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미쳤어' 저작권 논란…인터넷으로 확산


게시물 원칙·공정 이용 잣대 등 논란 불거져

다섯 살 난 꼬마 아이가 손담비의 '미쳤어'를 춤과 함께 따라 불렀다 곤욕을 치르고 있다. 우 모씨는 아이와 함께 한 행사장에 갔다. 아이가 '미쳤어'를 춤과 함께 부르자 이를 카메라에 담았다. 앙증맞고 귀여웠다.

우 씨는 53초 분량의 이 동영상을 자신의 네이버 블로그에 올렸다. 이후부터 문제가 시작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네이버에 해당 동영상이 저작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삭제할 것을 요청했다. 네이버는 저작권자의 요청에 따라 이를 보이지 않게 블라인드 처리(임시조치)했다. 우 씨는 이같은 사실을 네이버로부터 통보받고 황당했다.

우 씨는 "해당 동영상은 저작권법상의 공정 이용에 해당된다"며 "즉각 복원시켜 달라"고 네이버에 요청했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우 씨는 네이버와 한국음악저작권협회를 상대로 손해 배상을 청구했다.

◆쟁점1, 게시물 처리원칙 "요청→블라인드→법원 판단"

이용자는 자신의 의견 등을 담은 게시물을 홈페이지, 블로그, 게시판 등 인터넷에 자유롭게 올릴 수 있다.

이번 사건은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네이버에 저작권 침해를 통보하고 삭제해 줄 것을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대한 조항은 저작권법 103조에 언급돼 있다. 저작권자의 권리가 침해되고 있다고 온라인서비스업체에 주장하고 해당 저작물의 복제·전송을 중단시킬 수 있다(103조 1항).

네이버의 임시조치(블라인드 처리)는 103조 2항을 따르고 있다. 2항은 "온라인서비스제공자(네이버 등)는 1항의 규정에 따라 복제·전송을 중단시키고 해당 저작물 등을 복제·전송하는 자와 권리주장자에게 그 사실을 통보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논란은 그 다음에 있다. 저작권자가 요청했고 네이버가 블라인드 처리까지 하는데 법적 문제는 없다. 그런데 이번 동영상을 올린 우 씨는 네이버에 "저작권법상의 공정 이용에 해당된다"며 재개를 요구했지만 네이버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103조 3항은 "제 2항의 규정에 따른 통보를 받은 복제·전송자가 자신의 복제·전송이 정당한 권리에 의한 것임을 소명해 그 복제·전송의 재개를 요구하는 경우 온라인서비스제공자는 재개요구사실 및 재개예정일을 권리 주장자에게 지체 없이 통보하고 그 예정일에 복원·전송을 재개시켜야 한다"고 적시돼 있다.

우 씨가 자신의 게시물에 대한 네이버의 처리에 불만을 제기했고 그 소명으로 저작권법 28조(공표된 저작물의 인용)의 공정이용(fair use)라는 배경을 설명했지만 네이버는 받아 들이지 않은 것이다.

이번 소송에 참여하고 있는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박경신 소장(고려대 법대교수)은 "포털의 게시물 처리원칙에서 해당 게시물이 블라인드 처리되고 게시물을 올린 당사자가 정당한 소명을 하면 복원시켜야 한다"며 "네이버는 우 씨의 소명을 무시했고 이에 따라 네이버도 이번 소송의 한 대상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측은 이에 대해 "저작권자와 이용자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게시물이 '공정 이용'인지 네이버가 임의로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현행 저작권법상에 명시된 규정에 의한 불가피한 처리절차였으며 게시물은 삭제된 것이 아니라 비공개(블라인드)처리된 것으로 법원의 판결이 있다면 언제든 재게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미국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의 경우, 게시물 처리원칙이 국내와 차이를 보인다.

지난 2007년 7월 유튜브에 이제 막 아장아장 걷는 아이가 프린스의 'Let's Go Crazy'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동영상이 올라왔다. 해당 동영상을 올린 스테파니 렌즈(Stephanie Lenz)는 "동영상을 가족과 친구들이 볼 수 있도록 유튜브에 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그런데 프린스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UMPG(Universal Music Publishing Group)가 이 동영상이 저작권을 위반했다며 유튜브에 삭제 요청을 했고 유튜브는 이 동영상을 렌즈에게 통보하고 삭제했다. 이에 렌즈는 유튜브에 복원을 요청했고 유튜브는 해당 동영상을 즉각 복원시켰다.

해당 동영상이 복원되자 관심이 집중됐고 이를 본 네티즌들은 "도대체 뭐가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하는 것인지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렌즈는 그러나 며칠동안 자신의 동영상이 삭제된 것에 대해 분을 삭이지 못했고 UMPG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렌즈가 소송을 제기하자 UMPG는 렌즈의 소송을 기각해 줄 것을 연방법원에 요청했다. 그러나 미국 연방법원은 "삭제 요청을 하려면 게시물이 공정 이용에 해당되는 지도 권리자가 고려해야 한다"며 UMPG의 기각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소송은 진행중이다.

저작물의 권리도 중요하지만 저작물의 공정 이용도 그만큼 비중있게 고려돼야 한다고 미국 연방법원이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쟁점2, 공정 이용의 범위

우 씨가 삭제된 자신의 동영상을 복원시켜 달라고 소명을 하면서 내세운 근거는 저작권법 28조이다. 28조에는 "공표된 저작물은 보도·비평·교육·연구 등을 위하여는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이를 인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그렇다면 공정 이용의 정도는 어디까지 일까.

지난 2004년에 있었던 '해피 에로 크리스마스'의 사건을 판례로 들 수 있다. 2003년 12월 제작된 '해피 에로 크리스마스'의 한 장면 중 일본의 유명 영화 '러브레터'가 약 30초 가량 삽입된 장면이 있었다.

이에 '러브레터'를 제작한 후지텔레비전이 이를 문제 삼아 "러브레터의 장면 중 일부를 삽입,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저작권침해금지가처분을 냈다. 법원은 후지 텔레비전의 소송을 기각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러브레터는 국내에서 약 110만 명이 봤고, 따라서 극중 삽입된 장면이 러브레터의 일부분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소수이고 인용 부분은 수정이나 개작을 거치지 아니한 원작 그대로, 원작에 대한 훼손이 전혀 없다"고 일단 설명했다.

나아가 "삽입된 장면은 러브레터의 가장 유명한 대사, 장면으로서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어 이른바 공중의 영역(public domain)에 근접해 있다"며 "청중의 입장에서 인용 부분의 삽입으로 인해 인용영화(해피애로크리스마스)가 피인용영화(러브레터)를 부당하게 이용하였다는 반응을 보이거나 그와 같이 판단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우 씨 아이의 '미쳤어'의 경우 53초 분량으로 아이가 나와 노래와 춤을 추는 동작에 불과하다. 또한 우 씨는 자신의 네이버 블로그에 동영상을 올렸는데 우 씨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상업적 이익을 취하고 있지도 않다.

그러나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의 입장은 단호하다.

해당 가수의 노래를 틀지 않고 흥얼거리기만 하더라도 저작권 침해라는 것이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 배정환 전송팀장은 27일 CBS와 인터뷰를 통해 "동영상도 음악을 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흥얼거리면서 음악을 이용했고 이를 일반인들이 접근해 보고 들을 수 있도록 인터넷이라는 곳에 제공했기 때문에 전송권을 침해한 동영상"이라고 밝혔다.

네티즌들은 이번 사건을 보면서 "앞으로 대중들은 특정 가수의 노래를 따라 부르거나 흥얼거리지도 말라는 소리인가"라며 분노했다. 수익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한 아이가 천진난만하게 부른 모습의 동영상까지 저작권 침해라며 블라인드 처리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한 네티즌은 "따라 부르지도 흥얼거리지도 못할 노래는 뭐하러 만드냐"며 "아예 노래나 앨범 자체를 만들지 마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한편 음악저작권협회 등 저작권자의 입장과 온라인서비스제공업체(OSP)와 이용자의 입장, 법적 근거와 실제 사례 적용 등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해 앞으로 '공정 이용 가이드 라인'을 만들 예정에 있다.

정종오기자 ikokid@i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미쳤어' 저작권 논란…인터넷으로 확산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