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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성]교육에 대한 정부의 자기부정


흔히 교육을 백년지대계라 한다. 어느 유행가 가사처럼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인생인데 사람이 100년 앞을 내다보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인가. 그만큼 교육은 중요하고 어려운 문제라는 뜻일 게다. 교육열이 하늘을 찌르는 대한민국에서는 특히 그렇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를 만큼 총체적인 난맥 형국이다. 그런 까닭에 손을 대면 오히려 더 헝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묻자. 학교 교육이 비정상적이라는 건 무슨 뜻이고 근거는 뭔가. 추정하건데 사설 학원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의미일 게다. 그래서 너도 나도 애들을 학원에 보내야 하고 사교육비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는 사회문제가 발생한다는 게다. 따라서 학교를 더 닦달해서 학원에 안가도 대학에 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이른바 ‘공교육 정상화’의 목표일 것이다. 그렇게만 되면 오죽이야 좋겠는가.

그런데 다시 따지자. 학교를 닦달해서 점수 좋은 학교와 그렇지 않은 학교를 차별하고 점수 많이 올린 학급 담임과 그렇지 않은 학급 담임을 차별하면 학원에 안가도 대학에 갈 수 있는가. 더구나 다 서울대학교에 들어갈 수 있나. 그래야만 ‘공교육 정상화’라는 정부의 정책 목표가 달성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진짜 그런 일이 가능한가. 단언하건대 그렇게 할 현실적인 정책은 존재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대안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공교육 정상화’라는 정책 목표는 허구일 수밖에 없다. 왜 이런 허구적인 정책 목표가 나오는가. 현실에 관한 진단에서부터 오류가 있기 때문 아닐까. 부연하면 ‘학교 교육이 부실하다’거나 ‘학교 교사는 무능하거나 게으르다’는 가설이 참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그 또한 사람의 일인 만큼 일부는 부실하고 일부는 무능하거나 게으를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자. 그러나 일부를 눈감는 것보다 일부를 전체로 일반화하는 오류가 더 큰 문제다.

두 가설이 참이라면 초중고 정상화보다 더 급한 건 전국 교육대학이나 사범대학의 교육 체계를 뜯어고치는 일부터 해야 한다. 또 임용고시도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 대체 교사를 어떻게 길러냈기에 학교를 그렇게 부실하게 만들고 교사들을 그렇게 무능하고 게으르게 할 수 있단 말인가. 교대만 해도 상당히 공부 잘 하는 학생들이 가는 게 현실인 점을 고려하면 대학이 이들을 망쳐 놓은 셈이다.

생각해보자. 학교는 교육과정이라는 게 있다. 국민이 교육에 대한 권리와 의무를 다하도록 보편적 혜택을 제공하는 게 정부 몫이기 때문에 이를 기준으로 교육과정이 설계된다. 여기서는 효율보다 보편성이 더 중요하다. 학원이 어디 그런가. 돈만 주면 다 해준다. 초등학교 6학년짜리에게 ‘성문 종합영어’든 ‘수학 정석’이든 못해줄 게 뭐 있나. 그런데 둘을 비교해 학교가 부실하다고 할 수 있는 일인가. 또 학원 사람들이 학교 교사보다 더 부지런하고 능력 있다고만 말할 수 있는 건가.

더구나 학교는 단순한 지식의 전달 뿐 아니라 사회화를 교육하는 성스러운 곳이기도 하다. 사회화가 뭔가. 더불어 사는 지혜를 가르치는 것 아닌가. 모름지기 교육을 백년지대계라 했던 까닭은 그 지혜를 얻기가 참으로 어려운 일일 것이기 때문이다. 어디 학원이 그것을 하나. 그런데 왜 학교와 학원을 단순 비교해 학교를 비정상이라 단정하는가. 진실로 그렇게 생각한다면 에둘러 갈 필요 없다. 학교를 철폐하고 지식 전달하는 곳을 사유화하면 된다. 사회화는 각자 알아서 하고 말이다.

솔직해지자. ‘학교 부실론자’들이 학교에 바라는 속마음이 뭔가. 내 아이가 다른 아이를 이길 수 있도록 만들어달라는 주문 아닌가. 학교가 그것 못해주니까 학원이란 전쟁터로 보내는 것 아닌가. 그게 솔직한 것 아닌가. 우리 사회는 좋고 정상적인 교육보다 남보다 앞서가는 비정상적 교육을 더 원하는 게다. ‘더불어 삶’보다 ‘정글의 법칙’을 일찍 깨우쳐주고자 하는 것이다. 대체 뭐가 더 비정상인가.

그러니 씨도 먹히지 않을 사회화 같은 이야길랑 집어치우고 교육을 민간 시장에 맡겨버리는 게 애시 당초 화끈하고 솔직한 정책 아니겠느냐는 말이다. 12일 방송통신위원회와 교육과학기술부가 힘을 합쳐 전국 학교에 IPTV를 설치하고 이를 통해 강남 유명학원 강사의 강의를 보여주겠다는 야심에 찬 발표를 보고 낙담한 까닭도 그 때문이다. 부실한 건 학교가 아니라 오히려 정부라는 생각이 드는 게다.

이참에 ‘교육과학기술부’는 ‘지식전달산업부’로 이름을 바꾸는 게 어떤가.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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