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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나, 지금 요금 폭탄에 떨고 있니?”


[이균성 특파원의 글로벌 워치①]

미국인들이 때아니게 스마트폰 요금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정확하게 말하면 공포라기보다는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미국 2위 이동전화 사업자인 AT&T가 오는 7일부터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없애기로 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초고속인터넷처럼 그동안에는 정액제로 운영했으나 트래픽 부담이 가중되는 바람에 요금제를 종량제로 바꾸는 것이다. 많이 쓰면 그 만큼 요금을 더 내는 구조다.

AT&T는 이런 요금제 정책을 내놓으면서 대부분의 이용자에게 이득이 된다고 설명했다. 실질적으로 그런 측면이 없지 않다.

AT&AT는 이번에 스마트폰을 위한 30달러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없애기로 했다. 대신 200메가바이트(MB) 미만 사용자에게는 월 15달러를 받는다. 또 2기가바이트(GB) 미만 사용자에게는 월 25달러를 받는다. 그리고 2GB 이상 사용자는 추가 1GB 당 월 10달러씩 더 부과된다. 따라서 200MB 미만 사용자에게는 월 15 달러가 이득이다. 마찬가지로 2GB 미만 사용자에게도 월 5달러가 이득이다.

문제는 2GB 이상 사용자다. 이들의 경우 매번 데이터 사용량을 꼬박꼬박 체크해야만 하는 부담이 새로 가중되게 된 것이다. AT&T는 또 아이패드 사용자를 위해 제공해왔던 30달러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도 없앴다. 그 대신에 스마트폰과 마찬가지로 월 2GB 이내의 경우 25달러를 부과한다.

AT&T는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 회사에 따르면 전체 이용자의 98%가 월 2GB 미만만 사용한다. 이 말이 진실이라면 대부분의 이용자는 오히려 요금 감면 효과가 있다. AT&T는 따라서 요금 부담 때문에 아직까지 스마트폰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하게 되는 효과까지 있다고 말한다. 이 회사는 특히 이런 요금제가 합리적이라고 주장한다. 이 회사가 갖고 있는 통계에 따르면 현재 전체 이용자의 3%가 전체 트래픽의 40%를 쓰는 왜곡된 구조를 갖고 있다. 이번 요금제 변경이 이를 바로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샌포드 C. 번스타인’이라는 리서치회사가 작성한 자료에 따르면 현행 요금제에서 사용되는 각 모바일 기기 간의 요금은 상당히 차별적이다.

가장 손해를 보는 사람은 일반폰 사용자다. 이들은 평균 월 50MB를 쓰고 50달러를 지불한다. 1MB당 1달러를 지불하는 셈이다. 이와 달리 일반 스마트폰 사용자는 이 수치가 각각 150MB-80달러-53센트다. 특히 아이폰 사용자는 300MB-100달러-33센트다. 주로 유선이나 와이파이에 연결해 사용하는 넷북은 1GB-50달러-5센트이고, 모바일 랩톱은 5GB-50달러-1센트다.

일반폰과 모바일 랩톱의 1MB당 데이터 사용료는 무려 100배 가까이 차이가 나고, 일반폰과 아이폰도 3배 이상 차이가 나는 셈이다.

불공평하게도 일반 폰을 쓰는 사람이 가장 손해보고 아이폰을 쓰는 사람이 가장 이익이다. 넷북이나 모바일랩톱처럼 3세대(G) 이동통신보다 와이파이를 더 많이 이용하는 사람이 이 기준으로 볼 때는 가장 싸게 데이터를 쓴다.

이런 수치에 근거해 AT&T는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독자적으로 받아들인 것과 비슷하게 ‘모험적으로’ 무제한 데이터 요금을 과감히 없앤 것이다.

그러나 이런 합리적인 논리에도 미국인들이 불안해하는 요인은 있다.

지금은 아주 분명하게 이런 방식의 요금 체계가 대다수 미국인에게 도움되는 게 사실이라 할지라도 불과 수년 만에 그 누구한테도 도움이 안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어렵잖게 짐작할 수 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촉발시킨 모바일 인터넷이 앞으로도 무시할 수 없는 추세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지금은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본고장인 미국에서조차도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을 대세라고 볼 수는 없다. 아직도 절대다수가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쓰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과 수년 만에 그 숫자는 현격하게 역전될 게 분명하다. 몇 가지 신뢰할 만한 근거가 있다. 모바일 기기는 더 효율적으로 발전할 것이고, 모바일 기기로 볼 수 있는 콘텐츠와 사용할 수 있는 앱(애플리케이션)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상품의 경우 수요가 공급을 만들어내지만 하이테크 기기와 솔루션의 경우 공급이 수요를 이끌어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입증한 바다.

그럴 경우가 진짜 문제다. AT&T의 주장처럼 지금은 전체의 98%가 2GB 미만의 데이터를 사용하지만 불과 수년 뒤 대다수가 2GB 이상을 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영화 스포츠 등 봐야 될 대용량 동영상이 널려 있고, 게임 등 유용하거나 재미 있는 앱이 가득할 때 당연히 그렇게 되지 않겠는가. 지금 한국에서 용량 제한 없이 초고속인터넷을 마음껏 쓰고 있는 것처럼.

생각해보라. 그런 상황에서 종량제를 도입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수년 전에 이용경 전 KT 사장(현재 창조한국당 국회의원)이 초고속인터넷에 종량제를 도입한다고 했을 때 수많은 네티즌과 시민단체가 벌떼처럼 들고 일어난 적이 있다. 현재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수년 전 한국의 초고속인터넷 정도는 아닐지라도 그와 별반 차이는 없는 것이다.

현재 미국에서도 일부 눈치 빠른 사람들은 그런 상황을 예측하고 있다.

다만 대다수의 미국인은 아직까지는 직감적으로 이런 현실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당시 한국과 같은 반발은 아직 일어나고 있지 않다.

그런 점에서 AT&T는 적기에 양수겸장(兩手兼將)을 놓은 셈이다.

시점상 대다수 소비자가 이 요금제를 반대하기보다 외려 반길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그 하나다. 그래서 아이패드와 아이폰을 독점할 때와 마찬가지로 미국 1위 사업자인 버라이즌에 또 한 번의 카운터펀치를 날린 셈이다.

또 하나는 애플에 대해 강력한 경고를 날렸다는 점이다. 새 요금제가 7일부터 시작되면 가장 손해를 볼 수 있는 곳이 애플일 수 있다. 애플 사용자가 가장 큰 요금 부담을 느끼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될 경우 상당수 소비자가 애플 폰이 아닌 다른 폰을 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요금과 서비스 문제에서 애플에 주도권을 내준 AT&T가 “그만 까불지”하고 말한 셈이다.

더 깊이 봐야 할 것은 AT&T가 이렇게 나왔을 때 다른 사업자는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다. AT&T의 경쟁자는 버라이즌과 스프린트넥스텔이다.

재미있는 것은 AT&T의 전략에 대해 버라이즌과 스프린트의 태도가 약간 다르다는 점이다. 버라이즌은 AT&T가 추격하는 회사다. 버라이즌이 이 시장 1위고 AT&T가 2위다. 스프린트는 AT&T를 추격하는 존재다. 이 회사는 3위다. 3위는 2위와 다른 전략을 써 추격하려하고, 1위는 2위가 새 전략을 내면 그것을 따라가면서 품어버리는 전략을 쓰려 한다.

실제로 버라이즌은 AT&T와 마찬가지로 종량제를 채택할 가능성이 많다. 이 회사 홍보조직은 이 문제에 대해 함구했지만 CEO 로웰 맥아담(Lowell McAdam)은 “(긍정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스프린트는 다르다. 스프린트 측은 “더 많은 요금이 나올까봐 걱정하지 않는 사용자는 거의 없다”며 “우리는 그런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최근 한 미국 신문과의 인터뷰에 적극적으로 응했다. AT&T가 조그마한 빈 틈이라도 보이면 ‘트로이 목마’처럼 파고들고야 말겠다는 자세다.

이렇듯이 AT&T의 데이터 요금 변화를 놓고 미국인과 통신회사들은 저마다 각기 다른 이유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떨고 있는 것은 이들만이 아니다. 휴대폰 제조업체도 마찬가지다.

AT&T는 물론이고 예상되는 바와 같이 버라이즌도 종량제로 간다면 앞으로는 데이터를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단말기가 인기 상품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스마트폰에서도 배터리 분야뿐만 아니라 데이터 처리 분야에서도 '그린IT'가 본격적으로 적용돼야만 하는 상황이 생기는 것이다. 아마도 그 핵심은 압축기술일 것이다. 똑 같은 용량의 데이터를 처리하더라도 요금이 덜 나올 휴대폰이 있다면 왜 마다하겠는가.

그 점에서 이번 AT&T의 정책은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만들어 도와 준 우군(友軍) 애플이 아니라 ‘블렉베리’를 만든 림(Research In Motion)의 손을 들어줬다고 할 수 있다. 한 조사연구에 따르면 아이폰 이용자는 월 평균 273MB를 쓰는 반면 블랙베리 이용자는 54MB만 쓸 뿐이다. 이밖에 다른 스마트폰 이용자는 150MB 정도를 쓴다. 물론 이 수치가 블랙베리가 데이터 처리에서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추정할 수는 있다. 블랙베리 또한 아이폰 못지않게 선구적인 스마트폰이고 데이터를 쓰기에 그다지 다른 스마트폰보다 불편한 게 아니라면 더 효율적일 수 있다고 보는 게 가능하다. 아이폰과의 직접 비교가 문제가 있다하더라도, 다른 스마트폰과 비교해도 결과는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압축 솔루션 회사의 성장이 기대되기도 한다.

궁극적으로, 종량제가 대세냐, 정액제가 대세냐, 하는 질문은 아직은 무의미할 것 같다. 유선의 초고속인터넷은 정액제가 대세로 굳혀지는 것 같은데, 한정된 주파수를 사용하는 무선 분야에서는 정액제로 급팽창하는 데이터 트래픽을 감당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기술적인 해답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AT&T의 이번 요금 정책 변화가 소비자 행동과 관련 기업들에게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노스리지(美 캘리포니아주)=아이뉴스24 이균성 특파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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