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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금 자제 요구, 담합조장 우려"


휴대폰업계, 유감 표명…"요금문제도 시장에 맡겨야"

일부 휴대폰 업체와 이동통신사가 방송통신위원회의 이동통신시장 개입에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방통위가 이동통신사에 보조금 지급을 자제하고 요금을 인하하도록 당부한 이후 국내 휴대폰 시장이 급속히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8월 한달 국내 휴대폰 시장은 약 50만대 가까이 줄었다.

이 탓에 정부의 시장 개입으로 인한 가격담합 논란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통사들도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과열 경쟁은 수그러든 분위기지만 보조금으로 쓰던 마케팅 비용만큼 요금을 내리라는 요구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2일 휴대폰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정부측의 휴대폰 보조금을 바라보는 시각이 상당히 유감스럽다"며 "휴대폰 전체 시장은 바라보지 않고 투자 촉구, 요금 인하를 위한 단기적 처방에 불과해 시장 왜곡을 가져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휴대폰 업체 "정부 이통시장 개입은 담합 조장"

현재 휴대폰에 실리는 보조금은 이통사가 지급하는 금액과 휴대폰 업체가 부담하는 금액으로 이뤄진다. 고가 휴대폰이 늘어나고 보조금 지급액이 많아지면서 이통사가 휴대폰 업체에 보조금 분담을 요구했고 현재 대부분의 휴대폰 업체가 이를 집행하고 있는 것.

이통사와 휴대폰 업체들은 모두 보조금을 마케팅 비용에서 사용한다. 때문에 정상적인 마케팅 비용을 자제하라는 방통위의 요구 자체가 시장 담합을 조장한다는 주장이다.

휴대폰 업체의 한 고위관계자는 "보조금은 마케팅 비용에서 사용되지만 사실상 휴대폰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민감한 요소"라며 "이를 정부가 직접적인 시장 개입으로 담합을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휴대폰 업체간 과열 경쟁을 막기 위해 마케팅 비용 절감에 합의할 경우 사실상의 가격 담합 문제로 불거질 수 있다"며 "투자 촉구, 요금 인하를 위해 이통사의 마케팅 비용을 줄여주겠다는 정부의 시각은 사실상 큰 실효성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담합 논란은 과거 정보통신부 시절 단말기 보조금 규제를 둘러싸고도 심심찮았다. 휴대폰 업체들은 이통사를 통해 휴대폰을 파는 현재 유통구조상 정부가 이통사를 통해 시장 개입을 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이통사 "마케팅 비용 절감과 요금 인하 상관관계 없어"

이통사 입장에서도 정부의 시장 개입이 달갑지 않은 눈치다. 보조금 지급 자제로 마케팅 비용은 절감했지만 이 돈을 요금 인하와 투자에 사용하라는 정부측 요구는 시장 논리와는 맞지 않는다는 것.

이통사 한 관계자는 "과열 경쟁을 막기 위한 정부측 노력은 이해하지만 마케팅 비용 절감과 요금 인하 문제를 결부시키는 것은 유감스럽다"며 "요금 인하는 시장 논리에 따라 사업자들이 필요해야 실시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조금의 경우 휴대폰 가격을 내려 신규 가입자를 늘리거나 번호이동을 통해 타사 가입자들을 모집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쓸만큼 써도 얻는 부분도 있는 셈이다. 요금 인하의 경우 이통사들의 직접적인 수익에 타격을 미친다.

이통사 관계자는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 있게 해줬으니 요금을 내리라는 정부측 요구는 제조업체로 해석하자면 원가 절감을 도와줬으니 제품 가격을 강제로 내리라는 요구와도 같다"며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없는 마케팅 비용을 요금 인하에 끼워 맞춘 부분은 아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조금의 국내 경제 효과도 고려해봐야 할 부분 중 하나"라며 "이통사가 보조금을 쓰면 휴대폰 업체와 부품 등 협력업체 등 업계 전반에 걸친 파급효과가 있는데 이를 무시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극심한 경쟁속에서 요금 인하 촉발"

해외의 경우 정부의 시장 개입보다는 극심한 경쟁속에서 요금 인하가 촉발된 사례가 대부분이다.

미국의 경우 버라이즌이 기본 요금만으로 자사 가입자간 무료통화를 시작하며 전체 통신요금이 급격하게 내려갔다. 현재 미국은 대부분 자사 가입자간 무료 통화를 제공하고 있다. 경쟁이 극심해지자 가입자 확보를 위해 경쟁적으로 요금을 인하하기에 이른 것.

이론상 이통사의 자사가입자간 통화는 타 이통사와 접속료 산정을 하지 않기 때문에 이통사 입장에서는 망 운용비만 부담하면 된다. 업계는 시장 논리에 맡겨 놓으면 자연히 요금이 인하될 부분을 정부가 개입하다보니 매번 일률적이고 형식적인 요금 인하에 그친다는 입장이다.

휴대폰 업체 고위관계자는 "시장 판도를 바꾸고 싶다면 해외처럼 공격적인 요금을 내 놓고 가입자를 끌어모으면 되지만 정부가 계속 시장에 개입할 경우 각 사업자간 합의를 통해 일부 요금을 인하하는 정도에 그치고 만다"며 "매번 요금 인하율을 정부와 이통사가 협의하는 듯한 모습은 결국 요금 인하에도 별 도움이 안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업계 입장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 역시 적잖다. 보조금이 줄면 휴대폰 업체는 당장 단말기 수요가 줄어들고, 이통사 역시 요금 인하로 인한 매출 감소를 우려한 주장이라는 것.

실제 올들어 국내 휴대폰 시장은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렸다. 이통사 역시 시장 경쟁에서 요금과 서비스에 대한 투자 대신, 공짜폰 마케팅으로 가입자 유치에만 열을 올린다는 비난을 받았다. 방통위가 나서 보조금 지급 자제를 권고한 것도 이 때문이다.

보조금을 둘러싸고 이통사와 주무부처, 제조업체간 논란이 재연될 조짐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명진규기자 almac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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