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석호 "IPTV법에 망중립성 너무 빨리 들어갔다"


KISDI 25주년 기자간담회…"담론보다 정책 구체화가 필요"

지난 1985년 설립된 오명 당시 체신부 차관(현 건국대 총장)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정보통신정책연구원(원장 방석호, 이하 KISDI)이 올해로 설립 25주년을 맞았다.

출범 당시까지만 해도 KISDI의 주된 임무는 전화 적체 현상을 해소하고 정보화 시대를 이끄는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디지털화에 따른 융합 시대 정책 싱크탱크로 역할이 바뀌었다.

25년 역사 동안 국내 내로라하는 인물들이 KISDI를 거쳐 간 방송·통신 전문가만 500여명.

강원대 정윤식 교수, 이화여대 유의선 교수, 숙명여대 박천일 교수 등 학자들을 비롯해 대통령실 양유석 방송통신비서관, 석호익 KT 부회장, 조신 SK텔레콤 경영경제연구원 전문위원, 김국진 미디어미래연구소 소장 등 내노라할 인물들이 KISDI OB들이다.

그만큼 우리나라 정보통신 산업 발전에 KISDI의 공로가 크다는 의미도 된다.

이런 가운데 29일 개최된 KISDI 창립 25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는 융합의 물결 속에서 KISDI가 향후 어떤 방식으로 세계수준의 전문연구기관으로 도약할 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 자리에서 방석호 KISDI 원장은 "정보통신기술(ICT) 산업발전을 위한 정부조직개편 같은 거대한 담론보다는 세밀한 정책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 해 눈길을 끌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소송 패소로 관심을 끌고 있는 망중립성에 대해서는 "쉽게 옳다, 그르다를 평가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히면서 "IPTV법에 망중립성이 너무 빨리 들어갔다"고 말하기도 했다.

◆"담론보다는 정책 구체화가 필요하다"

방석호 원장은 모바일 인터넷 강국이 되기 위한 비전을 묻는 질문에 대해 "큰 그림, 거대한 담론보다는 세밀한 정책이 필요하다"면서 "현재의 정책수단이 제대로 작동하는 가 점검해야 하며, 세밀하고 단기적인 정책과제에 대해 국책연구원으로서 제안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ICT 산업 발전을 위한 정부 조직개편에 대해서도 정부조직이 개편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잘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방 원장은 "(정부조직에 대한) 시스템 문제는 너무 거대한 담론인 것 같다"면서 "미래를 위해 좀 잘해 보자는 논의 속에 정부조직 논의가 들어가는 건 이상하지 않지만, 그 자체가 딱부러지는 정답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인도와 이스라엘의 소프트웨어 육성정책을 예로 들면서, 우리나라도 현재의 정책수단에 대한 실효성을 점검해 보완할 게 있으면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방석호 원장은 "똑같이 소프트웨어를 키우자고 하지만 인도와 이스라엘의 방법은 다르다"면서 "제조업 인프라가 없는 인도는 인력양성이 중심이지만, 이스라엘은 프러덕트(제조) 베이스나 수출 베이스로 정책을 만들어 벤처를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 원장은 또 "제조업이 강한 우리나라도 이스라엘처럼 중소기업 제품이 상품화되고 수출될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망중립성 찬찬히 살펴야

방석호 원장은 애플 아이폰이 촉발한 '개방화'의 바람과 FCC 패소 등으로 촉발된 망중립성 논쟁에 대해서도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망중립성이나 애플이 하는 전략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중소 벤처기업들에게 장터를 열어줘야 하지 않나하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그러나 구체적인 방안에 들어가서 보면 망중립성 확보가 대안이냐에 대해서는 누구도 현재 단계에서 그렇게 이야기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방 원장은 "외국에서 나왔다고 해서 꼭 맞느냐는 아닐 것 같다"면서 "우리나라의 IPTV법에 (망동등접근이란 형식으로) 망 중립성이 너무 빨리 들어갔다"고 평하기도 했다.

이에따라 KISDI 중심으로 곧 만들어질 '망중립성 포럼'에서도 망중립성에 대한 전폭적 수용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중장기 요금정책 못 만든 건 아쉬움…개방화 논의도 필요

그는 또 지난 해 정치권발 요금인하가 이뤄진 데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했다.

방 원장은 "작년에 통신요금이 비싸다, 싸다 논쟁이 있었는데, 큰 그림을 잘 그렸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면서 "통신요금도 큰 통신정책의 틀 속에서 나오니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통신사는 어떤 시장 전략을 마련해야 하고, 정책은 어떻게 혜택을 줘야 하느냐에 대해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요즘 대학에서 애플의 아이폰을 교육용도로 나눠주기 시작했는데, 이를통해 국가 정보에 접근하는 걸 꼭 허용해야 하는 가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면서 "자칫 외국회사의 아이폰이 대한민국 정부의 정보에 대한 대표적인 유통창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책연구기관, 역할 변해야

방석호 원장은 25주년 된 KISDI는 국책연구기관으로서 역할을 바꿔나가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방통융합이라는 단어를 쓴 게 꽤 오래됐는데, 아이폰은 방통뿐 아니라 콘텐츠, 기기, 서비스의 융합을 앞당기고 있다"면서 "자동차에 소프트웨어가 들어가는 걸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융합으로 보기도 한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그는 "방통융합으로만 바라보면 환경에 뒤쳐진다"며 "꼭 방통이 아니어도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다 섞어서 맛있는 비빔밥이 되도록 시너지를 모으는 게 중요하고, 국책연구기관은 중간자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용역과제 중심의 운영을 민간과 보조를 맞추는 쪽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방석호 원장은 "예전에는 정부와 민간의 격차가 커서 정책을 리드한다는 게 가능했는데, 얼마전 부터는 민간의 동향을 완벽하게 따라가기도 어렵다"면서 "과거에는 정부 옆에 서서 민간을 뒤로 돌아봤다면 이제는 정부화 한발 짝 떨어져서 정부와 민간이 잘 협력하도록 중간자 적인 역할을 잘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KISDI는 현재 250억 예산 중 민간 사업자 프로젝트로 20억 정도를 채우는 데, 민간 업체 프로젝트는 정부 정책과 상충되는 전략을 짜주는 게 아니라, 인도네시아나 중국시장 진출 전략을 자문하는 등 해외시장 개척이나 동향 파악 등을 한다"고 설명했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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