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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기는 잡스, 현금 500억 달러 '만지작'


스티브 잡스는 18일(현지시간) 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 2년만에 '깜짝' 등장했다. 뭔가 중요하게 할 말이 있었다는 뜻이다.

결국 스티브 잡스가 하고 싶었던 말은 예상 외로 실적이 저조했던 아이패드에 대한 변호와 경쟁자들에 대한 비판이었다. 잡스는 크게 3가지 이야기를 했다. 첫째, 7인치 태블릿은 타깃이 어정쩡하다. 둘째, RIM의 스마트폰은 이제 아이폰을 따라오기 어려울 것이다. 셋째, 안드리이드폰은 제조사들이 각기 달라 앱을 개발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분야에서 경쟁 업체들을 싸잡아 비판한 것이다.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잔칫날,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나서 경쟁사를 성토하니 그 모양새가 사나웠다는 게 대체적인 반응이다. 그만큼 스티브 잡스가 경쟁자들의 추격에 압박을 받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런 심리를 읽은 탓인지 애플 주가는 19일 오전 5개월만에 최대치인 5.7%가 폭락한 뒤 시간이 지나면서 하락폭을 만회하고 있는 상황이다.

잡스의 불안감은 경쟁자들의 거센 추격과 아이패드의 예상 밖의 저조한 실적, 이로 인한 마진의 감소에서 비롯됐을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이날 230억 달러(한화 약 22조8천억원)의 매출에 43억1천만 달러의 순이익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사상 최대 실적이다. 순이익 기준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무려 70%가 상승할 정도로 대단한 것.

이 수치로만 보면 잡스가 불안해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문제는 이미 지나가버린 실적이 아니라 앞으로다. 야심차게 내놓은 애플TV의 시장반응은 잠잠하다. 아이폰의 대를 이어야 할 아이패드의 실적도 전문가 예상치를 밑돌았다. 진 먼스터 같은 애플 최고 전문가의 아이패드 판매 예상치는 450만대였으나 애플이 깐 실적은 419만대에 불과했다.

지난 실적은 매출의 43%를 차지하는 아이폰이 1천410만대나 팔리면서 '사상 최고'의 기록을 이어갔지만, 잠잠한 애플TV와 아이패드의 예상 밖 부진은 앞으로 전망과 제품 포트폴리오를 부실하게 하였다는 뜻이다.

매출총이익률(gross margin ratio)이 이를 말해준다. 지난해 동기에 41.8%였던 이 비율은 지난 분기에 36.9%로 줄어든 데 이어 이번에는 36%로 감소했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제조원가가 올라가면서 계속해서 마진이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인한 혁신의 효과가 비슷한 제품을 내놓는 경쟁업체들의 추격으로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애플과 스티브 잡스로서는 경쟁업체들을 다시 완전하게 뿌리칠 새로운 혁신제품을 내놓아야만 할 상황에 빠져 있다고 봐야 한다.

미국 주요 언론에 따르면, 투자자문기관이자 애플 주식을 보유한 퍼스트 엠파이어 애셋 매니지먼트의 마이클 오부코우스키 최고투자임원(CIO) 같은 사람은 이런 상황에 대해 "모두가 애플을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으며 애플이 이에 어떻게 대응할 지 커다란 의문을 갖고 있다"며 "지금으로부터 2년간 애플 주식을 계속 갖고 있을 지 장담할 수없다"고 말했다.

그런 이유로 많은 전문가들은 스티브 잡스에게 새로운 '한 방'을 기대하고 있는 듯하다. 비약적 발전을 위한 기업인수합병(M&A)가 그것.

실제로 잡스는 이날 대형 M&A를 시사하는 발언을 해 주목을 끌었다.

투자자들이 기회 있을 때마다 애플에 묻는 주식 환매나 배당 질문이 이날 다시 나오자 스티브 잡스는 "계속 미래를 대비하고 싶다"며 "한 번 혹은 그 이상 매우 중요한 '전략적 기회'가 올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여기서 '전략적 기회'의 의미가 M&A를 뜻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리서치기관 글리처 앤 코의 애널리스트 브라이언 마샬은 "계속되는 대규모 순이익 발생으로 애플은 약 500억 달러 이상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며 "애플이 대형 M&A를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샬은 특히 "웹 전송 기술 업체인 아카마이 테크놀로지가 애플의 M&A 대상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며 "애플이 아카마이의 가치를 인정하는 순간 어떤 경쟁자들도 물리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설명했다.

제품 혁신의 대가인 잡스가 이번에는 혁신적인 M&A로 경쟁업체들의 간담을 써늘하게 할 지도 모른다. 그는 지금 M&A로 시장을 일거에 흔들어 놓기 위해 500억 달러를 만지작거리고 있을 지도 모른다.

/캘리포니아(미국)=이균성 특파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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