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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이번엔 '소화장치'" 나로호 발목 잡다


오작동 원인 규명 후 재발사일 조정

발사체와 직접 관련이 없는 비상시 소화(消火)장치가 발목을 잡았다.

9일 오후 5시로 확정됐던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I) 발사가 소방설비 오작동으로 급작스레 연기됐다. 재발사 시점은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 후 발표될 전망이다.

1차 발사 시 기술적 문제로 세 차례 발사가 연기된 적이 있었지만 이번 2차 발사는 그 어느 때보다 기대가 컸다. 나로호 관리위원회는 8일 리허설을 순차적으로 마치고 당초 예정했던 9일 오후 5시에 나로호를 띄우기로 결정했다.

◆ 갑자기 소화장치 고장 "발사체에는 문제 없어"

그러나 오후 1시 30분, 교육과학기술부 김중현 차관이 "발사 준비가 문제 없이 이뤄져 오늘 오후 5시에 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힌 지 불과 22분 후인 1시 52분, 불의의 사고가 또 터진 것이다.

나로호 추진체 주입을 위한 산화제 공급라인 냉각 작업 도중 소화장치의 오작동으로 발사패드 주변에 설치된 3개의 노즐에서 소화용액이 분출됐다. 허여멀건 소화용액이 나로호 주변을 적셨고 관련 연구원들이 소방복을 입고 뒷처리에 나섰다. 교과부는 오후 2시 15분께 발사를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나로호는 지난 해 1차 발사 당시에도 ▲1단 연소시험 설비의 소프트웨어 수정 ▲부스터 펌프 회전수 측정 오류 ▲발사 자동시퀀스 내 압력 측정 소프트웨어 수정 등의 이유로 세 차례 발사가 연기된 바 있다.

이번에 문제시된 소화장치는 발사체에 화재가 날 때를 대비한 발사대 보조 설비 중 하나로, 발사체와 직접 관련이 있는 장치는 아니다. 평상시에는 쓰이지 않고 비상시에만 작동한다. 로켓 발사 시 분출되는 백색 수증기는 발사 거치대에 안에 들어 있으며, 소화용액과 저장 위치가 다르다.

교과부 측은 소화장치는 발사체와 직접 관련이 없으며, 분출된 소화용액이 육안으로 발사체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고 요약했다.

교과부 편경범 대변인은 "분출된 소화용액은 총 600톤 중 100톤, 화학용제는 18입방미터 중 3입방미터다. 남은 양으로도 재발사에 지장이 없는 정도"라고 밝혔다.

이주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소화액이 발사체에 영향을 주지 않는 각도로 안전하게 나갔다"면서 "육안으로 봐서 케이블에 영향을 주지 않은 것 같은데 확인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전문가 "발사 지연은 다반사"

그러나 소화용액이 발사대 밑단 미세한 전선 케이블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한-러 전문가들이 면밀하게 점검하고 있다.

발사대 소화장치 고장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로켓 발사 시 워낙 변수가 많아 그리 놀랄 일은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KAIST 항공우주공학과 탁민제 교수는 "지난 4월 국내 첫 정지궤도위성인 통신해양기상위성 '천리안'도 발사 42초전 자동 시퀀스상에서 가압시스템에 이상이 생겨 이달 24일로 발사가 연기됐다"며 "국민들께서 발사 연기에 대해 너무 실망하시는데 이런 일은 다반사"라고 말했다.

건국대 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과 이창진 교수는 "로켓 발사는 워낙 복잡하기 때문에 별 일이 다 일어난다. 그다지 심각하지 않은 상황일 수 있지만 우리는 경험이 없어 진행해도 되는지 안 되는지 판단이 어려워 (교과부가) 발사 중지를 결정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발사일이 언제가 될 지 여부다.

교과부와 항우연은 19일까지 예정된 예비 발사일 가운데 하루를 재발사일로 정해야 한다. 19일은 발사체와 항공기의 안전을 위해 민간항공기구(ICAO)와 국제해사기구(IMO) 등의 국제기구와 관련국에 정부가 통보한 마지막 기일이다.

이 기간 동안 발사하지 못하면 발사일을 재논의해야 하기 때문에 한동안 재발사가 어렵다.

교과부는 "현재 오작동 원인 규명을 위해 한-러 전문가들이 원인을 찾고 있다"며 "기술적 검토가 완료된 후 보완조치에 소요되는 시간과 기상상황 등을 고려해 나로호 관리위원회를 통해 조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나로우주센터(고흥)=정병묵기자 honnez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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