과제인 BGP(Border Gateway Protocol)연동과 KT IDC에 다른 통신회사 광케이블 인입 등을 요구하며 협상해 왔다. 늘어나는 트래픽에 대비하려면 외국처럼 BGP를 통한 네트워크 안정화와 망비용절감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허진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 등이 함께 나서 정보통신부와 KT를 설득해왔지만, NHN은 결국 KT에 인프라를 맡기기로 결정했다. 인프라태스크포스를 해체하고 '관리운영'팀으로 돌렸다.

정부나 KT에 더이상 BGP나 광케이블 인입, 인터넷연동점(IX) 정상화 등을 요구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이에대해 최휘영 NHN 사장은 "국내 인터넷산업을 발전시키기위한 선도적 시도"라고 평가했다.

◆"네이버도 벌벌 떤다"...익명의 전문가 인터뷰

이에대해 익명을 요구한 인터넷 업계 한 전문가는 "NHN으로서는 당연할 수 있지만 전체 인터넷 산업에는 치명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끼리 상호시너지를 낸 게 뭐가 문제인가.

"각사 전략에 맞춰 제휴한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통신과 플랫폼 지배적 사업자끼리 한배를 타면서 다른 기업들이 요구하는 공정경쟁 문제가 묻힌다는 게 심각하다"

-KT와 NHN의 지배력은 어느정도로 보는가.

"KT는 필수설비인 시내망을 가지고 있다. 시내망은 전화국에서 가입자 집까지 오는 가입자 선로다. 뿐만아니라 인터넷데이터센터(IDC)와 인터넷연동점(IX)을 갖고 있으며, 초고속인터넷에서도 50%가까운 점유율(코넷)을 갖고 있다"

"NHN 역시 지금은 마찬가지다. 누구든지 홈페이지 첫화면을 바꿀 수 있어 인터넷시장에는 진입장벽이 없다지만, 다른 기업들 보다 오픈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에 소극적이고 뉴스독점 등을 통해 인터넷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럼 IPTV나 IDC, IX 제도는 어떻게 될 것으로 보는 가.

"네이버는 다음과 달리 국조실과 국회에서 IPTV 논의가 있을 때 앞장서 망중립성(망없는 사업자도 사업할 수 있게 하는 망동등접근)을 요구한 적이 없다. 또한 BGP나 IX 문제도 한 때 제기하다 이번에 포기했다. 따라서 네이버가 앞장서 망중립성을 요구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현재의 IDC나 IX 제도가 문제없다는 말인가.

"그건 아니다. 국내 IDC는 서버호텔이 아니다. 망사업자의 회선끼워팔기로 입주기업들이 회선비용을 줄이지 못하고 있으며, BGP 연동이 안돼(그림1) 논리적으로 하나의 네트워크를 만들기 어렵다. 그만큼 인터넷기업 입장에서는 망운용의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의미다.이를 개선해야 한다(그림2)"

"IX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비영리인 한국전산원외에 KT, 데이콤, 하나로 등 3개 민영IX 가 있는데 KT IDC는 KT IX와 연동비를 정산하지 않는 등 호스트웨이 등 독립IDC와 비교했을 때 공정하지 않은 게임을 하고 있다. 방법은 인터넷 기업들이 힘을 모아서 관계당국에 광대역통합망(BcN) 시대에 맞는 공정한 게임의 룰을 만들어 달라고 하는 것인데, 쉽지 않게 됐다"

-공정한 게임의 룰이 뭔가.

"인터넷 시대에는 망연동 및 접속정책을 물리적 설비기반이 아니라 논리망 중심으로 가져가는 것이다. IDC의 BGP 문제를 해결하고 KT 국사에도 다른 통신사업자 광케이블이 들어와 경쟁할 수 있게 하며, 늘어나는 트래픽 시대에 맞춰 정부허가 IX와 민영IX를 구분해 일정 볼륨이상의 사업자는 새로운 망연동이 가능해지도록 정부가 강제하는 것이다. 그러면 재난대비책으로 주목받는 지방 IX이전도 가능해질 것이다"

◆"망중립성은 공정거래 관점에서 봐야"...전응휘 녹소연 정책위원

NHN과 KT간 제휴로 국내에서는 '망중립성'에 대한 공론화가 어려워진 가운데, 망중립성을 통신과 방송, 인터넷이 융합하는 컨버전스 시대에 공정경쟁의 관점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녹색소비자연대 전응휘 정책위원은 "망중립성은 참 어려운 문제"라면서 "예전 인터넷의 원리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점이 있으니, 사안별로 보완하면서 지켜가야 할 가치"라고 설명했다.

망중립성을 인터넷 기업이나 네티즌 입장에서 보면 "망에 관계없이 합법적인 콘텐츠에 접근할 권리"가 되지만, 통신회사 입장에서는 "망 매출 감소"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통신 등 인터넷서비스기업들(ISP)들이 망을 지나가는 모든 통화량(트래픽)을 동등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미연방통신위원회(FCC)는 이와관련 지난 2005년 8월 정책선언을 통해 4가지 기본입장을 확인했다. ▲ 이용자는 원하는 합법적인 인터넷콘텐츠를 선택해 접근할 수 있고 ▲ 법이 허용하는 범위내에서 원하는 인터넷 애플리케이션 및 서비스를 선택해 사용할 수 있으며 ▲ 망에 피해를 입히지 않는 한 합법적인 기기를 인터넷에 연결해 사용할 수 있고 ▲ 망제공사업자들, 애플리케이션 및 서비스 사업자들, 콘텐츠제공기업간에 경쟁에 따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원칙일 뿐, FCC는 작년 미국의 인터넷전화 사업자인 스카이프가 FCC에 제기한 무선망에서의 중립성 문제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고 있다.

"프리미엄망 중립성은 조심스럽게, 그러나 공중망은 달라" ...전응휘 위원 -망중립성을 어떻게 보는 가. "망중립성은 인터넷의 원칙이기는 하지만 앞으로는 공정경쟁 문제로 보는 게 나을 것이다. 공정경쟁룰이란 상대적인 것이고, 세심한 평가가 필요하다. 예를들어 통신회사가 새롭게 구축하는 프리미엄망과 공중망(현재의 망)은 좀 다르다는 의미다. 공중망은 망중립성이 당연하지만, 프리미엄망은 망고도화의 비용을 여러사업자들이 분담하는 쪽으로 논의돼야 한다" -프리미엄망과 공중망을 달리 보는 이유는. "통신사가 주도하는 인터넷 프리미엄망이 가능할 것이냐는 논란은 있다. 통신사가 제어하는 게 아니라, 인터넷이나 방송 등 콘텐츠 기업이 과금문제 등을 주도해 나갈 것이란 전망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의 인터넷 트래픽 증가세를 감안했을 때 통신망을 고도화하는 숙제는 여전하다. 이럴 때 새로운 연동 및 접속 정책을 만들 때 비용분담 문제가 나올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공중망의 경우 통신사들은 투자분에 대해 상당부분 이익을 회수했다. 따라서 이제라도 인터넷전화 망이용대가 1회선당 1천500원 등 불균형적인 것은 해소돼야 한다. 정통부의 시내전화 연착륙정책으로 인터넷전화의 고비용 구조를 만든게 지금은 통하지 않는다는 의미다(이와관련 전응휘 위원은 국회IPTV 토론회에서 조기 망동등접근을 주장하기도 했다)" -망중립성이 미래 IT시장에서 지켜내야 하는 가치인가. "사실 유선보다 무선이 급하다. 왜 친소비자적인 와이파이 기술을 모바일 단말기에는 안 넣는가. 왜 이제서야 국민들이 통신사에 관계없이 단말기를 고를 수 있는 유심카드(USIM)를 이야기 하는가. 인터넷이 모바일로 진화하는 것을 감안했을 때 무선쪽에서도 망중립성, 망개방 논의가 전면화돼야 한다" ◆망중립성은 미래 IT를 위한 전제! 망중립성이 통신사업자에게는 '실'만 가져다 주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최근 이동통신회사들이 폐쇄된 콘텐츠에 한계를 느끼고 데이터 통화료 수입 을 늘리기 위해 '망개방'을 진전시키고 있는 점이 대표적이다. SK텔레콤은 '오픈아이위드윙크(Openⓘ with WINC)'라는 것을 통해 윙크번호(WINC, 무선인터넷접속 전용번호)를 몰라도 휴대폰에서 관련키워드(정통부 등)를 치면 수월하게 해당 사이트로 접속할 수 있게 했다. 네이트 버튼을 '짧게' 누르면 해당 페이지로 넘어가는 것. LG텔레콤은 한 걸음 더 나아가 NHN과 무선검색 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키로 했다. 그러나 휴대폰 무선인터넷보다 기술적으로 훨씬 인터넷스러운 와이브로에서는 이렇다할 망개방의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정통부가 3년내 가입자 500만 돌파이후 망개방을 의무화한 이유도 있지만, 사업자들 스스로 망개방을 통한 협업으로 관련 시장을 키우겠다는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KT는 인터넷전화로 음성기능을 넣으면 자회사 KTF의 수익이 줄 까 염려하고 SK텔레콤은 3G HSDPA의 보완재로 보기 때문에 와이브로 인해 전면적인 망개방이 대세가 되는 걸 걱정한다. 그러나 국가사회 전반적으로 소비 정점에 다다른 IT의 새로운 시장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망중립성을 되돌아 봐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지난 3월 11일 한국은행은 '주력성장산업으로서 IT산업에 대한 평가와 시사점'이란 보고서를 통해 "2006년 정보기술(IT)산업의 성장율이 실질 국내총생산(GDP)성장율5%와 비슷하다"며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열흘만에 정보통신부가 다른 한국은행 자료(2006년 국민계정(잠정)자료)를 를 인용, 2006년 IT산업 성장율(전년대비)은 13.3%로 실질GDP 성장률 5.0%의 2.6배가 넘는다고 반박했지만, IT가 언제까지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을 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중국의 추격 등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는 반면, 국내 IT 소비는 정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통부의 대응은 방통융합서비스, IT부품소재, 임베디드소프트웨어(SW) 등을 키워 부가가치를 높이자는 것. 진대제-노준형-유영환으로 이어지는 'u-IT 839'로 말이다. 그러나 가능하려면 IT로 만들 수 있는 가치사슬이 변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백색전화 시대에서 컴퓨터가 나오고 IPTV로 가는 디지털 생태계에 대한 고려없이는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소비자는 네트워크를 볼 필요가 없다"…강홍렬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박사 -IT발전에 망중립성이 왜 중요한 가 "통신단말기라 해서 통신사업자만 공급할 수 있게 했던 백색전화란 게 있었다. 회선이 부족했을 때였는데, 결국 망과 단말이 분리돼 단말기가 이겼다. 그후 컴퓨터가 나오고 소프트웨어와 콘텐츠가 뜨기 시작했다. 망중립성 문제도 마찬가지다" -선뜻 이해안된다. 통신회사들은 신규망에 투자하려면 망중립성은 어렵다는데... "예전 IT의 가치는 물리망이 주도했다.그러다 컴퓨팅 기술이 들어와 소프트웨가 가치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논리망 영역이 중요해 졌다. 현재는 애플의 아이팟이나 아이튠즈에서 보듯이 콘텐츠와 플랫폼, 네트워크와 단말이 상호연계돼 가치를 만들고 있다. 각각이 중요해진 것이다. 특히 인터넷플랫폼은 장기적으로 망의 지배력과 콘텐츠의 지배력을 막아 다양한 사업자들에게 참여동기를 준다. 그래서 중립성이 중요하다" -신규망(BcN) 투자를 위해선 통신사에 혜택을 줘야 하지 않나 "IT소비자를 봐라. 망이 뭔지는 중요치 않다. 오가는 콘텐츠가 더 중요하다. IBM과 AT&T가 뛰어들어 통신사업자 입장에서 인터넷을 제어하려했던 비동기식전송모드(ATM)은 실패했다. 광대역통합망(BcN) 역시 품질보장과 제어권(QoS)을 통신망 입장에서만 설계해선 곤란하다. IPTV를 BcN으로 한다고 했을 때 기존 방송만이 아니라 실시간 웹이 들어가는 걸 상상해 봐라. 이를 통신망이 모두 제어할 수 있을 까. 방송과 인터넷, 콘텐츠 등 다양한 이해를 반영해야 하고, 신규망 투자재원도 통신회사에 전담시키자는 게 아니라 공정한 룰을 만들고 망이용대가와 연동 정책 등을 통해 나눠가야 한다" -미래 IT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무선과 융합이다. 특히 와이브로 활성화는 국내 IT 산업을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다. 융합은 방통융합 뿐 아니라 자동차나 선박 등 다른 업종의 제품과 프로세스, 기술에 IT가 수렴되고 확대되는 과정이다" 여기서 잠깐. 2004년 8월 나스닥에 상장된 뒤 단 1년만에 미국내 20대 기업에 들고 시가총액 100조원을 넘어선 구글을 돌이켜 보자. 구글은 차별화된 검색기술로 IBM, 인텔, MS, 야후 등을 제쳤지만, 그 이면에는 '개방, 참여, 고객' 철학이 있었다. 하나의 핵심기술로 개방형 플랫폼을 구성해 개개인의 참여를 유도한다는 것과 나만이 아닌 우리모두가 만드는 집단지성을 강조한 점, 한번의 클릭으로 사용자가 원하는 콘텐츠에 신속히 접근하도록 한 점 덕분에 IT분야에서 1등이 됐다. 또한 이같은 구글의 성장 뒤에는 사업자들이 활발히 경쟁할 수 있도록 한 미국정부의 서비스 기반 경쟁 활성화 정책이 있었다. 미국은 우리와 달리 케이블TV 사업자들이 인터넷과 전화, 방송 시장을 장악한 만큼, AT&T의 IPTV 시장 진입을 독려하면서 허가 절차를 간소화한 것이다. 물론 디지털케이블도 같은 수준의 규제를 받지만, '경쟁을 통한 소비자 후생강화'라는 원칙을 지킨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나라의 정보통신부 역시 '통신규제개혁로드맵(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재판매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관계부처 국장 협의에서 지배적사업자에 대한 재판매 상한제가 백지화되는 등 알맹이 없는 재판매 활성화 정책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정책의 취지가 유통이나 금융, 인터넷, 방송 등 신규사업자가 아닌 KT나 SK텔레콤 같은 지배적사업자나 관계회사가 통신 재판매 시장까지 휩쓰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설비기반경쟁에 올인했던 데에서 경쟁 사업자수를 늘리는 서비스기반경쟁 으로 요금인하와 품질향상을 꾀하려던 정통부 정책이 밀리고 있는 셈이다. 통신 내부 문제에서 조차 이러한 데, 국내에서 방송(콘텐츠), 인터넷·소프트웨어(플랫폼)와 단말기(단말기)와 통신(네트워크)이 공정하게 경쟁하는 데 시사점을 주는 '망중립성'에 대한 논의가 성숙해지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김현아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다시 웹을 생각한다 FTA발 저작권 강화, 운용의 묘가 필요하다 alert - close 댓글 쓰기 제목 [웹 민주주의]버릴 수 없는 가치 '망중립성' 추천 비추 댓글- 새로고침 정렬 인기 댓글순 최신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댓글 바로가기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