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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기]아이리버 전자책 '스토리' 써보니


'아날로그' 향수, 기기 하나에 담았다

책과 디지털은 서로 어울리지 않는 단어였다.

진득하니 앉아 종이로 한장 한장 넘겨봐야 하는 책은 숨가쁘게 돌아가는 디지털 세상이 침범할 수 없는 아날로그의 영토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마존 킨들 열풍에 힘입어 최근 국내에 선보이기 시작한 전자책은 종이냄새 물씬한 독서문화를 바꿔가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많은 데이터포맷 지원 '강점'

아이리버의 전자책 '스토리'는 MP3플레이어로 유명한 아이리버가 수출 전략상품으로 내세운 야심작이다. 얇고 가벼운 단말에 수천 권의 책을 담을 수 있어 평소 책을 좋아하지만 디지털 기기와 거리가 멀었던 사람이라도 혹할만한 제품이다.

6인치 디스플레이 화면에 쿼티 자판을 단 '스토리'는 작은 노트만한 크기에 1cm도 안되는 얇은 두께로 휴대하기에 간편하다. 한 손으로 오래 들고 있기엔 다소 버겁지만 두 손으로 잡고 보면 안정감 있어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텍스트를 읽기에 무리가 없다.

조작법도 사용설명서가 따로 필요 없을 정도로 간단하다. 키보드의 방향키와 엔터키로 대부분의 메뉴 이동이 가능하며, 키보드 좌우에 있는 화살표를 눌러 책장을 넘길 수 있다. MP3 파일을 지원해 음악을 들으며 독서를 하거나 오디오북을 청취하는 것도 가능하며 음성녹음 기능도 있다.

무엇보다 전자잉크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종이책을 읽는 것처럼 눈이 편안하고, 배터리 소모량도 최대한 줄여 한번 충전으로 최대 9천 페이지(약 30권)까지 연속해서 읽을 수 있는 게 전자제품 답지 않은 장점이다.

특히 기존 전자책 전용포맷인 PDF, epub은 물론 txt, ppt, doc, xls 등 각종 오피스 문서 파일 등 많은 데이터 포맷을 지원해 대부분의 디지털 콘텐츠를 별도의 변환 없이 읽을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다.

코믹뷰어를 지원해 만화도 감상할 수 있고, 용량도 SD카드를 이용해 최대 32GB까지 확장할 수 있어 '나만의 서재'를 갖고 다닐 수 있다.

◆'콘텐츠'가 성공관건

그러나 '종이책 같은 전자책'의 특징은 때로 최신 디지털 기기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에게 불편함이 된다.

스토리는 화면 전환이 썩 빠르지 않은 데다 전환할 때마다 깜빡이는 현상이 눈에 피로감을 주며, 아직까지 컬러 화면이 지원되지 않아 요리나 여행 등 생생한 사진이 생명인 책을 보기엔 적합하지 않다. 또 휴대폰·디카의 터치 UI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이 제품을 보자마자 터치로 조작하려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스토리는 컴퓨터 자판과 동일해 금새 익숙해지는 키보드를 통해 간단한 다이어리나 메모 작성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느린 타자속도를 감안한다면 향후 지원될 전자사전 콘텐츠 외에 키보드를 사용할 일이 많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근본적으로는 아직 미흡한 콘텐츠가 문제다. 킨들이 아마존의 방대한 전자책 콘텐츠를 기반으로 성공한 데 비해 스토리에서 볼 수 있는 콘텐츠는 아직 미미한 상태. 아이리버는 교보문고, 청담러닝, 두산동아, 능률교육 등 주요 업체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콘텐츠를 확보하게 된다.

책읽기가 주목적인 스토리를 선뜻 사기엔 34만8천원의 가격이 부담스러운 것도 이 때문이다.

아이리버는 예약판매 이틀만에 초기 물량 2천대의 스토리를 모두 판매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이 시작이 맘대로 접거나 밑줄치는 종이책을 고수하는 아날로그족과 MP3플레이어·휴대폰·내비게이션 등 각종 디지털 기기에 싸여있는 디지털족 사이에서 새 시장을 열어갈지 주목된다.

임혜정기자 heath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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