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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이상한 가격 규제


[아이뉴스24 박영례 기자] 이동통신 시장에 과징금 폭탄 시계가 다시 돌기 시작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이통 3사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 법(단통법) 위반에 대한 제재가 임박한 탓이다.

실제로 지난해 4~8월 이통 3사의 5세대 통신(5G) 가입자 유치전이 가열되면서 시장에는 고가인 5G폰이 공짜폰으로 둔갑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단통법 상 공시된 지원금 이상의 불법 보조금이 뿌려졌다는 게 방통위 측 판단이다.

방통위가 제재수위를 고민하고 있는 현재 일각에서는 과징금 규모가 700억원대에 달할 것이라는 이른 추측도 나온다. 사실이라면 5G에 대한 첫 단통법 제재인데다 법 시행 이후 최대다.

뒤늦게 이통 3사가 의견서 형태로 5G 활성화 등을 이유로 제제 수위 완화 등 선처를 호소하고 나선 배경이다. 정부의 세계 첫 상용화 목표에 맞춰 5G 활성화를 꾀하다 보니 경쟁이 과열됐다는 얘기다. 더욱이 올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사태까지 겹쳐 가입자 둔화, 수익성 하락 등 이중고를 겪는 상황에서 과도한 제재는 오히려 5G 투자를 꺾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방통위도 고심하는 눈치다. 일찌감치 실태조사를 끝내고도 결정은 몇 달씩 미뤄지고 있다. 코로나19라는 상황의 특수성, 5G 투자 확대라는 명분 역시 고민되는 대목이다. 방통위 판단에 관심이 집중되는 배경이다.

다만 방통위가 어떤 판단을 내려도 단통법 논란에서는 자유롭지 못할 모양새다. 우려처럼 제재해도 불법 보조금이 사라질 것도 아닌데다 취지대로 이용자 차별을 없애거나 편익 제고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실 단통법은 단말기를 싸게 팔지 못하도록 한 가격 규제의 일종이다. 취지야 불법 보조금으로 누구는 단말기를 싸게 , 누구는 비싸게 사는 이용자 차별을 막는데 있다. 과도한 마케팅비를 줄이면 요금인하 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도 한 몫 했다.

불행히도 단통법 시행 이후 6년이 지났지만 불법 보조금 근절이나 이용자 편익이 늘었다는 평가보다 단말기 가격은 오르고 소비자 선택권만 위축시킨 반 시장적 규제라는 오명만 썼다. 지난 20대 국회 때 단통법 개정안만 20여개에 달할 정도로 실효성 논란은 여전하다. 단통법 개정은 21대 국회의 핵심 과제 중 하나로 꼽힐 정도다. 이번 제재를 앞두고 정부가 제도의 취지나 규제 효과를 다시 고민해야할 이유다.

시장 상황도 면밀히 살펴야 한다. 이 정부 들어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선택약정할인)이 25%로 상향되면서 당초 우려대로 단통법 상 지원금은 이미 유명무실해졌다. 25% 요금할인에 결합 할인, 카드 할인 등을 받으면 신형 단말기는 공짜나 다름없는 경우가 많다.

애써 가격을 비교하며 지원금 등 불법 보조금을 주는 대리점을 찾아다닐 필요도 없다. 이통사가 공시된 지원금 이상을 줬다면 법 위반이 맞지만 이미 선택약정할인으로 요금제에 신형 단말기를 끼워 파는 형국이 된 시장에서 같은 수준을 불법 보조금으로 줬다고 이용자 차별로 규제해야 하는지는 새삼 따져볼 문제다.

이통사들이 과징금 제재 등 위험에도 편법 지원금 경쟁을 반복하는 이유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결국 부담은 같지만 약정할인 대신 지원금을 쓰면 제조사와 분담할 수 있고, 일회성 마케팅 비용은 늘어도 요금은 할인 없이 제값을 받을 수 있다. 매출을 방어하려는 고육지책인 셈이다. 단통법이 오히려 요금경쟁을 막고 요금할인 대신 지원금을 선택한 이용자 사이에서 차별이 발생하는 양상이다.

법 취지가 무색해지고 숱한 불법 보조금 논란에서 보듯 단통법에 따른 규제 실효성이 없다는 것은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이쯤되면 법 상 규정을 이유로 효과 없는 제재를 반복하는 것은 단통법이 과징금 등 세수 확대를 위한 구실인 것 아니냐는 오해를 살 법도 하다.

정부가 시장 가격을 직접적으로 규제 해 효과를 본 사례를 찾기란 쉽지 않다. 싸게 파는 것을 규제하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이상한 가격 규제다. 더욱이 단통법 시행후 요금은 계속 떨어지는데 단말기 출고가는 요지부동이다. 이대로면 이통사가 비싼 단말기 가격을 요금할인으로 보전해 주는 꼴이다.

단통법 무용론이 나온 지 오래다. 완전자급제나 분리공시제 등 대안도 이미 여럿 나와 있지만 안 하는 것인지 못 하는 것인지 논의는 진전 없는 도돌이표다. 정부가 마침표를 찍을 때가 됐다.

/박영례 정보미디어부장(부국장) you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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