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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미디어그룹, '플랫폼'보다는 '콘텐츠'로


(사)미디어미래연구소 주최 토론회...규제완화도 강조

지난 해 방송통신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글로벌 미디어 그룹 육성 의지를 잇따라 밝히면서, 한국형 글로벌 미디어 그룹을 만들어낼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단말기에서 삼성전자, 자동차에서 현대차 같은 글로벌 기업이 콘텐츠나 서비스 부문에서도 나올 수 있을까. 하지만, 포브스(Forbes)에 따르면 2007년 현재 전세계 30위 미디어 기업 중 미국이 16개, 일본이 4개, 독일이 2개, 이탈리아와 멕시코가 각각 1개를 기록하는 등 우리나라 기업은 한 참 뒤쳐져 있다.

이런 가운데 (사)미디어미래연구소(소장 김국진)가 16일 주최한 '글로벌 미디어 전략적 접근' 포럼에서는 언어와 문화의 차이를 넘어 세계적인 미디어 그룹을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이 논의됐다.

특히 이 자리에서는 우리나라의 경우 'BBC월드와이드' 같은 공영방송 중심의 진출모델이 통신이나 전자회사(ICT) 회사 중심 모델보다 적극 검토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으며, 같은 맥락에서 플랫폼(서비스)보다는 콘텐츠를 중심으로 하는 글로벌 미디어 그룹 육성전략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동시에 미디어에 대한 소유 등 규제완화 조치가 시장에 활력을 줄 수 있으며, 최소한의 정부 규제와 함께 미디어 시장에서의 사회적 책임도 강화돼야 한다는 토론이 있었다.

◆우리에게 적합한 건 BBC모델

강원대 정윤식 교수는 글로벌미디어 그룹은 ▲공영방송 중심 모델(BBC모델)▲미국식 콘텐츠 모델 ▲일본의 전자회사 모델 ▲통신회사가 마케팅과 자본을 통해 수직계열화를 강화하는 모델 등이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공영방송 중심모델이 적합하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지배적 방송 플랫폼 사업자이며 콘텐츠사업자인 공영방송 주도로 글로벌 미디어 그룹의 방향을 우선 모색해야 한다"며 "영국의 BBC는 기존 2개 채널은 공익콘텐츠로 채우지만 디지털화에 따른 6개 채널은 머독까지 끌어들여 유아프로그램 등에서 새로운 전략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특히 "예를들어 BBC 월드와이드 처럼 'KBS글로벌코리아'를 분리 자회사 형태로 설립해 다른 공영방송 콘텐츠 등을 통합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고, 여기에 지상파 방송사뿐 아니라 MSP, 대기업 등이 컨소시엄으로 들어올 수 있다"고 제안했다.

영국의 대표적인 공영방송 BBC는 75% 수익은 수신료에서, 나머지는 BBC 월드와이드에서 올리고 있다. 방송공사법(공영방송법)을 만들어 수신료 중심 체제로 KBS를 바꾸면서 이 과정에서 KBS의 글로벌 전략을 재정비하자는 얘기다.

김문연 tvK코리아 대표(전 중앙방송 사장)도 "(글로벌 미디어 그룹은) 미디어 중심보다 콘텐츠 중심으로 설정해야 한다"면서 "글로벌로 가려면 핵심역량이 중요한 데 우리에게는 콘텐츠 창작능력은 있지만 채널 디스트리뷰션이나 턴키 공급은 능력이 적어보인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KBS나 아리랑이나 SBS나 CJ나 앞다퉈 해외로 가지만 때론 상호 경쟁하면서 기회를 줄이는 측면도 있다"며 "대한민국의 콘텐츠 채널 브랜드는 KBS 하나로 충분하지 않나하는 생각도 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에서 성공적으로 서비스되는 TV재팬의 경우 NHK콘텐츠가 100% 구성돼 있지만, 30여개 기업이 합작해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숭실대 최정일 교수도 "플랫폼이나 네트워크보다는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진출하는 게 맞지 않나"라면서 "한국투자공사 등이 금융자산 뿐 아니라 국내에 있는 콘텐츠 투자개발조합과 협력해 콘텐츠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언급했다.

◆일부 이견도...다양한 기회제공해야

숙명여대 박천일 교수는 "일본 전자회사인 소니가 콜럼비아 영화사 인수에 나선 것을 실패했다고 보지 않는다"며 "이는 기존에 해왔던 방송장비의 시너지를 높이는 일이고 그 결과 매출의 70%이상을 외국에서 가져온다"고 평했다.

이는 자민당 나까소네 수상 집권이후 '소프트웨어 입국'을 선언하면서 일본 소니가 미국 영화사 인수에 나섰지만, 주가가 폭락했고 동시에 삼성이나 LG에 가전 사업에서 추월당하는 계기가 됐다는 정윤식 교수 평가와 다른 것이다.

박 교수는 "(어떤 모델이 적합하다기 보다는) 어떤 규모로 통합하는 게 적합한 가에 대한 부분이 중요하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열악한 재정 상태와 과도하고 방만한 재정구조, 정치지향적 조직성, 규제에 대한 과도한 집착 등을 보이는 지상파 방송의 독과점 구조를 깨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KT 유태열 경영연구소장도 "어떤 모델이 글로벌 미디어에 좋은 모델일 까는 많은 토론이 있어야 한다"고 전제한 뒤, "미국형 모델도, 통신사 중심형도, BBC형도 나올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SK텔레콤 하성호 상무는 "통신사업 정체로 미디어 그룹에 관심있지만,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한 점도 있다"면서 "내수에서 지나치게 경쟁이 촉진되면 해외진출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언급했다.

◆방통위-문화부, 규제완화 강조

방송통신위원회 최재유 융합정책관은 "글로벌 미디어 그룹을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게 규제완화"라면서 "30년 전에 이뤄진 미디어 규제의 틀을 바꾸지 않으면 세계적인 미디어 그룹이 나오기 어렵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김기홍 미디어본부장은 "미디어법 개정과 구조개편이 전제되지 않으면 글로벌 미디어 그룹이 나오기 어렵다"며 "최소한 미디어법이 빨리 통과돼야 새로운 미디어가 나올 것이고, 국내 산업이 활성화되는 기본 여건이 마련된다"고 말했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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