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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만원짜리도 팔렸다"…호텔로 퇴근하는 직장인 늘어난다


호텔업계, 공실 늘자 '장기투숙 상품' 타개책…'묵는 곳'→'사는 곳' 패러다임 전환

지난 3월부터 '한 달 살기' 패키지를 판매 중인 롯데호텔 서울. [사진=롯데호텔]
지난 3월부터 '한 달 살기' 패키지를 판매 중인 롯데호텔 서울. [사진=롯데호텔]

[아이뉴스24 신지훈 기자] #. 30대 직장인 박모씨는 최근 서울 중구 사무실 근처에 위치한 4성급 호텔에서 '한 달 살기 '중이다. 이 호텔의 평소 1박 비용은 7만원 안팎. 박씨는 프로모션을 통해 110만원 대 비용을 지불하고 머물고 있다. 박씨는 전혀 아깝지 않다는 입장이다. 장점이 많은 탓이다.

박씨는 "부모님과 살고 있는 집은 인천"이라며 "야근이 많아 퇴근 후 집에가면 매우 지친다. 반면 호텔에 머무니 퇴근 후 리프레쉬 되는 느낌이 큰데다 호텔 부대시설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 매우 만족한다"고 말했다.

30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서울 시내 호텔들이 텅 빈 객실을 채우고 나섰다. 장기투숙객을 모시기 위한 이른바 '호텔 한 달 살기' 프로모션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공실(空室)'에 시달려 온 호텔들에게 장기 투숙 상품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롯데호텔 서울은 지난 3월 15일부터 '특급호텔에서의 한 달 살기'를 콘셉트로 한 장기 투숙 상품 '원스 인 어 라이프'를 내놨다. 7월 15일까지 이용 가능한 이 상품은 메인 타워 객실 30박 요금이 340만원이다. 1박당 11만3천원 꼴이다. 추가 1박 역시 13만원으로 가능하다. 이는 비수기인 평일 1박 요금(19만원선) 및 주말 요금(23만원선) 대비 절반 수준이다.

여기에 객실 청소, 셔츠 1벌과 속옷·양말 총 3피스 세탁 서비스 등이 추가 비용 없이 이뤄진다. 피트니스 센터와 수영장 등 부대시설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라운지 이용 혜택도 주워진다. 반응은 뜨거웠다. 출시 첫 주에만 20건이 팔렸다. 객실 수로 치면 600여 실이 한번에 팔린 셈이다.

롯데호텔의 럭셔리 5성급 호텔인 시그니엘 서울이 내놓은 30박 장박 상품도 최근가지 5건 판매됐다. 이 상품은 1건 당 1천만원에 달한다. 중간 단계 객실인 프리미어룸 30박과 호텔 내 식음료(Food&Beverage)를 이용할 수 있는 크레딧 100만원, 롤스로이스 픽업·센딩 서비스 또는 발렛 서비스 10회, 세탁 서비스 20% 할인과 투숙객 전용 라운지 '살롱 드 시그니엘' 이용권을 제공한다.

시그니엘 서울의 프리미어룸. [사진=롯데호텔]
시그니엘 서울의 프리미어룸. [사진=롯데호텔]

롯데호텔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호텔은 여행과 비즈니스를 위한 단기 투숙 공간이었으나 최근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며 절약한 비용을 호캉스에 투자하는 고객이 늘며 장기 투숙 상품이 각광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롯데호텔은 장기 숙박 상품을 당초 서울에서만 출시했다가 호응이 이어지자 전국 16곳으로 판매를 확대했다.

이처럼 서울 시내 특급호텔이 장기 투숙 상품을 내놓은 것은 파격적인 행보다. 원래 도심 호텔들의 주요 고객은 해외 관광객 또는 회의나 출장 등으로 국내를 찾은 비즈니스객이다. 코로나19 이전 이와 같은 수요로만 평일에도 평균 투숙율이 70%에 달했다. 평일에도 넘치는 투숙객들로 인해 일반 고객에게 장기 투숙 상품을 판매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히며 이들 고객은 사실상 제로(0)가 됐다. 평일 투숙율은 30% 대로 곤두박질쳤다. 실적 개선을 위한 타개책이 절실했다. 내국인 고객 비중을 늘리기 위한 대안으로 내놓은 것이 장기 투숙 상품인 것이다. 관광지가 아닌 도심 호텔에서 장기 투숙 상품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 탓이다.

호텔들은 장기 투숙 상품을 통해 해외여행을 대신해 호텔에서 기분 전환을 원하는 일반 고객 수요를 노린다는 전략이다. 실제 도심 호텔의 한 달 살기 패키지는 관광보다는 기존의 일상 생활을 더 편안하고 고급스럽게 누리 싶은 이들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 재택근무와 집콕 생활에 염증을 느끼는 사람들이 관련 패키지를 이용하는 경우가 늘어나며 장기 투숙 상품은 도심 호텔들에 '단비'가 되어가고 있다.

호텔업계 한 관계자는 "20~30 직장인은 업무도 하고 쉴 수도 있는 '워케이션(workation)' 수요가 많아 이들을 중심으로 호텔 장기 투숙 상품을 이용하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시대 호텔이 '묵는 곳'에서 '사는 곳'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 투숙의 공간을 넘어 일과 휴식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생활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지훈 기자(gamj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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