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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응휘]방송통신위원장과 통신업체 CEO들의 '담합'모임 관전기


지난 1일 오전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국내 6개 통신업체 사장들이 간담회를 가졌다. 이 간담회의 내용은 언론을 통해 상세히 알려졌는데 그 내용이 정말 어처구니가 없어 이 사람들이 제 정신으로 이런 얘기들을 했을까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특별히 이동통신 3개 사업자의 사장들은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사업자간 경쟁은 자율적으로 조절이 되지 않으니 규제당국이 나서야 하며, 투자액보다 마케팅비용이 큰 기업을 제재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오간 모양이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과열경쟁을 중단하고 요금 인하와 투자 확대에 힘쓰겠다"고 했다. 더 이해못 할 일은 최시중 위원장까지도 정부도 과열마케팅을 막는 장치를 연구하겠다고 화답했다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 3일에는 신규고객이 가입후 3개월간은 번호이동을 못하도록 하는 개선방안에 이동통신 3사가 합의했으며 이런 내용이 방송통신위원회에 전달됐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이 기사내용이 사실이라면 이동통신 3사는 아마도 사업자들간에 경쟁을 제한하기 위해 일종의 담합행위를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참여정부 시기에 진대제 정통부장관도 일찌기 '클린 마케팅'이라는 해괴한 말까지 써가면서 이동통신사업자들이 스스로 경쟁을 제한할 것을 권유한 적이 있었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는 규제당국이 경쟁을 제한하기 위해 행정지도를 했다고 주장한다 하더라도 그러한 내용은 행정지도가 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인정하지 않고, 통신사업자들의 담합행위를 적발해 과징금을 부과한 전례가 있었다.

기본적으로 시장경제에서 사업자간의 경쟁은 자연스러운 일이며, 이를 '과열경쟁', '과당경쟁'으로 치부하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다. 지나친 경쟁이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왜곡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도대체 무엇을 기준으로 지나친 경쟁이라고 말하는지부터 따져봐야 할 일이다.

혹자는, 그리고 일부 언론까지도 사업자들이 단말기 보조금 경쟁을 할 것이 아니라 요금경쟁을 해야 한다는 도대체 영문도 모르는 소리를 한다. 지금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요금경쟁을 해야 할 이유가 사실상 없다.

요금인가 제도가 요금이 독과점요금수준으로 가지 않도록 규제하기 위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규제당국은 2005년 이래 지금까지 단 한번도 요금 적정성을 평가하지 않았으며, 요금인하를 요구한 적조차 없었다.

다른 이동통신사업자들의 요금은 원래가 규제대상이 아닌데다가 이들 사업자들 역시 1위사업자의 요금이 인가된 후에 그보다 약간 낮은 수준의 요금을 유지하면 되는데 일부러 요금경쟁을 할 이유가 없었다.

아니 규제당국 부터가 요금인하 요구를 하지 않는데 왜 사업자가 나서서 매출액을 줄이는 일을 한단 말인가?

요금경쟁은 해야 할 이유가 없고, 어차피 더 이상 늘어날 신규가입자도 별로 없다면 당연히 다른 사업자의 고객 뺏어오기 경쟁을 할 수 밖에 없다. 그것이 바로 지금 나타나는 단말기 보조금경쟁이다. 분명한 것은 규제당국이 요금규제에 나서지 않는 한, 단말기 보조금 경쟁은 사라질 이유가 없다.

사업자들 입장에서는 엄청난 영업비용이 지출되는 단말기 보조금 경쟁을 좋아할 리가 없다.

하지만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어차피 통신요금 인하도 하지 않는데 사업자들이 나서 단말기 보조금 경쟁을 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물론 사업자들은 경쟁을 하더라도 영업비 지출액은 줄이고 싶어하는 게 당연하다. 그래서 과거에도 규제당국이었던 정통부는 단말기보조금을 금지했던 것이다. 당시 단말기 보조금이 금지됐어도 단말기 보조금이 시장에서 사라진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다만, 보조금이 불법이 된 이후에는 사업자들의 보조금 지급액수의 규모가 소비자당 1/3 이하 수준으로 떨어졌다. 말하자면 당시 단말기 보조금 금지조치를 통해 규제당국이 나서서 영업비를 사업자들이 스스로 일정 수준으로 적게 쓰자는 담합행위를 사실상 제도적으로 보장했던 것이다.

소비자를 희생시키면서, 사업자간 경쟁을 제한하면서도, 규제당국이 정책을 통해 사업자들을 밀어주었던 경험에 익숙한 전직 관료출신들의 이동통신 CEO들과, 통신규제의 근본원리가 뭔지, 요금인가제도의 존재이유가 뭔지 이해하고 있는지 알 수도 없는 규제당국 관계자들이 담합이라는 의심을 받을만한 언행을 쏟아내는 것을 보면 역시 '소비자는 봉'이라는 생각만 든다.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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