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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왜 '에릭 슈미트 CEO' 교체했을까


소셜 미디어 강화 포석?…"페이스북 견제" 분석도

구글의 4분기 실적이 공개된 20일(현지 시간). 외신들의 관심은 온통 CEO 교체에 쏠렸다. 사상 최대 실적이야 구글에겐 더 이상 낯선 현상이 아니었던 때문이다.

이날 구글이 발표한 경영진 교체 내용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래리 페이지가 CEO로 일상 경영 활동을 책임지는 대신 그 동안 CEO 역할을 수행했던 에릭 슈미트는 회장직을 수행하면서 대외 업무에 주력하기로 했다.

'구글 트로이카'의 또 한 축인 세르게이 브린은 일상 경영 활동에서는 손을 떼는 대신 신제품 아이디어 개발 쪽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브린은 '공동 창업자(co-founder)'란 다소 낯선 직함을 갖게 됐다.

◆에릭 슈미트, 구글 키워낸 1등 공신

에릭 슈미트는 구글이 막 커나가던 지난 2001년 CEO로 전격 합류했다. 1997년부터 노벨 CEO로 재직했던 슈미트가 2001년 구글에 합류할 때만 해도 "안정적인 직장을 버리고 위험 천만한 선택을 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노벨은 꽤 잘나가는 기업이었기 때문. 반면 구글은 가능성은 많았지만, 여전히 갈 길은 먼 기업이었다. 그만큼 슈미트의 선택은 많은 모험 요소를 안고 있었다.

하지만 에릭 슈미트는 지난 10년 동안 구글 CEO로 성공적으로 변신했다. 혁신적인 검색 기업인 구글을 연 매출 250억달러를 웃도는 거대 기업으로 키워내는 수완을 발휘한 것.

이와 관련 슈미트는 자신의 블로그에 이번 CEO 교체에 대한 설명을 올렸다. 그는 그 글을 통해 자신은 회장직을 수행하면서 가치를 보탤 수 있는 분야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즉, 대외적으로는 협상과 제휴, 고객관리, 정부관계 등을 담당하는 한편, 대내적으로는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에 대한 자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릭 슈미트는 "래리 페이지, 세르게이 브린 등과 어떻게 경영 구조를 단순화하고 의사 결정 속도를 극대화할 지를 놓고 오랜 기간 논의를 했다"면서 "지금이 우리 회사 구조를 바꾸는 최적기라는 데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다른 공동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이 경영진에서 이탈한다는 점이다. 대신 브린은 '공동 창업자(co-founder)'란 직함으로 신제품 아이디어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그 동안 '3두 체제'로 운영됐던 구글은 래리 페이지 단독 체제로 전환하게 됐다.

래리 페이지에게 CEO 자리가 낯선 경험은 아니다. 그는 지난 1998년 창업과 동시에 CEO 역할을 수행한 경험이 있다. 2001년 슈미트에게 CEO 자리를 넘겨줄 때까지 구글을 이끌었던 것. 결국 래리 페이지로선 10년 만에 또 다시 CEO 자리를 넘겨받은 셈이다.

◆"페이스북 의식한 조치" 분석도 많아

그럼 잘 나가는 구글은 왜 'CEO 교체'란 카드를 던졌을까?

구글의 이번 조치를 이해하려면 '과거'보다는 '미래' 쪽에 시선을 맞춰야 할 것 같다. 지금까지는 잘 해 왔지만 앞으로도 여전히 최강자 자리를 지킬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란 고민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고민의 중심에는 최근 들어 무서운 속도로 부상하고 있는 페이스북이 자리잡고 있다. 10년 전 자신들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는 페이스북에 맞서기 위해선 슈미트의 '노련미' 보다는 페이지의 '혁신성'과 '패기'가 더 어울린다는 판단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또 페이스북이 강점을 보이고 있는 소셜 미디어 관련 전략을 수행하는 데는 50대 중반인 에릭 슈미트보다는 젊은 래리 페이지가 훨씬 더 적합하다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

이번 조치와 관련해서는 '구글드' 저자인 켄 올레타의 설명도 설득력을 갖는다.

올레타는 외신들과의 인터뷰에서 "슈미트가 CEO 자리에서 쫓겨났다기 보다는 은근슬쩍 밀려났다(nudged)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페이스북이 급부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창업자인 페이지가 CEO직에 어느 정도 관심을 보이게 되자, 회장으로 물러나는 쪽을 택했을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올레타는 그 동안 두 창업자 중에선 래리 페이지의 목소리가 더 강한 편이었다고 주장했다. 굳이 따지자면 세르게이 브린보다는 래리 페이지가 CEO로 경영 활동을 하는 데 좀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는 것이다.

◆래리 페이지가 어떤 지도력 보여줄까

어쨌든 구글은 최전성기에 장수를 바꾸는 모험을 감행했다. '트로이카'의 두 축을 과감하게 정리하면서 래리 페이지 단독 체제로 전열을 재정비한 것. 이에 따라 마크 주커버그가 거의 전권을 행사하는 페이스북과 비슷한 체제로 갖추게 됐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던 만큼 앞으로 페이지가 구글에서 어떤 지도력을 보일 수 있을 지에 상당한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외신들 역시 이 부분에 대해선 비교적 조심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페이지 개인적으로도 이번 선택이 상당한 위험 요인을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구글이 지난 10년동안 보여준 폭발적인 성장세를 계속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마크 주커버그란 '겁 없는 신인'의 도전 역시 무시못할 위협요인이다.

결국 래리 페이지와 구글은 이번 조치를 통해 13년 전 처음 창업할 때의 '모험 정신'으로 다시 돌아갔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조치는 구글의 향후 10년을 결정할 중대한 승부수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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