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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방통위 출범 1년 훑어보기


26일로 출범 1년을 맞은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규제 완화를 통한 산업활성화를 추진하면서 사회적 갈등의 한 복판에 자리했다.

2008년 3월26일 방송통신위가 출범할 당시의 정책환경은 IPTV와 TV의 디지털전환, 통신요금인하, 미디어 규제개혁, 개인정보보호 등 수년 동안 이해관계 대립으로 지연되거나 해결하지 못한 과제들이 산재해 있었다.

당연한 결과로 방송통신위는 지난 1년간 총 59회의 전체회의를 열고 338건의 안건을 심의하며 쉴틈없이 내달렸다. 방송통신위 관계자는 "지난 1년이 어떻게 지나 갔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힘겹고 벅찬 날들이었다"고 말했다.

◆인터넷의 창의성과 혁신에 불 지펴

무엇보다 방송통신위 출범 이후 가장 큰 성과라 할 수 있는 것은 2008년 6월 서울에서 개최한 ‘인터넷 경제의 미래에 관한 OECD 장관회의’라 할 수 있다. 아시아에서 최초로 개최한 서울회의는 44개국 장·차관 등 총 2천300여명의 정부대표, 민간·국제기구 인사가 참석해 ‘인터넷 경제의 미래에 관한 서울 선언문’을 채택했다.

만장일치로 채택한 서울선언문은 회원국들이 융합정책 수립시 ▲공정 경쟁 ▲기술중립성 ▲망 중립성 보장에 힘써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다양한 융합서비스 제공자들이 공정하게 규제를 받을 수 있는 경쟁의 룰을 만들고, 기술 자체 보다 소비자가 인식하는 서비스의 특성에 따라 규제내용을 달리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음으로써, 인터넷의 창의성과 혁신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에 불을 지피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가 IT분야 주요 국제기구의 의장단으로 활동함으로써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드는데도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올해 3월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세계 154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보통신발전지수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종합 2위를 차지했다. 아·태정보통신협의체(APT) 관리위원회 의장 등 주요 국제기구 의장단 진출도 활발하다. 현재 OECD(4명), ITU(14명), APT(5명) 등에 국내 전문가들이 의장단에 포함돼 있다.

방송통신망을 고도화하고, 국민의 자산인 주파수 이용을 효율화에 적극 나선 것도 높게 평가할 수 있다. 지난 해 광대역통합망(BcN) 가입자는 2천636만명으로 2007년(1천264만명) 대비 약 109% 증가했다.

방송통신위가 전파자원의 공평하고 효율적인 이용과 공정한 경쟁환경을 조성하는데 관심을 기울인 점도 후한 점수를 줄 수 있다. 방송통신위는 2008년 12월 800㎒ 등 주요 주파수에 대한 회수·재배치 계획을 수립하고, 올해 1월 주파수 경매제 도입근거를 규정한 전파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절차적 투명성에 비해 정책결정이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위원회 조직이던 옛 방송위원회와 비교할 때 효율적이고 투명한 회의 운영방식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2008년 48회, 2009년 11회의 전체회의가 개최됬고, 338건의 안건을 심의했다. 특히 인사, 사업자 영업비밀 등 일부 불가피한 안건을 제외한 대부분을 공개심의해 의사결정이 투명해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상임위원마다 분야별 법정위원회 위원장을 맡도록 하여 주요 사안에 대해 사전검토를 전담하도록 하고, 방송사업자 재허가(승인)심사는 상임위원별로 매체를 분담해 심사해 전문성과 역할을 강화했다.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품질평가 결과를 공개하고, 최저보장속도(SLA)를 대폭 상향해 서비스 품질 및 이용자 선택권을 넓힌 것, 중소업체들의 지원하기 위한 방송콘텐츠 클러스터 건립 계획 마련, SO의 방송수신료 25% 이상을 채널사업자(PP)에게 지급토록 한 허가조건 등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이동전화 단말기 잠금설정(USIM Lock) 및 이동전화 위피(WIPI) 탑재 의무화를 해제함으로써 향후 이용자의 단말기 구입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자막방송·화면해설방송·난청노인용 방송수신기 보급, 장애인·저소득층 아동·다문화 가정을 대상으로 미디어교육 등도 다양한 사회구성원에 대한 긍정적인 정책결정으로 평가 받는다.

◆과도한 IPTV 올인 정책

그러나 방송통신융합 시대의 대표적 미디어인 IPTV 분야에선 정책과욕에 비해 그 성과가 불투명해 보인다. 방송·통신계간 이해조정을 통해 극적으로 IPTV법과 시행령을 제정하면서 2008년 11월 IPTV 상용서비스가 시작됐지만, 서비스 시작 5개월이 지난 지금 가입자는 20만에도 못 미치고 있다. 유사 서비스인 케이블TV와의 규제형평성을 등한시 하면서 통신기업 밀어주기라는 비판을 자초했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 분야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서비스의 경쟁촉진을 유도하자는 취지의 선언문을 채택한 OECD 장관회의를 개최하고서도, 정작 망 없는 사업자가 IPTV 사업에 손을 뗄 수밖에 없는 모순적인 정책결정을 내렸다.

방송통신위는 올해 2월 교육과학부와의 협읠 통해 사교육비 대책의 하나로 IPTV를 활용하는 방안을 포함, 전국의 초중고 교실에 IPTV를 설치하기로 했다. 이 역시 유료방송시장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케이블TV 업계를 배제해 갈등을 유발시켰다.

정권 시작과 동시에 가계통신비 절감 정책을 쏟아냈지만, 통신요금을 내리는 데 있어 정부 역할을 정확히 포지셔닝하지 못해 혼란을 부추겼다는 평가도 나온다. 저소득층 요금인하는 훌륭한 정책이지만 요금인가제 권한을 유지함으로서 시장의 작동에 방해가 되는 반면, 도매규제를 통한 신규 사업자 육성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기 때문이다.

2008년 10월 이동전화요금 감면 대상을 일부 기초생활 수급자에서 기초생활수급자 전체와 차상위 계층까지 확대한 것은 눈에 띄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방송통신위는 문자메시지·자막광고 등 적극적 홍보를 통해 2009년 2월말 기준으로 감면 신청자가 57만9천명으로 2007년(7만4천명) 대비 약 690% 증가했다. 그러나 차상위 계층을 제외한 기초생활수급자만 155만명에 이르고, 그 가운데 139만명 가량이 이동전화 이용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에 대한 보강이 필요할 것 같다.

특히 2월 이동통신 재판매제도(MVNO)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정작 재판매를 원하는 기업들이 요구하는 '도매가격'을 사업자간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해 정책 의지가 없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올해 1월 본인확인제 적용대상 사업자를 33개에서 138개로 확대해 인터넷 역기능에 대한대응을 강화했다지만, 인터넷 역기능을 네티즌의 익명성이 그 중심이며 '사이버 모욕죄' 도입 등 제재강화로 풀려는 점에서 정권에 비판적인 인터넷의 통제를 목적으로 한다는 비판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특히 미디어산업 선진화를 위한 정책은 방송통신위를 1년 내내 갈등의 진원지로 만들고 말았다. 2008년 12월 방송법 시행령을 개정, 지상파방송과 보도·종합편성 PP 소유가 금지되는 대기업 기준을 3조원에서 10조원으로 완화했다. 아울러 한국방송광고공사의 방송광고판매 독점체계를 개선해 경쟁체제를 만든다는 정책방향을 결정했다. 그렇지만 이 같은 정책들이 일부 대기업과 특정 신문사의 방송시장 진입을 허용해주기 위한 것이라는 논란을 일으켰다.

국내 거주 외국인들에게 생활편의를 제공하고, 한국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수도권·광주권·부산권에 영어FM 방송사업을 상용화한 것은 논란거리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에서의 수요가 얼마나 될 지 미지수라는 점 외에도 몇 년 째 시범사업만 반복되고 있는 지역중심의 '공동체라디오'와의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우왕좌왕 시행착오 넘어서야

방송통신위는 출범 2차년도를 맞아 ▲미래 유망분야인 미디어 서비스 산업의 혁신을 위해 규제를 개혁하고, 디지털 미디어 및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으로 ▲일자리 안정을 위해 네트워크 등 민간분야의 투자를 촉진하고, 경쟁력 있는 방송통신서비스의 해외진출을 적극 지원하며 ▲방송·통신의 공익성을 높이고, 서민생활 안정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회 관계자는 "방송통신위가 우왕좌왕하며 지식경제부처럼 산업 활성화에만 신경을 쓸 게 아니라 공정한 경쟁을 통한 상생을 이끌어내는 규제 철학도 함께 갖추어야만 그 존재의미가 있다"며 "출범 2년째를 맞아 지금까지의 시행착오를 거듭하지 않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호성기자 chaosi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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