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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첫 과징금 부과…실효성 논란 '단통법' 보완 시급

[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이동통신 3사가 5세대통신(5G) 보조금 차별적 지급으로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번 처벌과 관련해 정부도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안(단통법)'이 5G 시대에 통하지 않게 됐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단통법 실효성 논란이 반복되고 있으나 제도적 보완은 더디기 때문이다. 당초 취지대로 이용자 차별을 없애고, 유통망 투명성 확보를 위해 단통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한상혁)는 8일 전체회의를 열고 공시 지원금 이상 불법 보조금을 지급한 이통 3사에 단통법 위반에 따른 총 512억원의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

사전승낙제 위반, 부당하게 차별적 지원금을 지급한 125개 유통점에 대해서도 총 2억7천24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번 제재는 지난해 5G 상용화 때인 4월 1일부터 8월 31일 기간 중 유통점 119개, 가입자 18만2천70명을 대상으로 벌인 실태조사 결과에 따른 것. 조사에 따르면 KT가 초과지급 위반율 61.2%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LG유플러스 60.3%, SK텔레콤 58.2% 순이다.

이날 한상혁 방통위 위원장은 "수차례에 걸친 행정지도에도 위반행위가 지속됐다"며 "다만 조사 이후 이통 3사가 안정적으로 시장을 운영한 점, 조사에 적극 협력한 점, 자발적인 재발방지 조치를 취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 감경비율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가적 재난 상황, 이통 3사가 어려움에 처한 중소 유통점·상공인들을 위해 상생지원금, 운영자금, 경영펀드 등 대규모 재정지원을 약속한 점도 제재 수위를 정하는데 고려됐다"고 덧붙였다.

 [사진=조성우 기자]
[사진=조성우 기자]

◆ 5G 첫 과징금 제재…'단통법' 실효성 논란은 여전

이통 3사 및 유통점이 불법 보조금 등 이용자에 대한 지원금 차별을 이유로 제재를 받기는 했으나 5G 시대에도 단통법이 취지와 달리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논란도 다시 뜨거워질 조짐이다.

실제로 이번 방통위 제재는 5G 상용화 이후 첫 처벌로 과징금 규모 역시 단통법 시행 이후 최대다. 4G LTE 시절 시행된 단통법이 5G 시대까지 이어지고 있지만 실효적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비나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단통법은 지난 2014년 4G LTE 도입으로 인해 불법 보조금 과열 양상이 지속되면서 그에 따른 대책으로 같은 해 10월 1일 시행됐다. 차별적인 지원금 지급을 없애고 유통망 투명성 확보를 위해 보조금 상한선을 30만원으로 두고 이통사 지원금을 공시하는 한편, 대리점 재량으로 상하 15% 이내까지만 추가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이에 따른 보조금 감소 등으로 오히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단말기 구매가 상승 등 논란이 이어졌다. 소비자가 저렴하게 폰을 구매하면 이통사는 처벌 받게 되는 시장에 반하는 가격 규제로 악순환이 반복된 것.

또 단말기 출고가는 높아져 이통사의 선택약정 할인율 상향 등 요금인하에도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 등 효과는 기대에 못미쳤고, 요금 할인에 지원금 등 이중고로 이통사의 수익성 하락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정부가 대안으로 자급제 활성화 등을 추진했으나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단통법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급변하고 불법 보조금 양상도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 상태로 관리감독의 어려움이 한층 더 커지고 있다"며, "보다 근본적인 유통망 건전화 대책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인포그래픽=아이뉴스24]
[인포그래픽=아이뉴스24]

시행 6년을 넘은 단통법 개선에 대한 목소리 등 요구도 커지고 있다. 관련 시도가 이어지고 있으나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2017년 6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통신비 부담 경감 대책 일환으로 관련 부처 및 소비자, 시민단체, 업계와 '가계통신비정책협의회'를 구성, 논의를 이어갔으나 대안 마련에는 실패했다. 최근 방통위 등 정부가 마찬가지로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협의회'를 통해 개선안을 논의했으나 역시 시민단체, 유통점의 이견이 커 접점을 찾지 못하는 형국이다.

국회에서도 단통법 보완을 위한 여러 법안들이 발의됐으나 20대 국회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개정안은 단통법 초기 논의 대상에 포함됐으나 막판에 제외된 '분리공시제 도입' 등이 대표적이다. 분리공시제는 보조금을 이통사와 제조사로 분리해 표시하는 제도다. 제조사가 영업비밀을 이유로 공개에 난색을 보이면서 결국 무산됐고, 재추진 했으나 역시 제대로 된 논의조차 없었다.

단말기 판매와 가입을 분리한 '완전자급제' 도입 역시 시도했지만 현행 공시 지원금 등 기준의 단통법 폐지가 필요한 사안이라는 이유로 자급제 활성화 등으로 대체되는 등 역시 법제화에는 실패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속적인 과징금 부과는 곧 단통법이 실효성이 없다는 의미로, 기존 유통 구조로는 근본적 문제 해결이 안된다는 방증"이라며, "이통 서비스와 단말 판매를 단절시키거나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을 통해 판매점을 보호하거나, 현 유통망에 대한 대대적 실태조사를 통한 대안 마련 등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통위는 8일 전체회의를 개최해 보조금 차별적 지급과 관련해 이통3사 및 유통점에 대한 과징금 부과를 의결했다
방통위는 8일 전체회의를 개최해 보조금 차별적 지급과 관련해 이통3사 및 유통점에 대한 과징금 부과를 의결했다

◆유통망 구조 혁신 나선 업계…정부, 불확실성 줄여줘야

단통법 논란에도 시장 상황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유통망 혁신 등에 대한 필요성은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

과거 이통업계가 보조금을 미끼로 번호이동 등 가입자 뺏기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가입자를 묶어두는 기기변경 등으로 소비 패턴도 크게 변화했다. 불법 보조금 역시 대형 유통망이나 오프라인 판매점보다 온라인을 통한 스팟성 편법이 기승을 부리는 형태로 관리감독의 어려움이 심화되고 있는 것.

이날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이영호 KT 상무는 소명을 통해 "위반 사안 중 (사업자를 바꾸는) 번호이동은 전체의 25%에 그쳤고, 67%는 기기변경, 나머지는 신규 가입자였다"고 설명했다.

김윤호 LG유플러스 담당은 "우리도 모르게 위반행위가 생겨나는 경우가 더러 있고,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을 100% 관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통제할 수 없는 부분에서 (과도한 보조금 지급이) 튀어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업계는 이미 코로나19로 촉발된 비대면 시대에 대응, 자발적인 유통망 혁신에 나선 상태다.

SK텔레콤은 오는 10월 서울 홍익대 인근에 'T월드 플래그십 스토어 무인매장(가칭)'을 오픈하고 무인매장 실험에 나선다. 고객 스스로 휴대폰 개통뿐만 아니라 단말까지 수령할 수 있는 원스톱 시스템을 갖춘다.

LG유플러스도 오는 10월 서울 종로구에 언택트 매장과 새로운 체험형 매장을 연다. 고객의 개통 과정을 비대면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무인화를 추진하고, 셀프개통이 가능하도록 키오스크 서비스를 도입하기로 했다.

비대면 시대 기존 단말기 유통 구조 변화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전환으로 정책의 일관된 적용 등도 기대되는 대목. 또한, 무인매장은 자급제 단말기 유통 가이드라인에 부합할뿐만 아니라 마케팅 비용의 효율적인 집행 역시 가능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를 통해 보조금 지급에도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통업계 관계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이통 유통망 역시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시장이 먼저 움직인만큼 다시 규제가 발목을 잡아 시장을 혼탁하게 만들기 보다는 이에 따른 활성화 대책 등의 진흥책이 선행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문기 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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