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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할당에 통신사 직원들 멍든다


대수 채우느라 '허덕'…급기야 개인정보 빼내기까지

직원판매, 사내판매 등의 이름으로 이뤄지는 강제할당에 통신사 직원들이 멍들고 있다.

회사 입장에서는 대리점을 통하지 않아 수수료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의무 할당에 시달리는 직원들은 채워야 할 판매대수를 맞추느라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24일 발생한 통신사 간 형사 고발 사건 역시 강제 할당이 빚은 예고된 사고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특히 이번에 경쟁사 정보를 빼내다가 걸린 것이 최근 영업직으로 밀려난 직원이라는 점에서 이런 분석에 힘이 실린다. 영업 노하우를 모르니 텔레마케팅 하기 위해 경쟁회사 가입자 전화번호를 불법적으로 빼내게 된 것이다.

◆KT, 합병이후에도 직원 할당 여전

SK브로드밴드는 KT 직원 2명이 대구시 달서구 모 아파트 통신장비실(일명 MDF실)에서 SK브로드밴드 가입자 전화번호를 불법으로 수집하는 현장을 잡아 24일 대구지검 서부지청에 형사고발했다.

이들은 장애처리용 전화기를 SK브로드밴드 가입자 통신 포트에 연결한 뒤, 자신들의 휴대폰에 전화를 걸어 발신자 번호(고객 전화번호)를 알아내는 수법으로 고객 개인정보인 전화번호를 수집했다. 개인정보 무단수집과 정보통신망 침해행위를 금지하는 정보통신망법 등을 위반한 것이다.

문제가 된 직원들은 마케팅단 소속으로, 3개월 전에 기술직에서 영업으로 밀린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영업에 전혀 경험이 없는 가운데 할당이 떨어지니 기술직에서 얻은 지식을 활용해 경쟁사 고객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빼 간 것이다.

KT에서 영업일을 10년 넘게 하고 있는 A씨는 "직원들에 대한 강제할당은 예전 남중수 사장 시절에도 있었던 것으로, 이석채 회장이 왔어도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면서 "지난 해 본부 인력을 줄이고 현장에 배치된 간부들의 과잉충성 경쟁 때문에 강제할당이 더 심해진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영업에 경험이 없는 직원이 마케팅단이나, 법인영업단 등에 배치되면 직접 팔기 어려워 위탁점에 경쟁사 고객의 전화번호를 넘겨 텔레마케팅(TM)하게 될 유혹을 받게 된다"고 털어놨다.

A씨는 "할당이 내려오는 품목은 휴대폰, 초고속인터넷, 인터넷전화, IPTV, 병원용솔루션 등 일일이 숫자를 세기 어려울 정도"라면서 "본사에서 판매목표를 정하고 이게 영업조직으로 내려오면 머리수에 맞춰 나누고 판매 목표치를 제대로 채우지 못하면 'F' 등을 받게 되는데, F를 2번이상 받으면 해임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회사도 마찬가지…세분화된 마케팅전략 아쉬워

통신업계에 따르면 KT, SK텔레콤-SK브로드밴드, 통합LG텔레콤 중 직원 할당 판매가 가장 많은 기업은 KT다.

일단 직원 수가 가장 많고, 마케팅단이나 법인영업단 같은 직원 판매 조직이 상시 가동중이기 때문이다. 지난 해 말 6천여명을 구조조정했지만, 3만2천여명에 달하는 직원 중 6~7천여명이 영업쪽에서 근무하고 있다. KT는 합병하면서 지난 해 3천명의 비영업직을 영업직으로 돌린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렇다고 SK나 LG 역시 직원 할당 판매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다음이나 네이버의 인터넷 카페에 가면 "깔치(문땡이) 회사에서 인터넷 가입 사내 판매를 한다는데.. 의무할당이 있어 어려워 하고 있다"면서 "위약금은 SK측에서 다 물어준다니 도와달라"는 내용의 글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LG 역시 얼마 전 LG생활건강 직원에게 휴대폰 5대 개통을 할당하는 등 직원 사내 판매(강제 할당)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시장이 포화되면서 남의 가입자를 뺏아오기 위한 혈전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비영업직 직원들까지 동원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본업보다는 할당 채우기에 급급한 경우마저 있다. 이는 회사 전체의 경쟁력에 별로 도움이 안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KT 직원인 A씨는 "KT는 다른 회사 보다 직원 수가 많아 '할당'이 없으면 직원을 구조조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할당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되든 안되든 상품을 만들어 놓고 팔라고 직원들을 종용할 게 아니라 회사 차원에서 상품기획에 대한 정책과 홍보, 영업마케팅 등에 있어 긴 안목을 갖고 전략을 마련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강은성 기자 esth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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