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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공공성이 의심된 010통합 정책 토론회


전주나 관로 같은 통신 필수 설비나 지상파 방송사의 올림픽 중계권까지 '사유재산'이란 주장이 제기되는 시대다. 자본의 효율성과 힘이 강조된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정보통신과 미디어 분야에서 오롯이 공공의 영역이라고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건 주파수와 번호 정도가 아닐까 한다. 하지만 16일 방송통신위원회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공동 개최한 '010번호통합 정책 토론회'는 이런 믿음에 의심이 갔다.

이동전화는 생활 필수품이 된 지 오래다. 통신요금이 비싸다고 욕하면서도 휴대폰을 끼고 산다. 사람 사귀는 것은 기본이고, 음악 감상과 TV 시청까지 휴대폰으로 해결한다. 스마트폰이 나온 뒤에는 검색이나 이메일을 쓰면서 업무를 보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모바일 시대를 사는 사람들은 휴대폰 번호에서 '이름' 못지 않은 강한 애착을 느낀다. 정부가 번호정책을 만들 때 국민들의 마음의 소리에 우선 귀 기울여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이날 열린 010번호통합 토론회는 실망스럽기 그지 없다.

패널 구성부터 부자연스러웠다. 토론자 7명 중 이동통신 3사는 각각 참석했지만, 소비자 단체는 YMCA 한 곳 뿐이었다.

20%에 달하는 국민들이 011이나 016, 017, 018, 019 같은 옛 번호를 쓰면서 스마트폰으로도 갈 수 있길 바라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는 이날 토론회에서 번호통합에 대한 찬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소비자단체나 네티즌 카페 등을 섭외하는 데 더욱 노력했어야 했다.

번호정책으로 마케팅 전략이 크게 바뀌는 이동통신회사들도 정부 정책에서 고려해야 할 대상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이통3사 임원으로 꽉찬 토론회는 뭔가 중요한 것이 빠진 듯한 허전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통3사 의견이 번호정책 수립에 있어 최우선 고려대상인가 하는 오해를 낳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용적인 면도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정부는 010 전환 가입자가 80%에 달한 지금 강제통합을 종용하진 않겠지만, 010 번호통합 정책은 유지되며 시장 자율에 맡기겠다는 애매모호한 입장을 밝혔다.

한마디로 010 강제통합 정책이 폐기된 건 아니지만, 당장은 쓰지 않겠다는 이야기다. 이는 01X 가입자들에게는 여전히 혼란을 주는 일이다.

010 통합 정책이 유지돼야 한다는 데는 KT나 SK텔레콤, LG텔레콤 모두 동의했다. 당장 통합이냐(LG텔레콤), 완만한 통합이냐(SK텔레콤), 천천히 통합하되 우리 고객에는 번호표시 서비스를 하고 싶다(KT)는 의견은 조금씩 달랐지만, 정부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을 이유로 모두 통합정책에 찬성했다.

하지만, 이같은 이통사들의 주장은 공급자 관점이라는 생각이 드는 건 왜 일까.

'번호이동 시차제'나 '010번호통합' 같은 정부의 번호정책이 이동전화 시장 판도에 미치는 영향이 컸으니, 그래서 가입자 유치 전략을 자주 바꿔야 했으니 "더이상 새로운 걸 마시고 하던 대로 하세요"라고 정부에 말하는 것처럼 오해되는 건 기자만의 생각일까.

방통위 관계자는 논란이 일자 토론회 말미에 기존 01X 번호 이용을 원하는 소비자의 요구와 이미 010으로 변경한 소비자에 대한 역차별 문제 등을 포괄적으로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가장 공공적인 번호정책을 자신감있게 추진하는 방송통신위원회의 후속조치를 기대해 본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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