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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서 못판다"…이재용도 찾아간 ASML, 실적 고공행진 비결은?


반도체 생산 핵심된 'EUV 장비' 독점 공급…파운드리 이어 메모리도 도입 경쟁

지난해 10월 ASML 본사에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지난해 10월 ASML 본사에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코로나19로 막혔던 해외출장을 5개월만에 재개하면서 가장 먼저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인 ASML로 달려갔다. 반도체 사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7나노 이하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확보가 가장 우선이라고 판단해 이를 경쟁사 보다 앞서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현지에서 이 부회장은 "EUV 장비를 더 많이, 더 빨리 공급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세대 노광 공정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뿐 아니라 메모리 반도체 제조에도 활용되면서 네덜란드 ASML의 몸값이 갈수록 치솟고 있다. ASML이 반도체 초미세공정에 필수적인 EUV(극자외선) 노광장비를 독점 공급하고 있는 만큼, ASML과의 협력 강화를 위한 반도체 업계의 경쟁도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ASML은 오는 2023년에 첨단 EUV 노광장비 생산량을 60대 이상으로 확대한다. 최근 TSMC, 삼성전자 등 파운드리에 이어 SK하이닉스,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난야테크놀로지 등 D램 업체들도 EUV 공정 기술을 확대 적용하면서 수요가 급증한 탓이다.

EUV 장비는 웨이퍼(반도체 원판) 위에 빛으로 회로를 새기는 작업에 필요하다. 기존 불화아르곤(ArF) 광원보다 파장이 약 14분의 1가량 짧아 한층 반듯하고 균일한 회로를 형성할 수 있는 것이 특징으로, 7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이하의 미세 회로를 새길 수 있는 유일한 장비로 평가 받고 있다. EUV 장비 한 대당 가격은 1천500억~2천억원 수준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수요 급증으로 3천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UV 장비가 ASML에서만 생산되다 보니 공급량은 제한적이다. 업체들이 원한다고 해도 가질 수가 없다는 뜻이다. 일본 니콘 등의 업체도 EUV 기술력을 갖고 있지만 상용화가 가능한 수준의 가격 경쟁력을 갖추지 못해 업체들이 ASML을 통해서만 EUV 장비를 공급받고 있다. ASML에서 한 해 생산되는 EUV 장비 수는 한 해 30~40대에 불과해 반도체 업체들의 장비 확보전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실제로 ASML의 연간 EUV 장비 출하대수는 2018년 18대, 2019년 26대, 지난해 31대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에는 총 16대를 생산, 판매했다.

올해는 45~50대, 내년에는 55대로 늘린다고 하지만 수요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올해 3분기부터는 기존보다 생산 효율성을 18% 끌어올린 새로운 EUV 장비를 도입할 예정으로, 업체들의 신제품 확보 경쟁은 더 격화될 전망이다.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는 전날 2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 "EUV 장비를 내년에 55대 생산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미 올해 2분기 말에 80%가 예약됐다"며 "오는 2023년에는 60대 이상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  [사진=ASML 공식 홈페이지]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 [사진=ASML 공식 홈페이지]

반도체 업체 중에선 TSMC가 가장 많은 EUV 장비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TSMC가 현재 40여 대 EUV 장비를 운용 중으로, 올해 20대가량을 추가 구매할 것으로 전망했다. TSMC는 올해 설비투자액 250억~280억 달러(약 28~32조원)의 80%를 7나노 이하 초미세화 선단공정에 사용키로 한 바 있다. 또 360억 달러(약 41조원)을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짓는 공장에서는 EUV 기반 5나노 반도체를 생산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9년 10대의 EUV 장비를 도입한 바 있으며 현재까지 보유한 EUV 장비는 20여 대 수준으로 알려졌다. 올해는 10대 안팎을 공급 받을 예정이다. 또 2030년까지 반도체 사업에 투자하는 133조원 중 45%인 60조원은 EUV 장비 등 첨단 생산 인프라에 투입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도 D램 반도체 생산에 EUV 장비를 도입했다. 현재 EUV 장비 2대가 'M16' 공장에 설치된 상태로, 최근부터 EUV 장비를 활용한 4세대 10나노급(1a) D램 양산을 시작했다. 또 올 초에는 5년간 4조7천549억원을 투자해 EUV 장비를 매입하는 계약을 ASML과 체결하기도 했다. 대금은 장비가 들어올 때마다 지불한다.

D램 업계 3~4위인 마이크론과 대만 난야도 EUV 장비를 공정에 도입할 예정이다. 마이크론은 지난달 말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오는 2024년부터 EUV 장비를 도입할 것이란 계획을 밝히는 한편, 올해 회계연도에 EUV 장비 대금을 포함시켰다. 난야는 지난 4월 신공장 설립 계획을 공개하며 EUV 장비를 활용한 생산라인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에 공장을 완공, 2024년에 양산하는 것이 목표다.

인텔은 올 초 200억 달러(약 23조원)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 EUV 확보 경쟁을 예고했다. 기존에도 EUV 장비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파운드리 사업 확대에 발 맞춰 EUV 장비 수급에 본격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

팻 겔싱어 인텔 CEO는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EUC 공정에 미숙했지만 점차 개선됐고, 이제 EUV 공정 기술을 확보했다"며 "TSMC가 활용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적극 활용 중"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EUV 장비 확보가 늦어지면 미세 공정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어 각 업체들이 1대의 EUV 장비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기존 TSMC와 삼성전자 간 경쟁도 치열했지만 이제는 메모리 업체들까지 EUV 확보전에 대거 뛰어들면서 수요 공급 불균형이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같은 추세에 힘입어 ASML의 실적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ASML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18.6% 증가한 140억 유로(약 18조7천억원), 순이익은 전년 대비 38.5% 증가한 36억 유로(약 4조8천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역대 최대 실적이다.

올해 2분기 역시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2% 늘어난 40억2천만 유로(약 5조4천560억원), 순이익은 38% 증가한 10억3천만 유로(약 1조3천980억원)를 달성했다. 또 이 기간 동안 신규 수주는 전년 동기 대비 75% 늘어난 83억 유로로, 1분기 신규 수주 47억 유로 대비 70% 이상 증가했다. 신규 수주 중엔 EUV 노광 장비가 49억 유로를 기록하며 절반을 차지했다.

주가도 오름세다. ASML은 전날 대비 5.4% 상승한 주당 721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1년 전(392.6달러)과 비교하면 두 배가량 급등했다.

또 ASML은 반도체 장기 호황이 예상되자 기존(60억 유로)보다 규모를 늘린 90억 유로(약 12조2천160억원) 상당의 자사주 환매 계획도 이번에 발표했다. 이 중 45만 주의 주식은 직원들에게 할당될 예정이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비메모리 위탁 제조 고객사 외에 D램 제조사들도 극자외선 노광 장비를 사용한다"며 "올해 메모리용 반도체 노광 장비 사업계획은 10억 유로로, 5~7대 수준을 포함해 올해 총 40대 내외가 (생산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에 ASML의 올해 매출 성장률 가이던스를 3개월 전 제시했던 30%에서 이번에 35%로 상향 조정했다"며 "ASML은 '해가 지지 않는 기업'으로 신고가를 계속 경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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