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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과뒤]미소금융의 숙제


"누구야 누구? 연예인 왔대?"

"무슨 일이래?"

수원성 팔달문 옆에 위치한 '팔달문시장'. 여느 지방 장터처럼 조용했던 이 시장이 15일 오후부터 시끄러워졌습니다. 시장 초입을 가득 메운 방송국 카메라들 때문입니다. 지나가던 어르신들이 무슨 구경거리라도 있나 하며 까치발을 세웠고, 하교하던 여중생들은 혹시 아이돌 스타의 깜짝 방문이라도 있는 게 아닐까 하고 몰려들었습니다.

이날은 팔달문 입구의 취업지원센터 2층에 국내 최초의 미소금융재단 지점이 생기는 날이었습니다.

열 평 남짓한 좁은 사무실 한 칸에 담당자들의 책상 네 개가 들어차 있는 것이 전부인 지점이었지만, 이 지점의 개설을 축하하기 위해 각계의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이날 참석한 외빈은 김승유 미소금융중앙재단 이사장, 진동수 금융위원장, 김문수 경기도지사,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 등 웬만해선 한 자리에 모이기 힘든 거물들입니다. 그렇잖아도 좁은 지점 앞은 이들을 취재하려는 기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습니다.

이 작은 지점에 관심이 쏠린 것은 정부가 서민정책의 일환으로 강력하게 추진 중인 미소금융이 드디어 첫발을 내딛기 시작했다는 의미이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미소금융재단은 자금 동원 과정에서 은행들과 기업들에게 강요를 한 것 아니냐며 '관치금융'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고, 사업을 뉴라이트 관계자들에게 몰아준 것 아니냐며 '친정권'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습니다.

미소금융 사업 자체의 논란도 있었습니다. 저신용 서민들에게 5% 이내의 저리로 200만원~1억원의 창업자금을 빌려준다는 아이디어는 좋지만, 돈을 돌려받을 가능성이 낮고 대출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결국 발빠르게 움직인 기업들 덕에 첫 지점이 문을 열 수 있었습니다. 오는 17일에는 은행권에서 3개 지점을 동시에 낸다고 하니 큰 성과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날 모인 주요 인사들의 얼굴에도 함박웃음이 피었습니다. 김승유 이사장은 "삼성에서 한 걸 보니 역시 잘 했다. 우리보다 나은 것 같다"고 칭찬했고, 이수빈 회장도 "저희보다는 (중앙에서)더 잘하시겠죠"라고 대답하며 서로 덕담이 오갔습니다.

진동수 위원장도 "돈도 중요하지만, 품이 많이 드는 사업인 만큼 애써 주기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은 "삼성그룹이 드디어 은행의 꿈을 이뤘다"며 농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행사장 밖의 분위기는 달랐습니다. 한 분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여기 이 행사 뭐 하는지 아세요?" "모르지." "미소금융 행사래요."

"미소금융이 뭐야?"

아주머니들 사이에 의문이 오갑니다. "아, 그 돈 빌려준다"는 거?" 대충은 알고 있는 듯 하지만 이 행사와의 연관성은 여전히 잘 모르시는 듯합니다.

아이돌 가수가 오는 줄 알고 기대하며 기다렸던 여학생들은 기대와 달리 '나이든' 분들이 내려오자 실망을 하고 학우의 옆구리를 찌릅니다. '야, 가자. 김샜다.'

사회자의 인도에 따라 유명인사들은 줄을 당겨 현판식을 거행합니다. 생각보다 작은 현판에는 '삼성미소금융재단'이라는 글씨가 선명히 박혀 있습니다. 열 평도 안 되는 사무실이지만, 앞으로 이 팔달문 시장 상인들과 지역 주민에게는 그 어떤 금융기관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들 중 누구도 여기에 대해서는 까맣게 모르고 있었습니다. 1호 개소식의 의미는 중요하지만, 사실상 이 지점을 이용할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한 행사가 되었어야 하지 않을까요. 앞으로 열릴 2호점, 3호점 개소식에는 지역 주민들의 참여가 더욱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이지은기자 leez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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