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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다시보기-상]정말 '가벼운'가요?


플러그인 등 '무거운' 환경…저사양 PC론 "버버벅"

한국의 인터넷이 비만증에 걸렸다. 걸핏하면 깔리는 플러그인과 현란한 디자인으로 무장한 사이트들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인터넷 창을 몇 개만 띄워놔도 버벅거리기 일쑤다. 웬만한 PC로는 제대로 감당하기 힘들 정도다. 아이뉴스24는 '인터넷 다시보기' 시리즈를 통해 생각보다 무거운 한국의 인터넷 환경을 점검한다. <편집자 주>


오전 근무를 끝낸 직장인 S씨는 간단한 샌드위치와 커피를 들고 회사 근처 공원을 찾았다. 머리도 식힐겸 들고 온 넷북을 펼쳐든다. 평소 습관대로 메신저에 접속한 뒤 e메일 창을 띄운다. 그리곤 미니홈피 창도 열어뒀다. 자주 찾는 동호회 카페 창을 열고 업데이트 된 글을 확인한다.

이제 S씨는 오전 내내 미뤄뒀던 금융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인터넷뱅킹 홈페이지에 접속한다.

아차! 한가지 잊은 게 있다. S씨는 월정액을 내고 이용하고 있는 음악 포털 사이트에 접속해 실시간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한다. 이어폰을 꽂고 최신 음악을 흥얼거리면서 아까 열어뒀던 금융 페이지로 이동한다.

오늘의 펀드 금액을 확인하고 있는 동안 카페와 미니홈피, 메신저 등에서 새글 알림 쪽지가 반짝인다. S씨는 능숙하게 단축키를 눌러 모두 응대하면서 금융업무를 처리한다.

◆인터넷 창만 4~5개 띄우기 '다반사'

현대인의 인터넷 이용 패턴은 S씨와 크게 다르지 않다. e메일이나 개인 커뮤니티, 혹은 검색이나 온라인 쇼핑을 하기 위한 인터넷 창을 2~3개 씩 열어놓는 것은 예사다.

구글 신규사업개발팀의 미키 김(김현유) 매니저는 "이제 컴퓨터를 사용한다는 것은 '브라우저에서 인터넷을 쓰는 것'이라고 해도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면서 "웹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시대가 완전히 자리 잡았다"고 말한다.

특히 검색이나 온라인 쇼핑이 일상화 된 젊은 세대들은 2~3개의 인터넷 사이트를 한꺼번에 열어놓는 것은 이젠 상식이나 다름없다. '인터넷 멀티태스킹'을 일상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S씨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터넷이나 이용하는 가벼운 사용자"라고 착각한다. 저사양 PC로도 별 무리 없이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미국 등지에서 인터넷을 사용한다면 틀린 얘기는 아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처럼 텍스트 위주로 된 사이트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한국의 인터넷 사이트는 웬만한 컴퓨터 응용 프로그램 못지않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뿐 아니라 화려한 디자인으로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다양한 서비스와 화려한 디자인이 가미된 사이트는 단순한 '인터넷' 화면이 아니다. 사이트 두 세 곳만 돌아다녀도 알게 모르게 10여 종의 응용 프로그램이 PC에 설치된다. '플러그인'이라 불리는 설치 프로그램들이다. 최근 보안 규정과 저작권 제도가 강화되면서 플러그인 설치는 더 늘어나는 추세다.

인터넷을 이용하면서 수많은 '플러그 인'을 설치해야 하는 것은 인터넷의 기반 언어가 'HTML'이기 때문이다. HTML은 문자와 그림만 표현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따라서 그보다 더 복잡한 기능을 이용하기 위해 별도의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하는 약점이 생겼다. 이것이 나도 모르는 새 수없이 설치되는 플러그인의 정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웹브라우저인 '인터넷 익스플로러(IE)'에 최적화하기 위해 시나브로 설치되는 액티브X도 플로그인의 일종이다. 이런 것들은 사이트를 화려하고 멋지게 만들어주는 대신 인터넷 환경을 '무겁게' 만드는데 일조한다.

◆브라우저 '먹통'에 이용자 '황당'

무거운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면 단순히 PC가 '버벅' 거리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접속 속도가 현저히 느려지면서 수 분 동안 기다려도 제대로 사이트가 열리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어떨 땐 화면의 일부 내용이 깨져 보이는 등 정보 수집에 어려움을 겪기 일쑤다.

그저 인내심을 갖고 '득도'하는 심정으로 기다리기만 한다고 해결되는 상황도 아니다. 버벅거리는 현상이 심해지면 열어두었던 인터넷 창이 모조리 먹통이 되면서 한꺼번에 브라우저가 닫혀버리는 현상도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여러 브라우저 탭이나 창이 하나의 실행 프로세스에서 구동되는 경우 단 하나의 플러그인에서 문제가 생겨도 열어뒀던 인터넷 창 전체가 '먹통'이 되는 것이다. 문제된 부분이 '물귀신'처럼 다른 탭과 창을 끌고 내려가는 것.

구글코리아 측은 "사실 웹 페이지를 표시하는 레이아웃 엔진과 자바스크립트 엔진의 에러를 완벽하게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플래시, 어도비 리더 등 각종 플러그인이 브라우저 에러의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검색이나 홈페이지 브라우저가 그냥 닫혀버렸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장문의 글을 입력하고 있는 도중에 전체 브라우저가 먹통이 되거나, 온라인 쇼핑 장바구니에 정성껏 골라놓은 상품을 결제하려는 순간에 날려버린다면 이용자의 충격은 적지않다. 심지어 PC 자체가 아예 멈춰 서 버려, 아무 입력키도 실행되지 않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한다.

한국의 '무거운' 인터넷을 이용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겪어 봤던 일이다.

온라인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 제휴마케팅 정완 팀장은 "여러 인터넷 사이트를 열어놓고 이용하는 '인터넷 멀티태스킹' 이용 추세가 늘면서 이용자의 PC에 다소 무리를 줄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넷북 같은 저사양 PC를 이용하면 다나와나 G마켓 같은 플래시와 이미지가 많은 사이트를 여러 개 띄웠을 경우 PC가 느려지는 경험도 할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사업자는 '더 가볍게,' 이용자는 'PC 업글' 필요

그러다 보니 국내 대표 포털 업체와 온라인 쇼핑몰들은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무거운 인터넷'이란 오명을 씻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NHN 관계자는 "오피스 프로그램이나 게임 등 다른 소프트웨어에 비하면 인터넷 사이트를 '무겁다'고 표현하는 것은 다소 어폐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텍스트 기반의 해외 사이트보다는 네이버가 다소 '무게감'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아울러 "메인 페이지가 X초 이내에 떠야 한다는 따위의 내부 규정을 마련해 보다 쾌적한 이용 환경을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쇼핑몰 운영 사업자들은 소비자의 빠른 접속과 편리한 이용을 위해 쇼핑 서비스의 '무게'를 가볍게 만드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G마켓 관계자는 "상품 이미지의 경우 해상도 차이가 없으면 용량이 더 적은 쪽으로 최적화 시킨다"고 설명했다.

다나와 정완 팀장은 "고화질의 사진이나 동영상, 플래시가 많은 쇼핑몰 사이트를 이용할 때 이용자의 PC 사양이 지나치게 오래됐거나 저사양이라면 사실상 '인터넷 멀티태스킹'이 어려울 정도로 현재의 인터넷 서비스는 고도화 돼 있다"면서 "다나와도 소비자들의 쇼핑 환경 최적화를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소비자 역시 단순히 인터넷만 한다는 말보다는 현 인터넷 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하기 위해서라도 일부 PC 업그레이드는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강은성기자 esther@inews24.com 정병묵기자 honnez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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