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방통위…정책-인사 대수술 예고

방송따로 통신따로…7월 초 인사 태풍도 예고


융합 세상의 미래 비전을 만들기 위해 출범한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가 안팎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각에서 제기해 온 'IT 컨트롤 타워 부재'나 '위원회 구조의 비효율성' 문제 때문이 아니다. 5명의 위원이 상호 토론을 통해 정책결정을 하는 위원회 구조는 느릴 수는 있지만 달리 말하면 그만큼 신중하고 균형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하다는 얘기기 때문이다.

또한 이명박 정부 인수위와 노무현 전 대통령 융추위 시절을 포함 3년 넘게 진행돼 온 방송통신융합기구 개편논의 결과 출범한 방송통신위원회이기에 1기 위원회가 끝나기도 전에 '공과'를 재단하긴 이르다는 평가도 만만찮다.

하지만 최근 들어 방통위가 이대로 무너지려 하는 것 아닌 가 하는 우려가 크다.

◆보편적 시청권 보장에 무력?…방송 따로 통신 따로

KBS, MBC, SBS 같은 강자들의 남아공 월드컵 중계를 둘러싼 진흙탕 싸움 속에서 보편적 시청권 보장을 위한 정책·규제 기능은 힘을 못쓰고 있다. 방송·통신 융합 세상을 만들겠다던 당초의 의지와 달리 방송 따로, 통신 따로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방송통신기본법외에 무선인터넷 시대에 맞춰 칸막이식 규제를 수평적으로 뒤바꿀 방송통신사업법 제정은 꿈도 못꾸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통신보다 규제 개선이 늦은 방송의 경우 방송시장의 경쟁상황 평가에 기반한 공·민영 구분이나 KBS 수신료 인상, 방송광고판매제도개선 전에 종합편성채널사업자 선정을 이슈화함으로서 방송 정책의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실패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특히 SBS 월드컵 단독중계 문제의 경우 방통위가 스스로 정책권한을 애써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방통위는 지난 4월 23일 지상파방송 3사에 공동중계를 위한 성실협상을 하도록 시정조치하면서 5월 3일까지 결과를 보고토록 했는데, SBS가 단독중계를 선언하고 KBS-MBC가 SBS를 상대로 소송을 한 뒤에도 시정조치 이행여부를 논의조차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당시의 시정조치는 SBS가 단독중계할 경우 과징금을 매기는 게 아니었고, 단독중계냐 공동중계냐 하는 결과에 관계없이 성실히 협상하라는 것이었다"면서 "월드컵을 코앞에 두고서 시정조치 이행여부에 대해 위원회 안건으로 상정조차 하지 않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현행 방송법상 설사 유료시청가구 포함 90% 시청가구를 확보한 SBS가 보편적 시청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았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지상파 3사 사장 진술이후 시정명령까지 진행한 마당에 후속조치에 대해 시간을 끄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또 다른 방통위 관계자는 "의도나 결과와 관계없이 이같은 일은 정책기구로서의 자신감 부재로 비춰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SBS 월드컵 단독중계를 둘러싼 방통위 안팎의 논란이 자신감 부재로 이어질 경우 공무원들의 사기 저하도 우려된다.

◆적체 속 인사 부담…균형잡힌 리더십 요구받아

방통위는 옛 정통부와 옛 방송위가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통합하면서, 산하기관이 크게 줄어 고위 공무원 인사 적체 해소에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다.

당장 오는 8월까지 노영규(주미대사관)·조규조(ITU)·라봉하(주중대사관) 국장 등이 복귀하는데, 사람은 넘치지만 자리는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도 이같은 안타까운 상황을 감안한 듯 지난 1일 월례조회에서 고위 공무원들에게 '인생 2모작'을 주문했다.

'인생 2모작론'은 최 위원장이 기자들을 만날 때도 강조해 오던 말이다. 부단한 자기 반성과 노력, 그리고 몸과 마음가짐을 단정히 해서 새로운 길을 열라는 것인데, 월례조회 이후 방통위 내부에서는 걱정이 쏱아지기도 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공무원의 직분으로서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하고 시기가 되면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 줘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직업 공무원으로서의 최대 목표인 차관직이 방통위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게 사기저하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방통위 공무원은 "위원회 구조가 되면서 아무런 정책 결정을 할 수 없게 된 가운데 차관급 사무총장제라도 기대했지만, 여야간 합의가 안돼 이 마저도 불가능하게 됐다"고 우려했다.

정책적 논란과 함께, 7월 초 인사 태풍을 앞두고 있는 방통위가 이번 위기를 돌파해서 '합의제 행정기관'이라는 역사적 실험에서 성공하려면 최시중 위원장의 균형잡힌 리더십이 어느 때보다 절실해 보인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관련기사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