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시계 제로' 롯데, 신동빈 중형 구형에 '아연실색'

총수 부재 장기화로 투자·고용 계획 차질…그룹 국내외 사업 총체적 난국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경영비리와 국정농단 관련 뇌물공여에 대한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14년의 중형을 구형 받으면서 롯데그룹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롯데그룹은 신 회장이 올해 2월 구속된 후 주요 의사 결정에 차질을 빚으며 신규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검찰은 29일 오후 서울고법 형사8부(강승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롯데 오너가 경영비리와 뇌물공여 관련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신 회장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과 배임, 제3자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징역 14년과 벌금 1천억 원, 추징금 70억 원의 중형을 구형했다. 선고는 10월 첫째 주에 진행될 예정이다.

검찰은 "신 회장은 배임과 횡령 혐의를 적극 주도하고, 그룹 계열사의 이익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매달 이 같은 행위를 반복했다"며 "신격호 명예회장이 연로한 상황에서 신 회장은 그룹을 실질적으로 총괄하는 지위에 있으면서도 자신과 총수 이익에 맞게 행동했다"고 주장하며 이 같이 구형했다.

이어 "신 회장은 가족들이 불법적인 이득을 취할 수 있도록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해 자신의 경영권을 공고히 하는 이익을 얻었다"며 "신 회장은 이번 사건의 최대 수혜자로, 매우 엄격한 형사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검찰은 신격호 명예회장에게 원심과 같은 징역 10년, 벌금 3천억 원을 구형했다.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신 명예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 씨에게는 각각 10년·5년·7년을 구형했다.

이에 대해 롯데 관계자는 "재판부 선고가 아직 남아 있어 아직 입장을 밝히긴 어렵다"며 "향후 재판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재판부가 오는 10월 초 선고공판에서 '묵시적 청탁'을 인정할 지에 따라 신 회장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라며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 항소심에서 이를 인정해 유죄로 판단한 만큼 신 회장 측이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신 회장은 1심에서 경영비리 재판에서는 징역 1년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지만, 뇌물 사건 재판에서 징역 2년6월을 선고받으며 법정 구속됐다. 이로 인해 롯데는 오너 부재 상태가 6개월을 넘기면서 주요 사업에서 차질을 빚고 있다. 특히 러시아, 인도네시아 등 해외 투자에 차질을 빚고 있으며, 최근에는 투자와 고용 계획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는 그동안 해외 사업과 인수합병을 통해 그룹 규모를 키워왔지만 신 회장의 구속 이후 모든 중요 결정을 보류하면서 성장 동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해외 사업에서 투자 적기를 연이어 놓치면서 장기적으로 사업 전반에 타격을 입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롯데는 2016년 비자금 조성 의혹 등에 대한 검찰 수사를 받을 때부터 굵직한 M&A 기회를 놓쳤다. 롯데는 당시 미국 화학업체인 액시올 사 인수를 통해 글로벌 12위 화학업체로 도약한다는 계획이었지만, 검찰 수사에 부담을 느껴 결국 인수 추진을 중단했다. 대신 액시올을 인수한 웨스트레이크 사는 현재 주가가 두 배로 뛸 만큼 기업가치가 올랐다.

약 4조 원 규모에 달하는 인도네시아 유화단지 건설도 신 회장 구속으로 지금까지 투자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최근에도 약 8조 원 규모의 파키스탄 유화단지 투자 제의를 받았으나, 결정을 내리지 못해 기회를 잃었다.

이 외에도 롯데는 올해 국내외에서 10여 건, 총 11조 원 규모의 M&A를 검토했지만 일부 계획을 포기하거나 연기했다.

또 롯데는 박근혜 정권에서 사드 부지를 제공한 이후 롯데마트 철수 등 중국 사업도 난항을 겪고 있다. 이에 대해 신 회장은 이달 22일 항소심 공판에서 "제 구속으로 그룹이 정말 큰 위기에 처해있고, 중국에서는 사드 문제로 사업을 철수까지 하게 됐다"며 "최근 2~3년간 압수수색과 재판으로 임직원의 사기도 많이 떨어져 있는 만큼, 제게 다시 일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고 말한 바 있다.

신 회장이 야심차게 추진해 온 지주사 전환 역시 차질을 빚고 있다. 롯데는 지배구조 개선 및 경영 투명성 강화 차원에서 진행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지만, 신 회장의 부재로 지주사 출범 후 2년 내 정리해야 하는 금융 계열사 지분 처분 작업을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

여기에 항소심 선고 결과에 따라 문제가 됐던 잠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특허 취소도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어 난감한 상태다. 총 1천40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는 이곳은 2015년 사업권 재취득 실패로 위기를 겪었다. 이 탓에 이곳의 직원들은 또 다시 사업권이 박탈돼 생계를 위협 받을까 전전긍긍하는 눈치다.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지자 신 회장도 위기감을 느끼고 법정에서 여러 번 재판부의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 이달 17일 항소심 공판에서는 "재계 5위 롯데그룹을 이끄는 회장으로서 본연의 일을 6개월째 못하고 있다"며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에서 일자리를 제공해왔지만, 올해 하반기 신규채용도, 투자 계획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가 지난 2월 신 회장 구속 이후 지금까지 비상경영체제로 버티고 있지만, 오너 부재 상황이 계속되면 사업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며 "10월에 있을 신 회장의 선고 결과에 따라 롯데의 투자, 고용 문제가 걸려있는 만큼 그룹 내부에선 선고를 앞두고 더욱 초조해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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