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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주]애플이 말하는 '상생'에 대한 사색


"애플은 혼자만 잘 살지 않습니다"

최근 애플코리아가 사진 편집 프로그램 '아퍼추어3' 출시 간담회를 하면서 던진 말이다.

애플이 아퍼추어3 출시와 함께 스튜디오 몇군데와 제휴한 것을 두고 한 발언이다. 이들 제휴 스튜디오들은 사용자들이 아퍼추어3로 편집한 사진들을 온라인으로 보내면 일정 비용을 받고 결혼 앨범 등을 제작해 준다. 나름 사진업계와의 상생모델이라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애플이 말하는 '상생'에는 어딘가 어폐가 있어보인다. 아퍼추어가 전세계 모든 사진 관련 업체들과 제휴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고, 이에 소비자의 삶에도 편리함을 가져다 준다치자. 그런데 결정적으로 아퍼추어는 애플의 컴퓨터인 ‘매킨토시’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애플은 항상 이런식이다. 대표적으로 '아이폰'을 보면 이러한 전략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아이폰 흥행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애플의 ‘개방형’ 애플리케이션 사이트인 앱스토어다. 누구나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앱스토어에 올리고 판매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면에서 개방형 상생모델이긴한 것 같다.

그런데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개발자부터가 매킨토시와 아이폰이 있어야 한다. 소비자 역시 앱스토어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아이폰을 가져야한다.

경쟁사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앱스토어와는 대조된다. 이들은 운용체계만 공급하고 스마트폰은 모든 하드웨어 업체들이 제작하게 한다. 소비자들 역시 어떤 하드웨어를 가지든 이들의 앱스토어를 이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들은 '진정한 개방'을 표방하며 애플의 폐쇄성을 지적한다.

그런데 왜 많은 소비자들이 구글폰과 윈도폰보다는 아이폰에 열광할까. 애플에 종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나 있는 걸까.

아마 알고 싶지도 않고 안다해도 신경쓰지 않을 것이다. 다수의 소비자들은 제품하나 사면서 그리 깊은 사색을 하지 않는다. 아마 "애플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산업생태계를 독식하든 말든 편리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애플의 하드웨어가 아니면 앱스토어도, 사진앨범 제작 서비스도 이용할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종속된다 해도 그게 싫지 않다면 소비자들은 이를 '아름다운 구속'으로 느낄 수 있다.

'진정한' 개방과 폐쇄 논란도 "많은 사람이 사용한다면 그게 곧 표준"이라는 메시지에 힘을 잃는다. 일례로 애플 앱스토어에는 14만개 이상의 애플리케이션이 있고 구글폰이나 윈도폰 이용자보다는 아이폰 이용자가 월등하게 많다. 아이폰 이용자들끼리만 사용가능한 메신저 프로그램, 블루투스 프로그램 등도 다양하다.

소비자에게는 진정한 개방이라는 어려운 철학이 당장 매력적이진 않다. 애플 왕국에 종속된다 해도 그 안에서 누릴 수 있는게 무궁무진하다면, 그게 곧 개방이고 표준이라고 느낄 것이다. 실제로는 구속당하고 있지만 '체감 자유'를 누리는 셈이다.

애플 제품을 좋아하는 소비자들이 애플에 종속 되는 것은 그런 원리다. 훌륭한 애플 제품과 함께 행복하겠지만, 시장에서 종속이라는 게 장기적으로는 소비자들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건 설명이 필요없다. 그런면에서 애플은 달콤한 늪 같은 존재다.

애플 불매 운동이라도 벌이자는 얘기가 아니다. 기자 역시 애플 제품의 매력적인 디자인과 혁신적인 기능에 반해버린 소비자 중 하나다. 시장의 견제와 균형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좋은 제품을 사지 말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다만 애플이 표방하는 '상생과 개방'에 함정이 내재할 수 있음도 한번쯤 생각해볼 일이란 얘기다.

또 업계는 그럼에도 결국 소비자의 마음을 얻는 애플만의 매력에 대해서도 관찰해 봐야한다.

물론 아퍼추어는 어도비의 '포토샵'에 비해 일반 소비자들의 인지도가 낮은 편이라 애플이 몇몇 스튜디오들과 제휴했다해도 아이폰같은 영향력 있는 산업 생태계를 사진 업계와 만든다는 것은 당분간 힘들 것이다.

하지만 애플이 아퍼추어3를 중심으로 사진업계와의 생태계를 꾸려가고 있다는 사실을 통해 애플이 그동안 구사해 온 전략을 하드웨어 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사업에도 적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드웨어 강자인 삼성, LG에게만 애플의 전략을 참고하라고 다그칠 일이 아니다. 분야를 막론하고 모든 업계가 묵상해볼 일이다.

강현주기자 jjo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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