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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민주주의] 다시 웹을 생각한다


협회차원의 자율위원회 구성하자

웹을 통한 '참여형 민주주의'가 확산되고 있다. 짧은 인터넷의 역사를 볼때 획기적 변화가 이뤄지고 있는 모습이다. 국내에서는 2002년 월드컵과 대선, 2004년 총선 등 굵직한 이슈를 따라 웹 민주주의가 정착했다.

네티즌들은 하루의 일거수 일투족의 '역사'를 웹을 통해 확인하고 있다.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정보와 뉴스속에서 수천만명의 네티즌의 생각이 표출되고 있다. 올 연말에는 대통령 선거가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정치권에서는 '웹 민주주의'에 대한 규제와 통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인터넷과 웹이 신문이나 방송을 넘어서 가장 영향력 있는 미디어라는 인식아래 그 영향력에 맞는 '책임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섣부른 규제 이슈를 내놓으면서 '책임성'이라는 말이 '규제와 통제'로 오히려 웹 민주주의를 퇴보시킬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아이뉴스24는 정치,경제,사회, 문화 등 사회전반적으로 '웹 민주주의'가 어떻게 확산되고 있고 현재 불거지고 있는 규제이슈가 시의적절한 내용인지에 대해 논의하고 바람직한 대안을 만들고자 한다. '다시 웹을 말한다…인터넷 거버넌스'특집을 통해 '웹 민주주의'의 흐름을 짚어본다.[편집자주]

2007년 들어 웹 민주주의에 대한 이슈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어 새로운 여론 창구로 부상하고 있는 '포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영향력이 막강한 만큼 책임성을 강화해야 된다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최근 악성댓글 등에 대한 대책으로 국가가 나서 '제한적 본인실명제'를 실시하고 포털의 매출구조를 봤을 때 독과점의 위험성이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에서는 포털의 책임성을 강조하면서 각종 규제를 가할 수 있는 법안을 상정해 놓고 있다. 이 또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거대한 웹 민주주의에 대한 규제를 통해 책임성을 강조하는 것과 이로 인해 웹 민주주의가 퇴보할 것이란 시민단체의 의견이 대립하고 있는 실정이다.

◆"포털은 황야의 무법자?"

현재 국회차원에서 발의된 포털 관련 법안중에 김영선 의원의 '검색서비스사업자법안'이 눈길을 끌고 있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검색서비스 사업자의 사회적 책임을 담보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이뤄져 있다.

법안을 발의한 김영선 의원은 검색서비스사업자(이른바 포털)를 'e세계의 메가엔터프라이즈'로 단정하고 포털의 법적지위를 분명히 하고 그에 따르는 책임성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선 의원이 생각하는 포털에 대한 인식과 그의 법적 내용을 따라가 보자.(파란색 부분은 이해를 돕기 위해 김 의원의 법안에 대한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의 반대의견이다)

◆포털은 "황야의 무법자?"

"황야의 무법자로 불러도 되지 않겠는가."

한나라당 김영선 의원의 '포털관(觀)'이다. 김 의원은 디지털 세계에서 피해가 가장 빠르게 확산되는 것이 문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현재 '검색서비스사업자법안'을 내놓은 상태이다.

이 법안의 주된 내용은 ▲검색결과 편집 금지 ▲인기 검색어 순위 조작 금지 ▲겸영금지 ▲신고하기 버튼 등으로 구성돼 있다. 김 의원은 "검색서비스 사업자(포털)의 사회적 책임을 담보하기 위해 최소한 네가지를 실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검색결과 편집금지는 검색사업자가 수작업에 의해 인위적으로 검색결과를 편집할 경우 '수작업에 의한 검색결과'라는 사실을 알리고 또한 검색결과를 편집한 부서의 장(책임자)의 성명을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수작업에 의한 검색결과를 상위에 표시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검색의 질적저하를 가져와 이용자의 이용편익을 감소시킬 우려가 있다)

인기검색어 순위조작 금지는 어뷰징(조작과 기사남용 등)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인기검색어 집계 기준을 공표해야 한다는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검색사업자의 인기 검색어 순위 조작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인기검색어 집계순위는 영업비밀에 해당된다. 인기검색어 집계기준이 발표되면 오히려 조작(어뷰징)의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는 모순을 담고 있다)

겸영금지 조항은 미디어 영향력이 절대적(?)인 검색서비스사업자가 인터넷신문과 인터넷언론을 겸영 및 겸업할 수 없도록 한 조항이다. 김 의원은 "만약 검색사업자가 언론사를 겸영한다면 여론 독과점 현상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겸업과 겸영의 취지가 '검색서비스사업자'의 여론 독점을 막기 위한 취지라고 하지만 '검색 서비스'는 기사의 생산이나 여론의 전파를 목적으로 하는 서비스가 아니다. 원하는 정보의 위치를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주는데 목적이 있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관련성이 떨어진다)

신고하기 버튼은 이용자 보호를 위해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 '신고하기 버튼제도'를 운영해야 한다는 조항을 담고 있다. 신고하기버튼 우축에는 신고한 신고인의 수와 신고인의 아이디가 표시돼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신고관련 자료를 열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신고관련 자료열람 등의 주체를 '이용자'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일반 이용자 전체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개인정보보호 등의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다. 현재 정통망법은 소제기 목적 등에 국한해 관련 이해당사자로 개인정보 청구 주체를 제한하고 있다)

특히 김 의원은 올해 대통령 선거에 주목하고 있다. 김 의원은 "포털에 대해 가장 공론화돼야 할 논의는 바로 '제5의 권력'으로서의 포털의 지위"라며 "열성적 지지자들에 의한 인기검색어순위 조작 등이 우려되고 포털이 대선 특별사이트를 개설하거나 할 예정이기 때문에 주의가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김 의원은 "포털이 (이번 대선과 관련해) 중립성과 객관성을 유지하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를 거꾸로 해석하면 포털이 마음만 먹으면 중립성과 객관성을 침해하는 행위를 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포털을 'e세계의 메가엔터프라이즈'로 지칭한다.

김 의원은 "지난 97년 210억원에 불과했던 인터넷 광고시장은 2006년 8천907억원으로 40배 이상 증가했다"며 "특히 네이버, 다음, 네이트 등 3대 포털의 매출액 중 지난해 광고수익은 6천700억원으로 전체의 75%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검색서비스사업자법안'에 대해 "앞으로 법안 통과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세계 최초의 법안이 되는 만큼 국제적으로도 합당한 모델을 제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결국 검색서비스에는 인터넷서비스 대부분의 서비스가 해당될 수 있다. '검색서비스사업자' 역시 대통령령의 기준에 따라 적용 대상이 불명확할 우려가 있다. 기준을 사업자 규모로 할 경우, 동종 사업체간 차별적인 규제 이슈가 될 수 있다. 소위 '포털'만을 대상으로 할 경우 특정 사업자에게만 규제가 이뤄지는 불합리한 상황이 된다)

김 의원의 법안은 그러나 올해 안에 통과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아직 상임위 법안소위원회도 거치지 않았고 인터뷰에서 김 의원은 "올해 대선이슈가 맞물려 있어 상임위가 제대로 운영될지 미지수"라며 통과여부를 자신하지 못했다.

함께하는 시민행동의 주미진 활동가는 김영선 의원의 법안에 대해 "한나라당이 '인터넷을 잘못해서 지난 2002년 대선에 졌기 때문에 이번에 인터넷을 잡아야 한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한마디를 던졌다.

◆"미래인터넷에 주목해야 한다“

이러한 국회차원의 규제이슈와 달리 웹을 잘 아는 전문가들은 대부분 '자율 규제'를 강조하고 있다. 인터넷과 웹에 대한 법적 규제는 변화하는 속도에 맞추지 못할뿐더러 '근시안적 법안'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문제점이 없을 수는 없지만 그 문제점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수정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업체와 혹은 관련 협회를 중심으로 스스로 규제할 수 있는 틀을 만드는 것이 현 시점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는 '인터넷의 전도사'로 통하는 카이스트(KAIST) 전길남 박사는 특히 '인터넷기업협회 차원의 자율위원회 역할론'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협회차원의 '자율적 위원회'를 만들자

"근시안적 법률은 만드는 것은 논란과 시간만 낭비할 뿐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도 가능하면 셀프 레귤레이션(self regulation 자율 규제)를 중시한다. 세계적 흐름에 맞지 않게 국가가 나서서 통제하고 법적 규제를 가하는 것은 인터넷의 흐름에 역행할 뿐이다."

카이스트(KAIST) 전길남 박사는 '인터넷의 전도사'로 알려져 있다. 대전 연구실에서 만난 전 박사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각종 웹과 인터넷 관련된 법안은 아마도 1~2년 뒤에는 바뀌어야 하는 법안이 될 것"이라며 현실성을 지적했다.

그 이유로 그는 '미래 인터넷'을 예로 들었다. 현재 웹과 인터넷은 '인터넷이 가능한 컴퓨터'가 중심이지만 앞으로는 '인터넷이 가능한 휴대 단말기'로 바뀔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전 교수는 우선 '숫자로 보는 인터넷'을 설명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는 사람은 25억명 정도.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람은 10억, 그리고 '인터넷이 되는 컴퓨터'는 약 5억대가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이 되는 휴대전화'는 약 4억정도라고 분석했다.

전 교수는 "5~10년 뒤에는 인터넷이 되는 휴대전화가 약 30억대에 이를 것"이라며 "인터넷이 가능한 컴퓨터에서 이젠 인터넷이 가능한 휴대전화로 급격한 변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재 논의되고 있는 규제 이슈는 근시안적 법률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전 교수는 "OECD 등 국제기구 회의에 나가보면 대부분 자율규제를 많이 강조하고 있다"며 "국가가 나서서 법률적으로 시장을 규제하는 것은 시대적 흐름에도 맞지 않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전 교수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역할론'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전 교수는 "현재 포털업체 등이 중심이 된 인터넷기업협회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기업협회를 중심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분야별로 분과위원회를 만들어 전문가를 영입, '자율 규제'의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기업협회 차원에서 자율적 위원회를 구성하고 때에 따라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영입해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려는 자세가 현재로서 가장 중요하다"며 "인터넷은 한 기업의 돈벌이 수단이 아니라 '사회적 간접자본'이기 때문에 스스로 정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 교수는 현재 CJK(중국-일본-한국) 3국이 협력하는 '아시아 퓨처인터넷(Asia Future Internet)' 창립총회를 준비하고 있다. 오는 12월에 창립총회를 갖고 아시아 3국이 미래 인터넷의 중심무대로 부상하자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전 교수는 "한중일 3국이 중심이 되면 미래 인터넷의 기여 부분에서 전세계의 3분의1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뿐만 아니라 현재 웹 민주주의와 관련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불거지면 3국이 공동 대응할 수 있는 밑거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웹은 끊임없이 변화해 나가고 있다는 전 교수는 앞으로 변화하는 것과 현재의 법안 이슈는 서로 맞지 않는 톱니바퀴라며 "몇년 뒤에 바뀔 환경까지 고려하지 않고 순간적으로 필요한 법안은 그 효과면에서도 힘만 빠지는 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 규제가 아닌 자율적 규제로"

정보통신망법(망법) 개정안에 의한 제한적 본인실명제 실시, 공직선거법에 의한 선거 UCC(이용자제작콘텐츠) 규제 등 포털 규제를 둘러싸고 법과 현실이 서로 충돌하고 있다.

지난 6~7월에는 국회의원들이 별도의 규제 법안을 발의했다. 거대한 공룡처럼 커 버린 포털이라는 새 시대의 물건을 규제하기 위해서는 이처럼 강력한 법적 조치들이 필요한 것일까.

민주언론시민연합(www.ccdm.or.kr) 이희완 인터넷정보관리부장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이 부장은 "포털을 지나치게 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인터넷의 기본 속성에 대한 몰지각한 이해"라며 무조건적 규제보다 자율적 규제를 주장하고 나섰다.

그는 "어린이들이 '침을 아무데나 뱉으면 나쁜 행동'이라는 교육을 받듯이 우리 네티즌들은 인터넷에서 인터넷 세상의 도덕을 수용할 만한 기간이 없었다"며 "규제법은 불가피하긴 하지만 이런 자율적 규제들을 먼저 시도해 보자"고 제안했다.

이 부장은 한편 포털에 대해서도 "언론이라고 단정 짓지는 못하지만 뉴스 유통을 통해 유사 언론행위를 하고 있다. 저널리즘의 기능을 가지고 있으나 사회적 책무를 도외시하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며 비판을 목소리를 높였다.

이 부장은 현재 네이버 e옴부즈맨의 이용자위원회의 전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포털, 법 규제가 아닌 자율적 규제로"

-포털을 언론으로 보는가.

"단적으로 언론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언론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때문에 방송사나 신문사 수준 정도의 책무가 있다. 지금 딜레마는 포털이 법에 따라 성격이 오락가락 한다는 점이다. 신문법에서는 언론이 아닌데, 공직선거법에서는 언론이다. 포털이 언론으로서 책무를 담당하기 위해선 같은 대상을 두고 다른 법이 충돌하고 있는 지금 상황이 먼저 해결돼야 한다."

-그러면 어느 쪽에서 규제해야 한다고 보는지.

"방송법은 방송을, 신문법은 신문을 증진시키고 규제하기 위한 법이다. 포털에는 언론사에서 제공하는 뉴스만 유통되는 것이 아니라 UCC(이용자제작 콘텐츠), 블로거 뉴스 등 다양한 소스들이 언론 기능을 하고 있다. 때문에 빠르게 변하는 인터넷을 기존의 신문법이나 방송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대안으로 무엇이 있을까.

"제3의 법안이 필요하다. 가령 '뉴 미디어법' 같은 새 법안을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겠다. 포털뿐만 아니라 인터넷 신문, 블로그, IPTV 등 뉴 미디어들을 모두 포함하는 법을 만드는 것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 물론 그에 앞서 충분한 논의는 필수다."

-지난 6·7월에 한나라당 진수희·김영선 의원이 그와 비슷한 '검색서비스사업자 법률안'과 '검색서비스사업자법안'을 연이어 발의한 바 있다.

지난 2002년 대선과 2003년 대통령 탄핵, 여중생 장갑차 압사 사건 때 네티즌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던 점을 뒤돌아 볼 때, 올 대선에 포털이 엄청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정치적으로 판단했던 것 같다. 최소한의 제재 수단으로서 법은 필요하지만 규제 자체가 목적이 돼선 안 된다. 감시나 규제보다는 미디어 책무위원회나 시청자 위원회 같은 자율적 규제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그 법안들은 대체로 내용이 부실하며, 심지어 진 의원이 낸 '자동검색서비스 제공' 조항 같은 것은 논리적인 모순점이 있다. 검색 알고리즘을 건드리지 말고 놔두라는 건데, 검색의 최초 알고리즘은 이미 사람이 만든 것이다. 법안대로라면 포털은 사업을 하지 말란 얘기가 성립된다. 그렇게까지 규제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지난 7월 시행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어떻게 보는가.

"기본적으로 정보통신부(정통부)와 문화관광부(문화부)의 밥그릇 싸움 와중에 생긴 법이라고 본다. 정통부가 이 개정안을 내 놓은 이후 문화부도 관련 법안 태스크포스 팀을 만들어 어느 정도 만들어졌다고 들었다. 각 부처가 서로 위상을 높여야 나중에 통합이 되더라도 우위선점을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그 와중에 제대로 된 논의 없이 입법된 것이다."

-개정된 망법에 의해 제한적 본인확인제가 이뤄진 3개월여를 평가해본다면.

"'악성 댓글이 줄어들고 인터넷 환경이 좋아질 것'이라는 정통부의 의도와는 달리 시범 기간을 돌아보면 전혀 그렇지 않았다.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 사태 같은 사회적인 변수가 있긴 했지만, 법 시행 전에 비해 '악플' 비율이 네이버에서는 비슷했고 다음에서는 오히려 더 늘었다.

이는 제한적 본인확인제가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효성이 없다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규제 일변도의 법으로만 다스릴 게 아니라, 시스템을 정확히 이해하고 사회적 자율규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선회해야 한다.

사실 '실명제'는 실효성을 떠나 인터넷 기본 정신에 위배된다. 그런데도 실명제가 아무런 기능을 못하면 있어도 문제가 되는 것이다. 길에서 욕만 해도 잡혀가던 박정희 정권 시절하고 비슷하다. 인터넷 초기에는 그런 검열이 없었다.

대통령 탄핵 때도 자유로운 의견이 오갔고, 누군지도 모르는 네티즌의 제안으로 대대적인 촛불시위가 이뤄지던 시절이었다. 국가가 일련의 사건들을 거치면서 권력의 중심이 국가에서 네티즌, 즉 시민 쪽으로 기운다는 점에서 위기의식을 느끼는 것 같다."

-실명을 쓰더라도 요새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대선 이야기도 함부로 못하겠다고 네티즌들의 불만이 높다.

"선거 이야기도 오프라인에서는 합법인데 온라인에서는 불법이다. 차라리 온라인에서 자유롭게 의견 교환이 이뤄져야 할 부분 아닌가. 사형제도가 있다고 해서 범법자들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범법자 수를 줄이는 데는 순화교육이 병행돼야 한다.

인터넷도 마찬가지로 법적인 규제 일변도보다,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면서 자율적 규제 쪽으로 방향을 잡는 것이 옳다. 어린이들이 '침을 아무데나 뱉으면 나쁜 행동'이라는 교육을 받듯이 우리 네티즌들은 인터넷에서 인터넷 세상의 도덕을 수용할 만한 기간이 없었다. 규제법은 불가피하지만 이런 자율적 규제들을 먼저 시도해 보자는 이야기다."

-지금까지 포털을 둘러싼 규제를 비판했는데 그렇다면 포털 자체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너무 많다.(웃음) 포털은 사회적 책무에 지나치게 소극적이다. 좀 나쁘게 얘기한다면 유사 언론행위를 하면서 언론의 고유 기능인 사회 공헌보다는 돈벌이에 치중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를 테면 포털 스스로도 악플을 줄이려는 노력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블랙리스트' 관리라던가 '악플러' 신고포상제, 악플 근절운동 캠페인, 악플 없는 날 같은 교육적 시스템을 만들어 가야 하는데 이런 책무를 도외시했다.

포털에 뜬 기사로 네티즌이 피해를 봤을 때 '언론사의 책임'이라며 뒤로 빠져 있는 모습도 보였다. 기사를 내려야 할지 말아야 할 지 자의적으로 판단하는 데 고민이 있을 수 있지만, 그런 고민을 언론사와 해결할 수 있는 핫라인을 구성해 피해 사례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기구를 둬야 옳다.

한편 뉴스를 생산하는 언론도 문제다. 연성 기사, '낚시성' 기사를 포털이 유통한다고 언론이 비판하지만 그건 언론에서 만든 것이다. 어느 기자의 말처럼 포털 뉴스의 저질화는 기자들의 문제일 수 있다. 각 언론사에서도 포괄적인 노력을 경주해야 하지 않을까."

◆시민단체, "국가규제는 웹 민주주의의 퇴보"

포털에 대한 다양한 규제논란에서 시민단체의 입장은 분명해 보인다. 시민단체들은 "포털의 책임론을 강조하면서도 국가가 앞장서 웹 환경을 통제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곳으로 귀결된다.

포털 스스로 노력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함께하는시민행동의 주미진 활동가는 ""인터넷은 자율적인 공간"이라는 것은 변함없는 대전제이지만 그동안 포털이 이런 자율성이 지켜질 수 있도록 스스로 역기능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주미진 활동가는 "지난 2005년부터 포털을 대상으로 '자율규제 하라'는 주문을 했다"면서 "그러나 포털업체는 적극 나서지 않았고 피해자가 늘어가다 보니, 평소 관심도 없었던 의원들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깊은 성찰이나 인터넷에 대한 이해 없이, 관련 법을 우후죽순 격으로 발의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한적 인터넷실명제에 대해서 '국가의 최소한의 개입'을 시민단체들은 주장하고 있다. 한국진보연대 황순원 활동가는 "(제한적 실명제는) 악플이나 확인되지 않은 사실, 유언비어의 확산을 막는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점도 있다"고 전제한 뒤 "다만 네티즌 자발적 정화작용을 간과한 점은 고민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국가에 의해 통제되는 방식이 아니라 네티즌이 스스로 자각해 해결하는 방식이 가장 중요한 원칙이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악의적 내용의 검열과 제한에 대해서는 정부당국과 정통부의 개입은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종오·정병묵 기자 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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