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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문자 맞춤법, 우리가 책임질게요"


'세종대왕 따라잡기' T스토어 공모 1등 스토리

20살 대학생 김모씨. 지하철에서 핸드폰으로 친구에게 문자를 보내는 중 갑자기 고민에 빠졌다.

우리말 표기법에 '왠 떡이냐'가 맞는지, '웬 떡이냐'가 맞는지 도무지 모르겠는 것. 김 씨는 잠시 머뭇거리다 '왠 떡'으로 발송하고 말았다.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보낼 때 누구나 한번쯤 김 씨와 비슷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문자메시지는 '속도'와 '줄임말'이 생명이라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맞춤법을 무시할 수는 없는 것.

이럴 때 맞춤법에 어긋난 표현을 올바르게 잡아주는 휴대폰 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이 있으면 어떨까.

◆틈만 나면 아이디어 회의…570개중 최고점 받아

"문자를 보낼 때 늘 고민됐어요. 내가 보내는 표현이 맞춤법에 맞는지. 그러다 불현듯 맞춤법 공부를 위한 어학 프로그램이 나온다면 사용자들의 상당한 호응을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박선순(공주대 컴퓨터공학과 2학년) 씨는 처음 아이디어를 떠올린 순간을 회고했다. '세종대왕 따라잡기'는 맞춤법 공부를 위한 어학 프로그램. 많은 예제와 테스트를 통해 손쉽게 맞춤법을 익힐 수 있다.

박선순 씨와 팀원들은 곧바로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기 시작했고, 심사위원들의 좋은 평가를 얻어 상금 2천만원을 거머쥐었다.

"1등 수상은 기대 이상의 결과"라는 박 씨는 "사실 처음 아이디어는 맞춤법 공부를 위한 어학 프로그램이 아니었다"고 귀띔했다.

"원래 팀원들이 생각한 아이디어는 틀린 맞춤법과 잘못 입력한 오타 문구를 자동 수정해주는 휴대폰용 소프트웨어(SW)였어요. 사용자가 고민할 필요 없이 휴대폰에서 자동으로 오타를 체크해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PC에서 '아래아한글'을 쓸 때 맞춤법에 어긋날 경우 빨강 밑줄이 생기고, 일부 단어는 맞춤법에 따라 자동으로 수정되듯이, 이를 휴대폰에서 구현하면 유용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곧 난관에 부딪혔다. 시중에 완벽하게 맞춤법을 검사해주는 프로그램이 없는 데다 현실적으로 기능을 구현할 방법이 쉽지 않았던 것. 아이디어를 대폭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디어에 대한 주위의 반응도 싸늘했다. 친구들에게 맞춤법 프로그램이 나오면 구매할 의사가 있냐고 묻자 대부분 "돈을 주면서까지 사고싶지는 않다"는 반응을 보여 서운했다는 것.

같은 팀 김윤희(2학년) 씨는 "만약 중도에 아이디어를 포기했더라면 큰 일날 뻔 했다"며 웃으며 말했다. 세종대왕 따라잡기는 570개의 아이디어 중 최고점을 받았다.

김윤희, 문승미, 박선순, 이세현 4명으로 구성된 이들의 수상 경험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같은 학교 같은 과인 이들은 '프리머티브(PRIMITIVE)'라는 창업동아리에서 같이 활동하고 있다.

지난 해에는 호서대 주최 창업동아리 경진대회에서 2등을 했고, 인하대 주최 스토리텔링 영상제작 분야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이번 T스토어 아이디어 공모전에서도 같은 동아리 소속 친구가 위기 상황시 임의로 벨을 울려주는 서비스로 장려상을 타기도 했다.

창업동아리에서 아이디어 회의를 하는 2주동안 30개 정도의 아이디어가 쏟아졌고, 그중 4개 정도를 선정했다. 그야말로 아이디어가 '샘솟는' 셈.

◆자신의 아이디어로 직접 개발…"완성도 높이고파"

이들의 목표는 아이디어 공모전 수상이 끝이 아니다. 오는 12월 1일부터 시작되는 'T스토어 애플리케이션 공모전'에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애플리케이션을 직접 개발해 출품할 계획인 것. 컴퓨터공학과 학생들로 구성된 만큼 도전해 볼 만하다는 생각이다.

현재 머리를 맞대고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한창이라는 문승미 씨(1학년)는 "직접 개발하려니 아이디어가 조금씩 수정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저학년들로 구성된 만큼 어려움도 있는 게 사실이지만, 관련 책자를 밤새워 보면서 하나하나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김윤희 씨도 "300페이지 분량에 가까운 개발 가이드를 보고 있지만, 재미가 있기 때문에 특별히 힘들다는 생각은 안든다"고 덧붙였다.

이세현 씨(2학년) 역시 "막상 만들려고 하니까 자꾸 욕심이 생긴다"며 "학기 중이라 학과 공부와 병행하기가 쉽지 않지만, 최대한 완성도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고 싶다"고 다부진 포부를 밝혔다.

최근 모바일 업계의 핫 이슈로 떠오른 앱스토어에 대한 대학생들의 시각도 엿볼 수 있었다. 앱스토어는 모바일 콘텐츠를 마음대로 사고 팔 수 있는 오픈 마켓이다. 애플을 비롯, SKT, KT 등이 뛰어들었다.

박선순 씨는 "앱스토어에 대한 관심은 있지만, 앱스토어가 정확히 무엇을 하는 곳인지 알고 있는 학생은 드문 것 같다"며 "좀더 홍보가 많이 돼서 직접 개발을 해보는 대학생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주머니가 가벼운 학생들을 위해 등록비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거나, 데이터통화료를 낮춰 참여를 유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윤희 씨는 "애플리케이션 구매자가 있어야 판매자도 있다"며 "하지만 현재는 게임 애플리케이션에 치중된 데다 구매자가 적어 소비자를 대상으로 필요성을 느끼게 하는 전략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애플리케이션 공모전 개발 플랫폼이 위피 자바를 제외시킨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위피씨(WIPI-C)는 자료가 충분하지 않은 데다,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들은 주최 측에서 제공하는 별도의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다.

이세현 씨는 "복잡한 등록 절차와 짧은 개발 기간에 대한 부분은 다음 공모전에서 개선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래희망은 '프로그래머'

문득 장래희망이 궁금해졌다. 이들 네 명은 이구동성으로 '컴퓨터 프로그래머'라고 답했다. 박선순 씨는 "중고등학교 때부터 컴퓨터가 좋아 전공으로 택하는 데 한치의 망설임이 없었다"고 답했다.

김윤희 씨는 자신이 코딩해서 완성되는 결과물을 보는 게 재미있고 뿌듯하다는 말로 대신했다. 문승미 씨는 졸업 후 디자인과 프로그래밍을 접목할 수 있는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한다. 이세현 씨는 가상 현실과 운영체제를 접목한 새로운 개념의 OS를 개발하는 게 꿈이다.

"우리 손으로 완성도 높은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고 싶어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앞으로 밤새워 개발작업을 해야하지만, 꼭 완성할 겁니다."

열정 넘치는 표정에서 희망이 엿보인다. 10년전, 20년전, 이들과 같은 꿈을 꾸었을 현직 개발자들의 모습도 동시에 떠올랐다.

서소정기자 ssj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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