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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오의 엔트로피]"당신의 PC방은 안녕하십니까"


욕망의 배출구→인터넷 문화공간으로 바꾸어야

눈 깜짝할 사이, 최첨단 기술은 어제와 다른 오늘을 보여주고 있다. 발전하는 속도만큼 네티즌들의 반응도 빠르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발전속도에 맞는 여유가 줄어들고 있다. 함께 고민하고 나눠야 할 기회와 대화가 단절되고 있다.

최첨단화 되면서 에너지가 넘쳐난다. 그만큼 무질서, 혼돈에 빠져들고 있다.

아이뉴스24는 인터넷과 사이버 공간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적 현상을 짚어보는 '정종오의 엔트로피'를 연재한다. 매주 함께 고민해 봤으면 하는 주제를 중심으로 접근한다.[편집자주]


경기도 광주의 한 PC방.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학생 2명이 나란히 앉아 있다. 어른 키 정도의 유리 칸막이를 두고 맞은편에는 같은 교복을 입은 2명이 나란히 앉아 있다.

"야! 빨리 공격해!"

"아! 졸라! 늦었잖아!"

"이번엔 너야! 빙신아! 빨랑빨랑 들어와!"

그들의 말은 PC방 구석구석까지 전달될 만큼 컸다. 쉴 새 없었다. 한 게임에 접속해 편을 짜고 내기 시합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그들 4명은 약 2시간동안 목이 아플 정도로 소리 지르며 게임을 한 뒤 일어났다.

한편 그 시간, 흡연구역에 앉은 성인 A씨는 연거푸 담배연기를 품어내며 "짜식들! 목소리 엄청나네. 조용 조용히 하지"라는 푸념을 쏟아내며 주식 사이트에 접속해 주식 현황을 살펴본다. 중간 중간 포털에 접속해 뉴스도 챙겨본다.

마우스 곁에 놓여 있는 재떨이에는 하얀 담배꽁초가 수북히 쌓여 있다. A씨 곁으로 다른 성인 남자들도 담배를 손에 놓지 않는다. 흡연구역은 어느새 도시의 스모그처럼 하얀 먹구름이 돼 천장을 뒤덮는다.

◆"당신의 PC방은 안녕하십니까“

찾아온 학생들과 성인들에게 PC방에 대한 생각을 물어 봤다.

"칙칙하다. 어둡다. 몇 시간 있다 나오면 눈과 머리가 아프다."

"어떻게 하겠습니까. 맞벌이 부부라서…아이들은 학교 갔다 오면 갈 곳이 없는데…PC방에라도 가 있는 것이 낫지요."

"어른들은 끊임없이 담배 피우고…얘들은 게임만 하는 곳, PC방이죠."

한국의 인터넷 하면 떠오르는 PC방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은 '칙칙하고…음산하고…갈 곳이 못되는 환경'이라는 곳으로 공통분모를 찾고 있었다.

그렇다면 국내 PC방 현황은 어떻게 돼 있을까. 한국인터넷PC방협동조합의 통계자료를 인용해 본다.

2008년 현재 전국 PC방은 2만935군데가 있다. 서울 4천, 경기 4천100, 부산 1천500여 개 등이다. 협동조합 16개 지부의 현황을 파악한 자료이다.

PC방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은 얼마?

먼저 PC방의 직접 종사자(PC방 업주, 아르바이트 생 등)를 계산해 봤다. 6만~1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PC방 당 평균 종사자를 3~5명 정도로 봤을 때 산출된 통계이다.

PC방과 연관된 인력도 만만찮다. PC방 관련 소프트웨어 제조·유통업체, 관련 언론단체, 정산관리프로그램업체, 게임업체, 인테리어설치업체 등 수많은 사람들이 PC방과 관련돼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전국적으로 PC방을 이용하는 하루 고객은 어느정도?

PC방 당 하루 평균 200~300여명으로 추산하고 전국 PC방을 2만 여개로만 봤을 때 약 400만~600만 명이 PC방을 이용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욕망의 배출구→인터넷 문화공간으로

전국 PC방 2만9천여 곳! 종사자 6만~10만! 하루 이용고객 전국적으로 400만~600만!

결코 적지 않은 PC방 규모를 보여준다. 그러나 현실로 눈을 돌려보면 규모와는 달리 PC방은 욕망을 배출하고 칙칙한 '어두운 그림자'로만 인식되고 있다.

최고의 인프라를 제대로 이용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PC방은 문화체육관광부의 게임콘텐츠산업과가 주무부서이다. 각 지방자치단체의 문화산업체육과에서 담당자를 두고 있다.

그동안 PC방의 인터넷문화 공간으로서의 기능은 전혀 없었을까. 있었다. 고등·중학교 생들이 방과후 특별활동을 PC방에 유치하기도 했고 저소득층 학생들을 위한 학교과제 프로젝트를 PC방을 통해 하기도 했다. 또 e러닝 좌석을 따로 만들어 화상영어, 과제물 검색 등의 기능도 수행했다.

그러나 이는 모두 일시적, 이벤트성 행사로 지금은 거의 이뤄지고 있지 않다. 정부차원의 인터넷문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정책이 없고 PC방 업주들도 개인적 사명감에서 공익 프로그램을 운영할 뿐, 구체적 매뉴얼이 없는 상황이다.

PC방은 자유업에서 등록제, 등록제에서 자유업…수차례 반복됐다. 현재는 등록제이다. PC방에 청소년들이 많이 다니고 또 금연, 소방, 소프트웨어 등 수많은 논란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PC방 협동조합 최승제 조합장은 "그동안 개인적으로 노인이나 중장년층을 위한 컴퓨터 교실, 학생들 특별활동 유치 등을 해 왔지만 정책적 지원도 없고 구체적인 매뉴얼도 없는 상황에서 이벤트성에 그쳤다"며 "PC방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은 인터넷문화 공간이 아닌 '노는 곳'으로 비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조합장은 그 흔한 모범업소 지정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공익 프로그램을 실천하고 건전한 PC방에 대해 일정정도의 자격을 갖추면 모범업소로 지정하고 이에 따른 혜택이 있으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신의 PC방, 이렇게 바뀌면 어떻습니까"

한국인터넷PC방협동조합 최승재 조합장과 문화부 게임콘텐츠산업과 정승경 담당자(주사)에게 인터넷 문화공간으로써 PC방의 변화에 대해 물어봤다.

-PC방 업주들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은 있는지. 어떻게 해야 될 것인지.

"(최승재, 이하 최)과거에 지방자치단체, 콘텐츠진흥원의 관련 교육이 있었다. 그러나 실효성은 없었다. PC방 인프라를 통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이 없는 상황에서 PC방 업주들에게 교육은 인터넷관련 법령에서 처벌 조항이 어떻게 돼 있는지 정도였다. 그저그런 교육에 그저 그렇게 얼굴 비치는 정도의 형식적 교육에 불과했다.

앞으로 전문 교육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 이를 이수한 PC방 업주들에게는 일정정도의 자격증을 부여해 지원하는 제도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정승경, 이하 정)현재 PC방 업주에 대한 교육은 지방자치단체에서 하고 있다. 위탁 교육을 하든, 자체적으로 하든 그것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알아서 할 일이다."

-PC방은 청소년들이 많이 출입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별로 청소년전문상담가를 배치하면 이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최) 청소년들이 많이 출입하는 만큼 청소년전문 상담가를 배치하는 것은 바람직하고 좋은 제안이다. 그러나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없이는 이뤄질 수 없는 부분이다.

2만 여개 PC방에 배치할 수 없겠지만 각 지부별(현재 PC방조합은 16개 지부로 구성)로 상담가를 고정배치해 순회 방문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제도적으로 체계가 갖춰진다면 조합 차원에서도 적극 지원할 것이다."

"(정)PC방이 건전해 져야 한다는 것에는 누구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청소년 상담가를 두는 것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PC방의 공익 프로그램에 대한 밑그림이 있는지 궁금하다. 무료 컴퓨터 교실, 저소득층 자녀들의 e러닝 교육 지원 등이 있을 수 있을 텐테.

"(최)조합차원에서 하는 것은 없다. 각 개별 PC방별로 개인적 사명감에 이벤트성으로 하는 경우는 있다. 이 또한 문화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해 어떻게 정기적으로 공익 프로그램을 운영할 것인지 논의가 필요하다."

"(정)문화부 차원에서 결정된 것은 없지만 검토하고 있다."

-공익 프로그램 실천과 건전한 PC방에 대해 일정 자격을 갖추면 모범업소로 선정, 지원하는 것도 있을 수 있는데.

"(최)PC방의 이미지 변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터넷 문화공간으로 발전해야 한다. 이런 좋은 인프라를 '노는 곳'으로만 인식해서는 안 된다. PC방은 인프라이자 콘텐츠플랫폼이다. 물론 게임중독의 온상이라는 비판도 있다. 질적인 수준을 높이는 환경조성에 모두 머리를 맞대고 심각하게 고민할 때이다. 모범업소 지정 또한 이런 차원에서 실시할 필요가 있다.

"(정)지방자치단체가 이 부분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인다."

정종오기자 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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