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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변호사들은 제 정신이 아니다"…로렌스 레식 교수


기존 저작권법, 합리적 개선 필요해

지난 14일 역사가 살아숨쉬는 용산 국립 중앙박물관에서는 시대를 앞서가는 창조자들의 열정이 넘쳐났다.

무한 복제가 가능한 인터넷 시대에 저작권자의 창의성을 존중하면서도 저작물의 활발한 나눔을 통해 열린 문화를 만들어 나갈 수는 없을 까. 이용자제작콘텐츠(UCC)를 만드는 데 음향 하나, 방송영상 몇 클립만 써도 범죄자가 되는 세상인데.

CC(Creative Commons)운동 단체인 CC코리아는 이날 '2008 CC Korea 국제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CC운동은 2002년 미국 스탠포드 로스쿨의 로렌스 레식 교수가 제안한 뒤 국내에서는 2005년부터 한국정보법학회가 주도해 왔다. CC코리아는 이달중 비영리 사단법인(이사장 경희대 정진섭 교수)으로 전환한다.

CC는 올바른 정보의 나눔과 자유로운 재창작의 열린문화를 추구하지만, 국내에서는 CCL이라는 저작권 라이선스 마크로 더 잘 알려져 있다. CCL(Creative Commons License)이란 게시물 저작자가 직접 게시물 공유 여부, 활용가능 범위를 명시해 자신의 저작권을 보호함과 동시에 원활한 게시물 유통을 장려하는 게시물 이용 규약.

이날 행사에는 로렌스 레식 교수, 정진섭 경희대 교수, CC코리아 프로젝트 리더인 윤종수 판사(대전지방법원 논산지원) 등이 참석해 디지털 시대의 균형 있는 저작권과 공정한 콘텐츠 이용에 대해 토론했다.

◆디지털 시대 저작권 '중용의 길' 필요...로렌스 레식 교수

창작자의 권리를 최대한 존중하면서도 합리적인 방법으로 비상업적인 목적의 창작물은 공유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하지만 창작자들이 나누고 싶어해도 허락받는데 제약이 크지요. 그래서 창작자들이 사용권한을 직접 표시해서 손쉽게 사용할 수 있게 해 주고 싶었습니다."

로렌스 레식 교수는 이날 기조연설에서 CC운동의 목표와 과제는 인터넷 시대에 맞는 저작권과 나눔의 균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방한에서 레식교수는 강의록 전부에 CCL 코드를 붙여 인터넷상에서 서비스하는 MIT대학의 사례를 기반으로 서울대학교와 학술콘텐츠에CCL을 적용하는 것을 논의한다.

그는 "어제(13일) 서울대와 만나 구체적인 이야기는 하지 못했다. 창작과 학술 발전단계에 있어 각국의 지역적·문화적 전통을 수렴해야 한다"면서도 "학술저널의 연구는 그 과정이 데이터 분석에 초점이 맞춰진 경우가 많아 연구개발 결과는 사유화되기 보다는 공유돼 앞으로 나가는 게 중요하고 과학계와의 충돌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참석한 존 윌뱅스 사이언스 커먼즈(Science Commons) 프로젝트 책임자는 과학 및 의학정보 공유와 협업을 위한 SC의 출범 배경과 주요 과제에 대해 소개하기도 했다.

사이언스 커먼즈(Science Commons)란 저작물의 공유를 통해 재창조의 가치를 나누는 CC 문화를 과학 영역에 접목하려는 새 프로젝트다.

각 연구자나 기업별로 폐쇄적으로 이뤄지는 신약 개발이나 과학 실험의 한계를 합법적인 실험자료 공유와 협업을 통해 극복하고자 2007년 12월 출범했다.

이를 위해 ▲전세계 학술 저널들을 CC 라이선스 조건으로 공유하는 '오픈 저널' 프로젝트 ▲과학 및 의학 실험에 필요한 기초 도구 및 재료들을 웹을 통해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전자상거래 시스템 개발 ▲표준화된 과학 실험을 위한 리서치 도구 및 SW 개발·보급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창조성 막는 저작권법, 개선돼야...할리우드 변호사 비판

"기존 저작권법의 체계로는 디지털 시민들의 창조성을 막을 수 없습니다. 교육, 예술, 과학의 발전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비상업적 저작물에 한해서 저작권법의 부당한 통제를 최소화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저작권을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동시에 저작자를 존중해주는 '센스와 존중'(Sense and Respect)의 정신이 필요합니다."

로렌스 레식 교수는 이날 "디지털 시대에 맞는 새로운 저작권 규범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사)CC코리아 초대 이사장인 경희대 정진섭 교수는 "인간중심, 창의존중, 자아실현의 가치와 하늘중심, 관계중심, 우리들의 목표라는 가치는 함께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저작권 분쟁이나 이해관계의 대립을 넘어 창작과 나눔의 세상을 만들겠다는 인간 사랑의 정신이 CC의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레식 교수는 플리커나 유튜브 같은 소위 인터넷 하이브리드 비즈니스가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야후에 인수된 플리커 같은 곳에서 기존의 사업적 주체들이 공유의 경계에서 어떻게 혁신의 물꼬를 찾고 있는 지 주목하고 있다"면서 "CC운동은 학술콘텐츠, 예술콘텐츠에 이어 비즈니스로 적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렌스 레식 교수는 최근 한 엄마가 유튜브에 아이 춤 동영상을 올리자 동영상에 사용된 음악에 대해 할리우드 변호사들이 소송을 추진했다면서 이를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레식 교수는 "스타워즈의 콘텐츠를 여러 네티즌들이 창조적으로 리믹스해 내고 있다"면서 "모든 매쉬업 콘텐츠의 저작권을 조지 루카스에게 주는 건 부당하며, 유튜브에 올린 아이 동영상에 대해 음향사용을 이유로 엄마에게 법적 소송을 하려는 할리우드 변호사들은 제정신이 아닌 사람들"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하이브리드 시대에 기존 저작권 통제 방식으로는 문화의 미래가 없다"면서 "21세기의 예술가들에게 당신의 창의성을 존중하니 문화예술의 발전을 위해 공유에 힘을 보태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렌스 레식 교수는 KBS와 MBC, SBS 등이 판도라TV, 유튜브코리아 등에 저작권 침해 중지를 요구하는 현실을 어떻게 생각할 까.

공영방송, 특히 수신료를 재원으로 하는 KBS와 EBS의 저작권 요구는 부당하며 이를 공공콘텐츠로 분류해 저작권법에서 '공정사용'의 예외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정부지원 콘텐츠는 당연히 자유롭게 공개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공영방송의 허가나 내부의 저작권 라이센스 문제 등 복잡한 법적인 이슈들이 있지요. 무엇보다 정부가 공적 자금을 지원하기 전에 잘 생각해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레식교수는 다른 나라에서도 공영방송의 콘텐츠를 지리정보나 법률정보처럼 공공정보로 정의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영국의 공영방송 BBC나 미국의 케이블TV 커런트TV처럼 'CCL' 을 부착해 창조와 나눔의 정신을 실현하는 곳도 있다고 덧붙였다.

로렌스 레식 교수는 "BBC의 경우 자국민에게만 CCL로 공개하고 싶어하긴 하지만 CC운동에 동참을 표시했고, 미국에서도 엘고어 전 부통령이 만든 '커런트TV' 에서 지난 12월 CCL을 자신의 웹방송국에 도입한다고 발표했다"면서 "더 큰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는 NHN, 다음커뮤니케이션, 문화체육관광부, 에이콘출판사 ,블로터닷넷, TNC, 올블로그, 프레스블로그 등이 후원했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문화부의 저작권 정책이 디지털 시대에 조응하는 방향으로 합리적으로 개선될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현아기자 chao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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